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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5.03.17 조회수 :662
대학들이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 정부가 대학평가에 취업률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특히 학벌주의에 따른 차별과 지역 일자리 공급의 한계 등 수도권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지방대학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명박정부 때부터 대학평가에 취업률 반영
대학 평가에서 취업률이 지표로 사용된 것은 이명박정부 때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시절 '취업률을 높이는 대학에 재정 지원을 확대하겠다'며 '취업률 100% 대학 프로젝트'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집권 첫해부터 노무현정부의 각종 대학재정 지원 사업을 통합해 ‘대학 교육역량 강화사업’을 시행하면서 사업 대상 선정 과정에서 취업률을 무려 25%나 반영했다. 또한 2008년부터 ‘대학 알리미’ 사이트를 개통하면서 대학별 취업률도 공개했다. 경영부실대학과 학자금대출 제한대학(2010년),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학자금대출 제한대학-경영부실대학 포함)(2011년) 등을 선정하면서도 ‘취업률’이 반영됐다.
정부 방침에 따라 대학들은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불법도 불사했다. 2012년 교육부가 전국 32개 대학을 대상으로 '취업통계실태'를 감사한 결과 무려 28개 대학에서 조작 사례가 발견됐다. 적발된 사례들에 대한 사회적 비판과 별개로 일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졸업생 취업 책임을 대학에 떠넘기는 것이 타당하냐는 논란을 낳았다.
대학 평가에서 취업률이 지표로 사용된 것은 이명박정부 때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시절 '취업률을 높이는 대학에 재정 지원을 확대하겠다'며 '취업률 100% 대학 프로젝트'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미지=2014년 고용노동부의 4대 정책목표 가운데 하나인 '청년 일할 기회 늘리기' 포스터)
박근혜정부, 반영률 일부 낮췄지만 대학 부담은 계속
박근혜정부는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그 동안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선정 시 15% 반영하던 취업률을 8.3%로 낮췄다. 그러나 대학 평가시 소수점 차이로 순위가 갈리는 상황에서 비율을 일부 낮췄다고 대학의 부담이 줄어든 건 아니다.
특히 1월 14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 실업률이 9%로 1999년 이후 가장 높았고, 첫 직장을 가진 청년취업자 5명 중 1명은 1년 이하의 계약직이었다. 취업률을 높여야하는 대학들 입장에서는 암담하기 짝이 없는 수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얼마 전 ‘인력 수급 불균형을 줄이는 대학에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취업 중심으로 대학 구조를 바꾸라는 말이다. 대학을 취업학원으로 만들라는 거나 다름없다. 최근 중앙대가 ‘학과제를 폐지하고, 단과대학별로 신입생을 모집해 학생 수요가 적은 전공은 단계적으로 축소’한다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런 현실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평가를 받는다.
논란의 본질은 시장주의 교육정책
우리나라 대학은 1995년 신자유주의 정책, 즉 시장주의에 기반한 ‘5․31교육개혁안’ 발표 이후 급격한 변화를 맞는다. 대학간, 대학 구성원간 경쟁 논리가 도입되고, 무엇보다 시장의 요구가 강조된 정책들이 보수․진보정권 가릴 것 없이 계속 확대 재생산 되었다.
이들의 논리는 이렇다. 교육은 상품이고, 대학과 교직원은 공급자며, 학생들은 수요자, 즉 교육 소비자다. 소비자 만족도는 취업률로 나타난다. 취업을 앞둔 졸업생은 자본이 요구하는 또 다른 상품이고, 이 상품은 최종 수요자인 자본에 최대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키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경쟁하면서 평가해야 하고, 교육과정도 자본의 입장이 반영되어야 한다. 이것을 잘한 대학이 이른바 ‘좋은 대학’이 되는 것이다.
이들 대학의 실태는 ‘정보공시(대학알리미)’를 통해 소비자(학생과 학부모)에게 알려져야 하고, 새로운 소비자(고교 졸업생)는 공개된 정보를 통해 진학할 대학을 선택한다. 이것이 반복되어 소비자들의 선택을 못 받은 대학들은 문을 닫게 되고, 살아남은 대학들 역시 소비자들의 선택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는 것이다.
취업률을 평가하는 최근 상황과 지난 20여 년간 진행된 정부의 대학정책 핵심이 이것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정원조정의 불가피성과 청년 일자리 문제가 사회적 쟁점이 되면서 이런 논리가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상황이 너무나 절박한 나머지 학벌주의와 지역적 차별이라는 우리사회의 고질적 병폐에 대한 문제 제기는 설자리를 잃고 만다.
‘개인주의’ ‘황금만능주의’와 ‘승자독식’이 판치는 대학
지난 20여 년간의 시장주의식 정책은 대학을 황폐화시켰다. 무엇보다 대학과 그 구성원 모두를 무한경쟁으로 내몰았다. 대학은 정부 재정지원사업, 교수와 직원은 업무실적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평가 결과에 따라 국고지원금이나 연봉이 달라질 수 있다.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취업을 준비하면서 성적 경쟁을 해야 한다.
학생들이 졸업할 시기가 되면 본인은 물론 대학본부와 교수․직원 등 대학의 시스템이 졸업생들의 취직 여부에 맞춰진다. 특히 지역적으로 일자리가 부족한 지방대학들은 더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취업이 하도 힘들어지니 아예 취업이 안되는 학과를 통폐합시키거나 과감하게 폐과시키는 대학들이 줄을 잇는다. 과정은 다르지만 중앙대처럼 ‘학생 수요가 적은 전공을 축소’한다는 측면에서 같다.
대학의 공동체 문화는 붕괴되고, ‘개인주의’ ‘황금만능주의’와 ‘승자독식’이 판을 치고 있다. 이런 흐름은 대학들이 ‘소비자’에게 좋은 교육 및 복지여건 제공이라는 미명하에 최첨단 건물 신․증축과 민자 기숙사 유치 그리고 생협 폐지와 온갖 상업시설 유치 등이 연결되면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 대학 정신이라는 진리, 정의, 자유, 공동체라는 단어는 교과서에나 존재하는 개념이 되고 말았다.
시장주의식 정책과 대학 취업률 평가 즉각 중단해야
대학의 미래는 학문공동체로서 대학 구성원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설계해야 한다. 정부와 교육 관료들이 정한 기준에 따라 대학과 그 구성원들이 평가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대학의 미래가 결정되는 상황에서 대학과 학문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특히 학문의 전당이어야 할 대학이 자본의 요구에 순응하면서 이른바 ‘돈’이 되는 학문만 취급하고, 졸업생 취업률 상승에만 매달리는 것은 누가 봐도 비정상이다. 특정 분야의 인재들만 존재해서는 한 사회가 정상적으로 굴러갈 수 없듯이 대학도 학생들의 선택과 별개로 다방면의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난 20여 년간 정부가 추진해 온 시장주의식 정책이 중단되어야 하고 대학들도 학문공동체로서의 주체적 위상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졸업생들의 취업은 대학이 아닌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앞선 통계청 자료가 말하듯이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 상황에서 대학이 무슨 수로 취업률을 높인단 말인가? 정부가 취업률 평가를 계속 고집하는 것은 일자리 자체가 부족한 지방대학들에게 온갖 편법과 불법을 저지르라는 말과 같다. 대학 평가에서 취업률 반영은 당장 폐지되어야 한다.
<이 글은 전남대학교 전대신문에 기고된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