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연 연구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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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의 기업식 구조조정, 무엇을 위함인가?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5.02.27 조회수 :669

 ※ 관련 자료: [대교연논평] 두산 중앙대 인수 파장과 문제점(080613)


지난 26() 중앙대는 학과제를 폐지하고, 단과대학별로 신입생을 모집하겠다는 내용의 학부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을 발표했다 


중앙대 학사개편안 대로라면 학과 구분 없이 단과대학별로 입학한 학생들은 1,2학년 전공탐색기간을 거친 뒤 2학년 2학기에 전공을 선택하게 되며, 학생 수요가 적은 전공은 단계적으로 축소된다. 또한 중앙대는 앞으로 공학계열을 단계적으로 증원하고 그 바탕 하에 미래 유망 학문단위를 발굴하여 2017학년도부터 단계적으로 신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중앙대 구조조정안은 1994년 도입되어 10여 년 간 시행된 뒤 폐기된 학부제와 유사하다. 1994년 당시 김영삼정부는 다전공 및 복합학문연구 확대, 학생들의 전공선택권 보장 등을 내걸고 학과간 통폐합을 골자로 한 학부제를 도입했다


인기학과와 비인기학과가 확연히 구분되면서 특정전공의 쏠림현상으로 대형 강의 증가, 교수 및 기자재 부족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학문적 연관성이 적은 학과를 무리하게 통합하고, 전공이수학점의 축소로 전공교육마저 부실화되는 문제까지 나타나 학부제는 결국 폐지되었다.(아래 대교연 논평 링크 참조)


※ 관련 자료: [대교연 논평] 학부제 실패, 공개 평가 진행해야(0906010) 

※ 관련 자료: [대교연 논평] 학부제 폐지와 함께 대학 정책도 전면 수정돼야(080519) 

※ 관련 자료: [대교연 논평] 학부제 실패에서 교훈 찾아야(030512) 


그나마 당시 학부제는 모집단위 광역화가 중심이어서 미약하나마 학부 내에 비인기학과를 존치시키는 모양새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중앙대 구조조정안은 예전의 학부제와 달리 학생들의 선택에 학과존치여부를 맡겨 선택을 받지 못하는 학과를 아예 없애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기초학문과 인문학은 고사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중앙대는 이를 의식해서인지 인문학 교육을 4학년까지 확대하고 융복합 학문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학 내에서 기초학문과 인문학의 근간이 뽑혀나가는 상황에서 이러한 대책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중앙대는 구조조정 추진 배경으로 공학계열은 부족하고 인문사회자연계열은 과잉 공급되는 인력 수급의 불균형을 꼽았다. 나름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 할 수도 있겠으나 실제는 인력 수급 불균형을 줄이는 대학에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박근혜정부의 방침에 호응하기 위해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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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관계자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 대학은 2011년 적십자간호대학과 통합해 (2014년 대학구조개혁) 평가 예외 대상에 해당하지만 평가를 받을 방침이라며 현재 대학 특성화사업, 산학협력선도대학사업 등 교육부로부터 국고 지원을 받는 사업만 100억 원에 달하기 때문에 평가를 받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고 밝힌 것과 시기적으로도 일치한다.

 

비인기학과 퇴출을 중앙대만 하는 것이 아닌데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을 억울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앙대는 201018개 단과대를 10개로, 77개 학과를 46개 학과로 통폐합하고, 2013년 비교민속, 아동복지, 가족복지, 청소년학과를 폐지하는 등 규모와 속도가 남달랐던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는 중앙대를 인수한 두산그룹의 기업논리가 강하게 작용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2008년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한 이후 비인기학과를 없애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이 가속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교수별 차등 연봉제 도입, 계열별 부총장 제도, 회계학 수강 의무 논란 등으로 기업운영논리가 여과 없이 대학에 적용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또한,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추진되는 우리나라 재벌 특유의 독단적 기업운영방식이 중앙대 내에서는 빈번했다.

 

20134개 학과 폐과 당시에도 폐과여부가 대학평의원회 심의절차 없이 이사회에서 결정되어 학생들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소송을 낸 바 있으며, 이번 계획안 역시 대학구성원들은 철저히 배제된 채 수립되고 발표되었다. 인간의 근원적 문제를 고민하는 인문학을 내몰고 민주적 합의절차를 무시하는 중앙대의 모습에서 사람이 미래라는 두산그룹의 경영 철학은 도무지 찾아보기 어렵다.


중앙대는 대학 본연의 모습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대학구성원의 지지도 받기 어려운 이번 계획안을 철회해야 한다


교육부 역시 이번 중앙대를 둘러싼 논란을 대학자율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교육부가 추진하는 대학구조조정도 중앙대가 추구하는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학구조개혁에 따른 평가와 관련하여 각 대학들은 올 4월말까지 대학 자체평가결과를 제출해야하므로 충분한 연구과정과 합의절차도 밟기 어렵다. 지금과 같은 대학구조조정이 지속되는 한 제2, 3의 중앙대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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