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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5.01.28 조회수 :560
27일, 교육부가 2015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행복교육, 창의인재 양성"이라는 기조 아래, "창조경제를 견인하는 대학"을 고등교육 분야 목표로 삼았다. 주요 과제로는 △양적 미스매치 해소를 위한 "산업수요 중심 정원조정 선도대학" 추진 △"취업약정형 주문식 교육과정",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확대를 통한 산학일체형 직업교육 강화 △지방대학 중심 우수유학생 3만명 유치 △전문대학의 평생직업교육대학 전환 등을 제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1월 22일 청와대에서 ‘국민행복’을 주제로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환경부, 여성가족부 등 6개 부처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이미지=KTV 갈무리)
또한 "학습과 일이 연계된 직업․평생교육"을 목표로 △"(가칭) 취업보장형 고등전문대" 시범 도입 △4년제 대학에 "성인 단과대학(학부)" 신설 검토 △유휴시설과 퇴직교원을 활용한 문해교육 기회 확대 등의 계획을 밝혔다.
‘교육’은 사라지고 ‘경제 혁신 3년 계획’만 뒷받침
대학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 확충 및 지원제도 개선, 인문학 진흥 종합방안 마련,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 완성 등도 일부 포함했지만 기존 계획을 확인한 수준으로 무게는 떨어진다.
다양한 과제 제시에도 불구하고, 교육부 업무계획에 나타난 박근혜정부 3년차 대학 정책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대학의 직업교육기관화’에 올인했다고 평할 수 있다. 말이 교육부 업무계획이지 ‘교육’은 사라지고 ‘경제 혁신 3 년 계획’을 뒷받침한 정책들만 나열됐다.
특히 △산업수요 중심 정원조정 선도대학이나 △기업과 연계한 채용조건형 계약학과 확대 △고등전문대 시범도입 등은 1월 13일 기재부, 고용부, 공정위, 국토부, 농림부, 해수부 등 6개 경제부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2015년 경제정책 과제’의 일환으로 보고됐던 내용들이다. 교육부가 이를 그대로 받은 것이다.
최근 들어 박근혜 대통령은 소통 없는 국정 운영과 복지 없는 꼼수 증세, 계속되는 경제 불황으로 청년 일자리 문제 등이 심각해지면서 지지율이 30%대로 폭락했다. 교육부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대학 정책을 시장주의 시각에서 다루고, 핵심 정책의 대부분을 ‘취업률 제고’에 맞춘 것은 어떻게든 지지율을 회복해 보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앞섰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청년 실업이 대학 전공과 산업체의 수요간 미스매치 탓?
물론 시장의 요구에 맞춰 대학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은 역대 정부에서도 꾸준히 있어왔다. 그러나 이번에 교육부가 내놓은 것만큼 전면적이거나 노골적이지 않았다. 교육부 ‘업무계획’과 ‘교육분야 주요과제 추진계획’을 보면, 향후 10여 년간 대학 정책이 ‘대학의 직업교육기관화’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교육부는 “공학․의학 계열은 인력이 부족하고, 인문사회, 예체능 및 자연계열은 초과 양성될 전망”이라는 고용부의 중장기 인력수급전망(’13~’23)을 근거로 ‘대학의 재구조화’를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2023년까지 대대적인 대학 구조조정을 예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을 중심으로 대학을 재편할 것인지 명확히 밝힌 셈이다. 결국 산업수요와 직결되지 않는 인문학이나 기초학문 학과들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 청년실업 문제는 전공에 따른 인력수급 미스매치 문제가 중심이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대학 구조조정 추진으로 인문과학 분야나 자연계열의 수학․물리․천문․지리 등 기초학문 분야의 입학정원은 2003년 대비 2013년 각각 9.8%, 43.3% 감소했다. 반면 경영․경제 분야나 공학계열의 정밀․에너지 분야, 의약계열의 치료․보건 및 간호학과 입학정원은 동일 기간 적게는 3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실업 문제는 완화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되고 있다. 14일 통계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청년층 실업률은 9%로 199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자리의 질도 나빠져 청년취업자 5명 중 1명은 1년 이하의 계약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11.2%에서 6년 만에 2배 가까이 높아진 결과다. 결국 핵심 문제는 절대적인 일자리 부족과 고용조건 악화이지, 대학이 산업 수요를 못 맞춰서 발생했다고 보기 힘들다. 대학을 직업교육기관화한다고 풀릴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지방대학과 전문대학의 몰락을 기정사실화
한편, 취업약정형 주문식 교육과정이나 계약학과, 특성화고-(전문)대학-기업이 연합하여 기업수요를 반영한 통합교육과정(가칭 고등전문대) 등은 이름만 달리할 뿐 이전 정부에서도 추진되어 온 정책들이다. 하지만 이 같은 교육과정 확대는 실습과 취업 사이의 과도기 노동 확산으로 이어져 ‘열정페이’ 등 또 다른 청년착취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고 교육과정 개선과 취업률 성과의 명암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지, 무분별한 제도 확대로 실적만 높이려 해서는 청년취업의 질만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지방대학 중심의 우수유학생 유치나 전문대학의 평생교육기관 전환, 성인 단과대학(학부) 신설 검토, 유휴시설과 퇴직교원을 활용한 문해교육 기회 확대 정책은 대학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방대학과 전문대학의 몰락을 기정사실화 한 대책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학생들로는 운영이 어려울 지방대학의 생존전략으로 유학생 유치를 추진하고, 지방대학 및 전문대학의 퇴출 통로로 평생교육기관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종합적인 대학 육성 정책은 실종된 채 유학생 유치나 평생학습체제 구축이 ‘대학 수명 연장 수단’으로 언급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행복교육, 창의인재 양성”을 정책 기조로 삼고 있다. 대학을 직업교육기관화해서는 행복도 창의인재도 기대할 수 없다. 대학은 산업현장에 곧바로 투입될 ‘인력’을 양성하는 기관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주도할 ‘인재’를 양성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청년 실업이 아무리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 해도 대학의 기본 목적마저 부정하려 해서는 안된다. 고등교육법이 밝히고 있는 대학의 목적은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함”이다.
‘5.31교육개혁안’ 체제 이후 새로운 패러다임 고민할 때
학령인구 감소와 고령화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 대학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물론 대학들에는 당장의 어려움이 될 수 있지만, 길게 보면 고등교육 전반의 공공성을 높이고 사학 중심 체제를 개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정부가 중장기적인 전망과 계획없이 숫자 맞추기 식의 정원 감축과 시류에 편승하는 정책에 매달리는 것은 우리나라 대학의 미래에 독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대표적 신자유주의 정책이라 할 수 있는 ‘5·31교육개혁안(1995년)’ 이후 20년간 질주해 왔다. 그 결과 초중등, 대학 가릴 것 없이 무한경쟁의 폐해 속에 양극화되고 황폐화되었다. 이제 ‘5·31교육개혁안’은 그 생명력을 다했다고 보아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 교육의 미래를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