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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5.01.23 조회수 :611
한국대학신문에 따르면, 전국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국총협)는 22일 회의를 갖고 ‘등록예치금’ 고지에 합의했다고 한다. 국총협은 법원이 기성회비는 법적근거가 없다고 판결하고, 국회에서 대체법이 만들어지지 않아 등록금고지서에 기성회비 항목 대신 ‘등록예치금’을 고지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국총협은 기성회 회계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 전까지 등록예치금을 일반회계로 편성하지 않고 ‘예치금’ 형태로 보유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총협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는 “등록예치금이 일반회계로 편성됐다 나오면 이는 국·공립대가 재정운영의 자율성을 스스로 던지는 모양새가 된다”고 한 국립대 총장의 발언에서 알 수 있다.
국총협은 또 “2월 국회에서는 반드시 기성회비 대체 법률을 제정해 달라”며, 국립대학 재정회계법 제정을 압박하는 성명도 발표했다.
2014년 12월 1일 국회 앞에서 반값등록금국민운동본부와 대학생들이 '기성회비를 수업료로 전환하여 통합징수하려는
정부의 정책에 대하여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이미지=참여연대 누리집)
국총협의 이번 결정을 형식적 측면에서 보면, 법적 미비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기성회비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근거로 보면 국총협의 이번 결정은 납득하기 힘들다.
대법원 최종 판단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1·2심 법원은 ‘국립대학들이 법률적 근거 없이 학생들에게 기성회비를 징수했다’며 기성회비 강제 징수를 사실상 불법으로 판결했다.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은 국립대학 설립 주체인 정부가 재정 지원 책임의 일부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떠넘겼기 때문이다. 지금도 국립대학은 기성회비에서 교직원 인건비성 경비와 공공요금의 일부를 부담하고, 심지어 정부 재산으로 등록될 자산 확충 비용까지 지출했다.
이런 비정상적인 재정 운영은 ‘국립대학 운영에 필요한 경비는 국고에서 부담한다’고 ‘국립학교 설치령(제20조, 대통령령)’ 조항이 신설된 2001년 이후에도 계속됐다. 전 세계에서 국립대학 교육비 부담이 이런 식으로 운영된 사례는 없다.
결국 장관 훈령으로 1963년부터 국립대 기성회가 발족된 이후 지금까지 학생과 학부모가 부담한 기성회비는 국립대학 설립 주체인 정부가 책임을 졌어야 했다는 말이다. 법원이 기성회비 판결의 부당성을 확인해 준 이상 정부는 과거 관행을 반성하고, 이제부터라도 국립대 교육비를 정부가 부담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것이 옳다. 박근혜정부가 외치는 ‘비정상의 정상화’에 가장 적합한 사례라 말할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국공립대 수장인 총장들도 법원 판결과 학생·학부모의 교육비 부담 고통을 생각했다면, 앞장서서 기성회비에 해당하는 예산은 정부가 부담하라고 요구해야 했다. 그런데도 국총협은 정부에는 한마디도 못하고, ‘국고에서 기성회비를 지원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계속된 부담만을 요구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예치금 문제도 그렇다. 국공립대학 회계 어디에도 예치금이란 용어를 명시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국총협은 예치금이란 명목을 만들어 골치 아픈 문제를 얼렁뚱땅 넘기려하고 있다. 우리 사회 지성의 상징이라는 대학 총장들의 행태라고는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
더욱이 국총협의 이번 결정은 그 동안의 국공립대학들의 모습을 봤을 때 교육부가 승인 또는 묵인하지 않고서는 하기 힘든 일 아니냐는 의심도 든다. 국립대학 재정회계법 제정을 추진해 왔던 교육부가 국총협을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국회에 법 제정을 압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이 제정된다하더라도 국립대학 교육비 부담 주체와 관련한 논란은 잠재울 수 없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기성회비와 관련한 법원 판결 취지를 가장 잘 살리는 방법은 수십년 동안 학생․학부모가 부당하게 부담해왔던 기성회비를 정부가 국고로 충당하는 것이다. 당장 국고로 기성회비 전액을 부담하기 어렵다면 기성회비를 폐지하고, 수업료와 통합하되 등록금 총액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면서 단계적으로 정부 부담을 늘려가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