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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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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시장주의 치달을 이명박정부 대학교육 정책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8.01.17 조회수 :399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1월 16일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 가운데는 교육인적자원부를 과학기술부와 통합해 ‘인재과학부’로 개편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무시하고 인재, 즉 엘리트만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조직 개편이라 할 수 있다. 전교조는 물론 이명박당선자에게 우호적이었던 한국교총과 뉴라이트계열 교육단체까지 나서서 강력 반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반발 직면한 ‘인재과학부’

 

인재과학부의 또 다른 의미는 기업체가 요구하는 학생들을 키워내겠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졸업 후 기업에 취직하기 때문에 기업 요구가 교육과정에 일정 부분 반영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대학 교육은 기업의 요구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에 대한 가치관 확립과 다가올 미래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포괄적 능력을 습득하는 과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기업의 요구만 반영되다보면 대학교육이 전인적 교육이 아닌 기능 중심의 교육으로 왜곡될 수밖에 없다. 정부조직 개편안이 발표된 날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가 전국 대학 교무처장들을 상대로 "기업이 바라는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면 대학도 결국 망한다"고 말한 것도 ‘인재과학부’란 명칭과 연계되면서 걱정를 낳게 만든다.

 

한편, 이명박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대학 강국 5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대학관치 완전 철폐 △취업 100% 대학 프로젝트 △맞춤형 대학생 지원 시스템 △2080 평생학습 플랜 △글로벌 연구지원 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언뜻 보면 그럴듯한 공약 같지만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대보다는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

 

대학 강국 5대 프로젝트

 

먼저 관치 철폐를 위해 입시관련 업무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로 넘기고, 재정 지원 기능도 한국학술진흥재단(학진)으로 넘기기로 했다. 그리고 정부의 대학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대학이 자생적으로 재원을 다양화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와 세제개혁을 추진키로 했다. 이와 함께 국립대학 법인화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당장 3불 정책과 관련해 수도권 주요 대학은 즉각 폐지를, 지방대는 단계적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교협은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예에서 보듯이 대학 사이에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린 입시 문제를 대교협이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교협도 이를 의식해서인지 대학에 권한을 대폭 위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입시가 완전한 대학 자율이 되면 본고사 도입은 시간문제가 된다.

 

학진으로 재정 지원 기능을 넘기고, 일정 지표를 산출해 이를 바탕으로 재정을 지원하는 포뮬러펀딩(formula funding)제도도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양극화 해소나 지방대학 육성 등과 같이 정부 정책 의지가 반영된 재정 지원은 포뮬러펀딩과 별개로 중앙 부서에서 집행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학이 자생적으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은 매우 걱정스럽다. 대학간 극심한 양극화와 별개로 무리한 투자가 발생해 대학 예산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크고, 대학 내에 무분별한 상업시설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립대학 법인화 추진의 방침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등록금 폭등의 예에서 보듯이 더 이상 언급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교육재정 마련 방안 없어

 

두 번째 프로젝트인 취업률 100%는 실현 불가능한 공약일뿐더러 이를 강제하기 위한 정책 역시 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공약 내용은 대학교육에 대한 평가·인증·퇴출 시스템을 구축하고, 취업률 높이는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대하며, 특성화 전문대학에 대한 수업연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퇴출이 본격화되면 사립대학이 개인적 영리추구의 수단으로 전락 것이고, 취업률 높은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발상이고, 대학 교육의 안정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전문대학 일부 학과의 수업연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은 전문대학 설립 목적을 망각하거나 육성정책이 없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세 번재 프로젝트는 맞춤형 대학생 지원 시스템 마련이다. △소득 2분위 이하 저소득층 대학생들에게 등록금, 생활비 등 제공 △근로장학금 확대 △소득 5분위 대학생까지 등록금 무이자 융자 △학자금을 소득연계형 융자제도로 전환 등을 밝혔다. 또 △개인의 대학기부금에 대해 10만원까지 세액 공제하도록 하고, 이를 교내 장학금으로 사용하도록 하며 △개인별로 평생학습계좌를 갖도록 한다는 것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정부는 국가교육재정 확보 계획을 밝히지 않아 공약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 이와 함께 등록금 관련 정책도 등록금 인상의 핵심 주체인 대학 자율성은 보장하되, 이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전형적인 미국식 신자유주의정책을 그 기조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이로 인해 대학생 등록금 지원 방침만 밝히고 있을 뿐 무리한 대학 등록금 인상 금지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따라서 다양한 지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등록금 폭등은 예견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외에 2080 평생학습 플랜과 글로벌 연구지원 시스템 도입도 취지는 긍정적이나 이전 정부가 추진하던 정책과 유사한 부분이 많거나 일부 추가된 내용만 있어 특별히 평가할만한 것이 없다.

 

걱정스러운 자율, 경쟁 그리고 실용

 

이명박정부의 교육정책 기조는 크게 보아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과 같다. 하지만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를 거치면서 신자유주의가 점차 확대된 것은 맞지만 이들 정부는 형식적이나마 국가와 사학법인, 대학 당국의 책무성을 강화하는 입장을 취했었다.

 

그런데 이명박정부 인수위 정책 기조를 보면 책무성 강화라는 최소한의 입장 표명도 없이 그 자리에 ‘실용’을 집어넣었다. 이에 따라 이명박정부 대학교육 정책이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긴다’는 극단적 신자유주의로 치닫게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판단의 배경에는 이명박정부 인수위 교육정책 핵심 담당자들이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시발이 되었던 김영삼정부의 교육정책을 만들었던 인사들이란 점도 작용한다.

 

이명박정부 집권 5년은 대학구성원들에게 매우 잔인하게 다가올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대학 공공성 제고와 올바른 교육개혁을 유도하기 위한 방도를 찾는 것은 대학구성원들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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