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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후불제보다 인상억제 법제화가 우선돼야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7.11.20 조회수 :387

2008년부터 대학 등록금 후불제가 도입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11월 2일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국회재정경제위원회의 재정경제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등록금 후불제를 내년도 경제운영 항목에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고 있지만, 예산을 쥐고 있는 재경부가 적극적인 입장을 밝힌 이상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등록금 후불제 현실화될 듯

 

등록금 후불제는 국가가 대학생들의 등록금을 선납하고 대학생이 졸업한 뒤에 이를 갚도록 하는 제도다. 호주에서는 1989년부터 대학생이 졸업한 뒤 소득이 3만6천달러 이상 되면 상환하고, 이자율은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연계된 등록금 후불제가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등록금 후불제가 공론화된 것은 2006년 2월 대학 등록금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전국교수노동조합이 처음으로 제기하면서부터다.

 

교수노조는 당시 성명을 통해 “등록금 인상시비에 따른 사제관계의 훼손 방지와 저소득층 출신 학생들의 교육기회 확대”를 위해 “대학에 다니는 기간에는 일체의 등록금을 납부하지 않고, 졸업을 하고 난 후 일정한 연봉을 받는 직장에 취직이 되었을 때 졸업자 세금을 내는 방식”의 등록금 후불제를 도입하자고 요구했다.

 

등록금 후불제는 그 동안 학생단체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등록금 인상 반대’를 넘어 대학 등록금의 본질적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고등교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한 부모 소득 수준이나 학력, 거주 지역 등에 따라 나타나는 교육기회 격차와 이로 인한 대학 입학 기회의 격차를 해소함으로써 사회적 양극화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갖게 한다.

 

등록금 후불제로 인한 문제

 

하지만 등록금 후불제가 갖는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신중히 검토되어야 할 부분이 많다. 우선 가장 우려되는 점은 정부의 교육재정 확보 노력 회피 가능성이다. 역대 정권은 선거 때마다 GDP 몇 퍼센트 규모의 교육재정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으나 한 번도 제대로 지킨 적이 없었다. 이는 참여정부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면서 이들은 학자금 융자를 통해 국가교육재정 확보와 등록금 인상 반대라는 학생들의 반발을 무마시켜 왔다. 정부는 학자금 융자를 통해 국가교육재정 규모를 늘리고 있지만, 학자금 융자는 학생들이 나중에 다시 갚아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확보한 교육재정으로 보기 어렵다.

 

등록금 후불제도 학생들에게 채권을 발행하고, 만기가 도래하면 원금과 이자를 상환 받는 제도다. 그런데 그 예산을 정부가 마련하기 때문에 등록금 후불제가 도입되면 국가교육재정 규모는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결국 교육재정 부담 책임을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떠넘기면서 생색은 정부가 내는 기막힌 상황에 이르게 된다.

 

등록금 후불제 도입에 따른 또 다른 우려는 무차별적인 등록금 인상 가능성이다. 등록금 후불제가 도입되면 대학 당국은 학교 발전 등을 명분으로 등록금을 대폭 인상할 것이다. 등록금을 인상하더라도 해당 시기의 직접적인 부담은 학생들이 아닌 정부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학생들도 당장 내야 할 돈이 아니라는 생각에 지금과 같이 강력하게 반발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학 등록금은 몇 년 지나지 않아 우리보다 2~3배 많은 미국 사립대학 수준으로 인상될 것이며, 학생들의 상환 부담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증가할 것이다.

 

정부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호주와 같이 일정 소득 이상 되는 취업자들에게만 상환 부담을 지우는 방식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등록금 후불제 혜택을 받은 모든 학생들은 졸업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상환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교육부가 11월 16일 발표한 대학 취업률 현황을 보면, 전체 취업률은 76.1%였으나, 이 가운데 정규직 취업률은 56.8%에 불과했다. 대학 당국의 뻥튀기 신고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취업률은 이보다 낮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비정규직의 폭발적인 증가는 대학 졸업생들이 취업하더라도 저임금에 시달릴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등록금 후불제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졸업생들이 이를 상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제 2005년 2학기부터 도입된 학자금 융자의 경우 시행 2년만인 2007년 7월 현재 1개월 이상 연체자가 2만 5천여 명에 이르고, 연체 또는 신용불량 등을 이유로 3만여 명이 학자금 대출을 거부당하기도 했다. 만약 졸업생들이 등록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이들은 모두 신용불량자가 되고, 정부의 부실 채권 규모는 갈수록 커질 것이다.

 

등록금 인상 억제 법제화가 더 시급해

 

등록금 후불제는 해마다 폭등하는 등록금 인상에 따른 사회적 문제를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한다 하더라도 그 대안이 등록금 후불제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등록금 후불제 논의를 계속해 나간다 하더라도 이와 별개로 당장 급한 등록금 인상 문제 해결을 위한 선행 조치들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해 3월 미국 하원이 지난 3년간의 평균 물가인상률보다 2배 넘게 등록금 인상률을 책정한 대학은 제재한다는 요지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추진한 바 있듯이 우리 정부와 국회도 이와 같은 내용의 법안을 입법해야 한다.

 

여기에는 대학들이 비합리적인 이유나 물가인상률 이상으로 등록금을 과다 인상했을 경우 그 사유를 대학평의원회와 교육부 등에 제출하고 심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되어야 한다. 아울러 대학들의 극심한 뻥튀기 예산 편성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과 일정 금액 이상의 이월.적립금을 쌓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등록금 후불제 도입에 앞서 정부 차원의 국가 교육재정 확보를 통해 전체 고등교육기관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 궁극적으로 대학이 무상교육이 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부경대학교 신문사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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