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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3.07.14 조회수 :680
지난 6월 27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경주 힐튼호텔에서 ‘2013년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를 열고 대정부 건의문을 채택했습니다. 대학 총장들이 고등교육 발전 방안을 모색하고, 대정부건의문을 채택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요.
그러나 이런 내용과 별개로 고민해 봐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대교협의 이번 세미나가 특급호텔에서 열렸듯이 대학 총장 모임을 비롯한 전국 단위 대학 관계자 모임이 유독 고급호텔에서 자주 열린다는 점입니다.
대학 관계자들은 유독 고급호텔을 좋아한다?
대교협이 올해 초 개최했던 정기총회도 서울 쉐라톤워커힐 호텔에서 진행됐고, 지난해 하계 대학 총장 세미나 역시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진행됐습니다. 모두가 특급호텔들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일들이 비단 대교협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는데 있습니다.
대학과 관련한 전국 단위 관계자 모임은 총장협의회, 부총장·학장·대학원장 협의회, 처(국)장 협의회, 팀(과)장 협의회 등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래서 대교협은 이런 모임을 취합해 연도별 ‘전국대학 직능단체 현황’ 자료집까지 발간합니다.
그런데 "2012년 전국 대학 직능단체 현황" 자료에 나온 대학 직능단체의 주요 행사 장소를 살펴보면, '전국 국·공립대학 총장협의회'는 2012년 4차례 진행된 정기총회를 모두 호텔에서 진행했으며, '대구·경북지역대학 교육총장협의회' 또한 세 번의 월례회의를 모두 호텔에서 진행했습니다. '전국대학교 부총장협의회'는 봄·가을 정기총회 모두 제주도 호텔에서 진행했으며, '전국교육대학원장협의회' 또한 하계·동계세미나를 제주도 호텔에서 진행했습니다.
이 밖에도 '전국대학교 국제처장협의회', '전국대학교 기획처장협의회', '전국대학교 사무·총무·관리·재무처(국)장협의회의', '한국사립대학교 도서관협의회', '전국사립대학재정관리자협의회', '전국대학교 학생과장협의회' 등 수많은 직능단체들의 행사가 호텔에서 개최됐습니다.
전국 단위 행사 3번 중 2번 호텔 이용
최근 3년간 전국 대학 직능단체들의 주요 행사장소를 분석한 결과, 대학 직능단체들의 총회·세미나·워크샵 등의 행사가 3번 중 2번꼴로 호텔에서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2010년 대학 직능단체들이 각종 행사를 호텔에서 연 횟수는 63회로 분석 대상 전체 행사(98회)의 64.3%를 차지했습니다. 2011년은 더욱 높아져 76.5%(62회/81회)에 달했으며, 2012년 또한 68.9%(82회/119회)였습니다.(<표-1>참조)
<표-1> 최근 3년간 대학 직능단체 행사개최 장소 현황 | ||||||
구분 |
호텔 개최 |
기타장소 개최 |
소계 | |||
개최횟수 |
비율(%) |
개최횟수 |
비율(%) |
개최횟수 |
비율(%) | |
2010년 |
63 |
64.3 |
35 |
35.7 |
98 |
100.0 |
2011년 |
62 |
76.5 |
19 |
23.5 |
81 |
100.0 |
2012년 |
82 |
68.9 |
37 |
31.1 |
119 |
100.0 |
합계 |
207 |
69.5 |
91 |
30.5 |
298 |
100.0 |
주1) 「전국 대학 직능단체 현황」에 수록된 주요 행사 중 총회, 세미나, 워크샵, 컨퍼런스, 연수회 등 국내 행사를 대상으로 함 주2) 임원회, 이사회, 운영위원회, 자문위원회 등 대표자 회의 및 장소 미기재 행사 제외 주3) 연도별 직능단체 수 : 2010년 59개, 2011년 61개, 2012년 62개 |
제주지역 이용 유독 많고, 이용 횟수 높은 상위 10개 모두 특1급
또한 이 기간 대학 직능단체들이 행사를 개최한 호텔들 가운데, 이용 횟수가 높은 상위 10개 호텔 비율이 69.6%에 달하고 있으며, 이들 모두 특1급 호텔들입니다.(<표-2>참조)
대학관계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다는 제주라마다 프라자호텔 전경(이미지=제주라마다프라자호텔 누리집 갈무리)
이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최근 3년간 개최한 행사 207회 중 제주도 지역이 121회(58.5%)로 가장 많았으며, 뒤를 이은 서울지역(31회, 15.0%)과 큰 격차를 보였습니다.(<표-3>참조)
<표-3> 최근 3년간 대학 직능단체 행사개최 호텔 지역별 비율 | ||
지역별 |
개최횟수 |
비율(%) |
제주 |
121 |
58.5 |
서울 |
31 |
15.0 |
대구경북 |
24 |
11.6 |
부산경남 |
13 |
6.3 |
충청 |
11 |
5.3 |
강원 |
4 |
1.9 |
광주전남 |
2 |
1.0 |
경기 |
1 |
0.5 |
합계 |
207 |
100.0 |
※ 자료 : 전국 대학 직능단체 현황(각 연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누리집(http://www.kcue.or.kr/index.htm) |
앞서 소개한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가 그렇듯 올해도 대학 관계자들의 호텔 이용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도 세미나 및 임시총회를 전남 여수 MVL 호텔(6월 14일)에서 진행했고, '전국입학사정관협의회' 정기총회는 대구 인터불고엑스코 호텔(6월 19일), '전국대학교 교무처장협의회' 하계세미나는 목포 신안비치 호텔(6월 26일), '전국대학교 사무·총무·관리·재무처(국)장 협의회' 하계총회는 제주 라마다 호텔(7월 3일), ‘한국대학홍보협의회’는 동계세미나와 정기총회를 제주 그랜드 호텔(1월 23일, 6월 19일)에서 진행했습니다.
대학 관계자들이 이처럼 고급 호텔을 자주 이용하는데는 그들의 사회적 지위와 모임 장소의 편리성이나 보안성 등이 고려된 조치라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무조건 비난할 생각도 없습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방식이 최선일지는 의문입니다.
대학 시설 이용 등과 같은 합리적 개선책 마련해야
대교협은 지난 6월 27일 세미나에서 대정부 건의문을 냈는데, 이 가운데는 "등록금 인하 및 동결 정책이 지속되면서 대학재정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으며, 교육의 부실화와 경쟁력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고 지적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대학 현장에서는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지출이 줄어들고 있고, 일부 대학은 연간 수업시수마저 줄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대학 총장이나 관계자들이 고급호텔을 이용해 모임을 개최한다는 것을 선뜻 이해하기 힘듭니다. 고급호텔 숙박료나, 비행기․승용차와 같은 교통비 등과 같은 참가 비용이 모두 등록금이 주 수입원인 대학에서 지급되기 때문입니다. 대학이 공개한 회계자료로는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소요 비용을 산출하기 힘들지만, 대교협 관련 모임이나 직능단체 모임 수를 보면 대학당 연간 최소 수백만원 이상 지출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국대학에서 지출된 액수를 모두 모으면 얼마나 될까요?
그러나 생각만 조금 달리하면 굳이 고급호텔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회의를 진행할 수 있고, 예산 절감과 함께 호텔을 이용할때보다 오히려 더 많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방안도 있습니다.
국제 회의시설 등을 갖춘 대형 강당이나 건물을 보유한 대학도 상당수고, 게스트하우스나 민자기숙사가 건립되면서 숙박 또한 고급시설을 갖춘 곳도 많습니다. 고급 숙박시설이 없다면 일반 기숙사를 이용하면 또 어떻습니까? 방중에 회의를 개최한다면 충분이 이러한 시설을 이용해서 회의를 개최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사립대 총장협의회’가 이미 두 차례 총회를 대학에서 진행한 사례도 있습니다.
이런 행사가 대학에서 개최된다면 해당 대학은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고, 모임 참석자들은 비용 절감과 함께 다른 대학들을 둘러보면서 벤치마킹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학생들이 이용하는 강당이나 기숙사 시설 등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그들과의 소통이나 대학 운영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