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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없고, 잘못된 사학 적립금 규제 완화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7.11.09 조회수 :517

교육부가 11월 5일 사학 적립금 규제 완화로 고등교육 재정 확충 방침을 밝혔다. 그 동안 정기예금 등으로 예치·관리했던 사립대 적립금을 오는 12월부터 주식 등 수익성 높은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향후 사립대는 적립금을 머니마켓펀드(MMF), 채권, 주식 등의 다양한 수익증권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무분별한 투자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해 수익증권에 대한 투자 한도를 적립금의 2분의 1로 제한하고 증권 투자의 범위 및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리스크를 최대한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교육부 조치로 금융권에선 사립대 적립금에 눈독을 들이며 자금 유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개별 대학과 대학의 재무담당자, 관련 협의회를 쫓아다니며 투자설명회를 열고 자금 운용 노하우에 대한 강의도 실시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대학기금을 타깃으로 설계한 ‘자산배분 전략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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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사립대학 적립금을 수익성 높은 금융상품에 투자할 경우 수익 증가액 추정치가 연 1,885억원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미지=교육부, 보도자료 갈무리)


하지만 교육부의 이번 조치는 실효성 없고, 잘못된 결정이다. 교육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사립대 보유 적립금 6조 5,122억원 중 50% 정도를 수익증권에 투자할 경우 정기예금 대비 1,800억원 정도 추가 수익이 예상돼 등록금에 의존하던 사학재정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 주장은 글자 그대로 수익 증대 최고치를 적용한 숫자 놀음에 불과하다.

 

특히 최근 들어 세계 경제가 악화되고 유가가 급등하면서 주식 시장이 춤을 추고 있는데, 대학들이 무턱대고 주식 시장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렇게 되면 대학에 직접적인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 이는 서울 모 대학이 지난 2000년 8월부터 2002년 5월까지 교비 150여억원을 모 증권사에 투자했다가 20여억원의 손실을 입었던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물론 교육부는 주식 이외의 다양한 수익증권에도 투자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여러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재정 규모가 큰 사립대학들은 이미 각종 펀드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손익여부는 전혀 알려진 바 없다. 교육부가 실태조사조차 제대로 안했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교육부가 안정성이 최우선인 교비회계와 대학운영 보조비 성격을 띤 법인회계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가 사립대학 재원 확충을 그리도 고민했다면, 사학 재정 운영 실태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했다.

 

교육부가 보도자료에서 밝혔듯이 우리나라 사립대 법인은 06년 현재 5조 1,417억원을 수익용기본재산으로 보유하고 있고, 이 가운데 43.6%인 2조 2,415억원은 수익사업체, 그리고 30.6%인 1조 5,691억원을 토지로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보유액 대비 토지 수익률은 0.4%에 불과해 유형별 수익용기본재산 가운데 수익률이 가장 낮고, 법정 기준 수익률인 3.5%에도 훨씬 못미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수십 년째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는 동안 토지 평가액은 천문학적으로 인상되어 사학법인 자산 규모 역시 그만큼 커졌다. 이는 사학법인들이 수익용 토지를 통해 땅투기하고 있다는 비판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지난 수년간 저소득 토지 매각을 통한 고수익 사업으로의 전환을 요구했던 교육부 지침을 어긴 것이다.

 

따라서 교육부가 사학 재정 확충을 고려했다면 수익용기본재산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와 함께 저소득 토지를 강제 매각하여 고소득으로 전환을 유도하는 개선책을 우선 내놓아야 했다. 백번 양보해 교비 적립금의 수익증권 투자를 허용하더라도 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적립금부터 먼저 시행해 보고, 그 결과에 따라 교비 적립금 운영 개선 방안을 내놓아도 늦지 않을 것이다.

 

이와 함께 교육부의 이번 조치는 적립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대학의 학생등록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실제 대학 평가가 강화되면서 노골적으로 적립금 규모 확대를 등록금 인상 요인으로 내놓았던 대학도 있었다. 따라서 교육부가 사학재정 확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건주의식이 아닌 다양한 분야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와 개선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국가교육재정 확충, 등록금 인상 상한제 입법화, 적립금 규모 제한, 수익용기본재산 운영 전면 개편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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