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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7.10.04 조회수 :448
교육부는 지난 9월 21일 ‘2008년도 교육인적자원부 소관 예산안 및 기금운용 계획안 개요’를 발표하면서 ‘고등교육재정 1조원 투자 계획’을 포함시켰다. 언론보도도 호의적이고 대학구성원들의 여론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육부 예산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한 결과 사실과 다르거나 재정 운영에 심각한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다.
교육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소외계층 고등교육 기회 확대(2,525억원) △대학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력 제고(1,800억원) △교육력 향상 및 우수인력 양성지원(1,722억원) △2단계 지역균형발전 사업(955억원) △기타 현안 사업(2,998억원) 등으로 고등교육재정 1조원을 추가 확보하여 고등교육관련 예산을 3조7,000억원에서 4조7,000억원으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이들 사업에는 △우수인력양성대학교육역량강화(1,300억원) △세계적수준의선도대학육성(1,000억원) △기초생활수급자장학금(800억원) 등 9개 분야 4,010억원 규모의 신규 사업이 포함되어 있다. 고등교육예산을 늘리기 위한 교육부 노력의 결과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추가 확보했다는 1조원의 세부 내역을 보면 뻥튀기 된 부분이 있다. 우선 ‘기타현안 사업비’ 2,998억원 가운데 서울대 농생대 실험목장 이전 사업인 ‘그린바이오첨단연구단지조성’ 사업비가 전년 대비 300억원 증액 된 것으로 나왔으나, 세부 내역 확인 결과 07년 358억원에서 08년 350억원으로 8억원 삭감되어 300억원이 증액된 바 없다. 또한 ‘국립대병원 지원비’를 327억원 증액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는 254억원 증액된 것에 그쳤으며, 국립대시설비 지원도 859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는데, 1,006억원으로 150억원이 뻥튀기 되었다.
사학진흥재단의 사립대 기숙사 확충 융자 지원도 500억원 증액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는 비슷한 성격의 사학시설자금 융자 예산이 전년대비 250억원 삭감되어 이를 고려하면 250억원 증액된 것에 불과했다. 이 밖에도 교육대학 육성 및 원어민 강사 지원 예산 실제 증액은 68억원에 불과한데 182억원을 증액했다고 밝히고 있다. 의욕이 앞선 나머지 교육부가 ‘오버’ 한 것이라 표현하기에는 실제보다 뻥튀기 된 1,000억여원의 액수가 너무 크다. 억지로 짜맞추려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1조원 사업비 가운데 가장 호평을 받은 기초생활수급자 장학금 사업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교육부는 확보된 800억원으로 2008년부터 수능 6등급 이상 기초생활수급 가정 대학 신입생 1만 8,648명에게 연 429만원의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 07년 국립대 등록금 평균 액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정부 차원에서 가난 대물림 방지와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무상장학금을 지급키로 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학생 1인에게 지급되는 장학금 액수가 너무 적다. 교육부가 예측한 통계에서도 국립대학 기초생활수급 대상 학생 비율은 15%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85%는 사립(전문)대학에 입학한다는 얘기다. 물론 교육부는 사립대학에 입학할 경우 부족한 학비는 학자금 무이자 대출시 우선 선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와 함께 아쉬운 부분은 교육부가 학자금대출보증 예산을 기초생활수급대상 학생 장학금보다 2배나 많은 1,615억원이나 증액시킨 것이다. 물론 학자금 융자를 통해 더 많은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겠다는 생각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 학자금 융자가 처음 시작된 05년 2학기 400억원 규모에서 시작해 2년만에 4배로 늘린 것은 ‘무상장학금’ 보다 ‘수익자부담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정부 정책 기조를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07년 현재 6개월 이상 연체한 인원이 600명을 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과 같은 정부의 ‘묻지마’ 학자금 융자 예산 확대는 몇 년 안에 심각한 사회 문제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1조원 사업비의 다른 문제점은 대학간 차등을 더욱 노골화시키는 것이다. 교육부는 ‘세계적 수준의 연구 선도대학 육성’을 위해 10~15개 대학을 선정 1,000억원을 지원하고, 대학 및 전문대학을 30개교씩 선정해 각각 700억원과 6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지방대 특화분야 육성을 위해 시·도별로 1~2개 대학을 선정하여 모두 400억원을 지원하고, 지방대-출연연구소간 전략적 제휴 사업단 10개를 선정하여 모두 25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들 사업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BK21사업이나 NURI사업, 산학협력중심대학사업 등과 내용 및 선정 방법이 유사해 선정 결과도 비슷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교육부가 논의하고 있는 2009년 이후 ‘고등교육재정사업 재설계’ 내용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교육부는 NURI사업, 수도권특성화사업 등과 같은 5개 특성화사업과 세계적연구중심대학 교육연구기반조성 사업 등 2개 포괄지원사업을 09년 이후 하나로 통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대상에 교육부가 08년 신규 사업으로 내놓은 △세계적수준의선도대학육성(1,000억원) △우수인력양성대학교육역량강화(1,300억원) △지방대학특화분야육성(400억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 무려 2,700억원의 예산을 일년간 지원하다 말거나 다른 사업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이는 교육부의 고등교육지원사업 계획이 얼마나 엉망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교육부 고등교육재정지원 사업과 예산 지원 방식 및 내용이 시급히 재검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