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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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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협, 시류 편성해 ‘오버’하나?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7.08.28 조회수 :447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허위 학위 및 학력문제와 관련하여 9월 1일부터 학력검증대행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대교협은 ‘학력검증추진단’을 설치해 기업체와 대학에서 학력검증신청을 할 경우, 학사 및 석·박학위의 진위 여부와 졸업 여부 등을 확인해 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때 소요되는 실소요 경비는 신청기관이 부담하도록 할 계획이다.

 

대학총장들의 모임인 대교협이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짜 학위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기로 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는 27일자 거의 모든 언론이 이 사실을 앞다투어 보도한데서도 드러난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가짜 박사 학위 문제는 국가적 차원이든 개별 대학 차원이든 합리적인 검증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는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언론에서 논란이 되고 있듯이 학위 검증 주체를 정부로 할 것이냐, 개별 대학으로 할 것이냐, 정부 차원에서 시행한다면 외국 박사학위 신고를 받고 있는 학술진흥재단에서 할 것이냐, 아니면 별도의 조직에서 할 것이냐, 그리고 소요되는 비용은 어떻게 충당할 것이냐 등에 대한 논의가 우선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왜 개별 대학 차원의 교원 학위 검증까지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하느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특히 대학 자율을 앞장서서 주장하던 일부 주요 대학들이 학위 검증은 정부 차원에서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논란이 될 수 있다. 때문에 교원 학위 검증 시스템을 마련하는 과정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합리적인 논의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언론에서 한 건 하려고 앞다투어 보도하듯이 접근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대교협의 이번 발표가 타당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우선 ‘한국대학교육협의회법’에 따르면, 대교협은 대학의 △교육제도와 그 운영 및 학생선발제도에 관한 연구개발 △재정지원책 및 그 조성방안 △교육과정 및 교수방법의 연구개발과 보급 △평가 △교·직원의 연수 △교육부장관이 위탁하는 사업 수행 △기타 대학상호간의 협동에 관한 업무 시행 등으로 그 기능이 국한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기업체와 대학에서 요청할 경우 학력검증을 대행해 주겠다’는 대교협의 이번 발표는 해당 법을 위반한 월권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교협이 현행 법 체계 안에서 ‘학력검증’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교육부와 협의를 거쳐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을 통해 시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과거 정책 협의를 할 경우 공동 보도자료를 냈던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에 대교협은 교육부와 협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교협은 법에서 규정한 ‘대학 상호간의 협동에 관한 업무’ 영역에서 추진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대상을 기업체까지 포함시킨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

 

특히 회원 대학 회비와 정부 보조금 등을 주요 재원으로 운영하고 있는 대교협이 별도의 수수료까지 받아가면서 학력검증을 하겠다는 것도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수수료 책정 근거와 적정액 산정 그리고 회비를 내고 있는 회원 대학에 별도 수수료를 징수하는 것에 대한 타당성, 그리고 대학을 넘어 기업 등을 상대로 결과적으로 수익사업을 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 등이 그것이다.

 

대교협이 이러한 우려를 예상하지 못하고 이번 내용을 발표했다면 시중 여론에 편성한 한건주의식 ‘오버’이고, 알면서도 그랬다면 대학 자율 확대와 고등교육평가원 설립 추진 등으로 옹색해진 조직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의도적 행위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 것이다.

 

대학 교원의 학력검증은 반드시 필요하고 또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대교협 같이 논란이 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한 내용을 서둘러 대책으로 발표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부와 대교협 및 학술진흥재단 그리고 대학 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앞서 제기했던 논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외국 시스템 사례 수집, 외국 제도의 국내 도입 타당성 여부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합리적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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