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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7.07.26 조회수 :417
교육인적자원부는 6월 24일,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제정(07.05.25)에 따라 하반기부터 건국대, 경북대 등 전국 10개 대학에서 정보공시제를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시범운영은 특례법 시행령 제정과 대학정보공시제 전면 시행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이미 교육부는 정책연구를 위탁하고, 시행령 제정 추진위원회를 운영 중에 있다.
대학정보공시제 도입은 2004년 12월, ‘대학구조개혁방안’을 통해 처음 발표되었다. 즉, 대학정보공시제는 대학 운영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정보공개 확대 차원에서 추진된 것이 아니다. 대학구조개혁 촉진을 위한 제도보완 측면에서 추진된 정책이다.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방안’에서 “학생등록률 등 공시된 지표를 활용하여 대학의 위기 수준을 사전에 경고함으로써 대학의 자발적인 구조개혁을 유도”하겠다고 했으며, “학생수 격감 등의 사유로 해산•합병하는 경우 출연재산의 일부를 환원”해주는 사학퇴출제도와 함께 사립대학의 주요 구조조정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번 보도자료에서도 교육부는 “교육•연구여건, 취업률, 신입생 충원률 등 주요 정보 공개로 대학간 경쟁을 통해 대학구조개혁을 가속화하는 것”을 정보공시제 도입 취지로 설명하고 있다. 퇴출 대학 선정 방식으로 정보공시제를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정보공시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신입생 충원율과 취업률 항목이다. 다른 항목은 대학 교육여건에 대한 정보제공으로 그 긍정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신입생 충원율과 취업률은 대학의 내실과 관계없이 시장수요 충족 여부만이 기준으로, 퇴출 대학을 골라내는데 악용될 우려가 크다. 실제 수도권 대학 중에는 교육여건이 매우 열악함에도 신입생 충원율이 100%를 상회 대학이 상당수다. 하지만 지방대학들은 상대적으로 교육여건이 나아도 신입생 충원율이 100%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의 교육•연구 여건보다 수능점수로 서열화 된 대학의 순위나 지방에 대한 차별 등 외부적 요인이 대학 선호도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률 또한 시장의 수요 등 외부 요인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지표로 대학의 자구노력만으로 개선하기는 어려운 항목이다. 따라서 섣부른 전공별 취업률 공개는 학문간 구조조정을 촉진시켜 가뜩이나 기초학문이 붕괴되어 가고 있는 대학의 현실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
‘전임교원의 연구 성과’나 ‘교원의 연구, 학생에 대한 교육 및 산학협력 현황’ 항목 공개에도 위험요소는 있다. 대학의 연구•교육 지표 공개가 지나치게 기업의 요구에 치우쳐 시장원리에 따른 학문 및 교수 구조조정을 촉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학 기초학문의 연구•교육 여건을 더욱 열악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특히 산업체연계 교육과정 개설 현황, 교수업적평가시 산학협력 활동 반영 비율 등 ‘교원의 연구, 학생에 대한 교육 및 산학협력 현황’ 정보 공개는 애초 한나라당 이주호의원 발의 법안에도 없었던 항목이다. 교육부가 대학정보공시제를 산학협력 정책 확산에 활용하려는 의도다.
물론 대학의 정보공개는 그동안 폐쇄적으로 운영되어 왔던 대학운영을 개선시킨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예•결산 내역’, ‘교육과정 편성’ ‘전임교원 현황’ 등의 항목은 공시 범위나 내용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학교 발전계획 및 특성화 계획’ 또한 일부 대학에서 공개하고 있기는 하나 추상적인 개념도 정도로 정보의 활용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구체적인 시안 제시를 통해 공개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결과중심의 정보공개는 대학구조조정에 활용할 수는 있어도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가져올 수 없다. 더구나 신입생 충원율이나 취업률과 같은 시장수요 중심의 정보공개는 왜곡된 대학서열화를 더욱 공고히 하고, 군소 규모 지방대학의 퇴출을 통한 지방공동화를 더욱 가속화시킬 우려가 크다.
교육부는 이번 대학정보공시 세부항목에서 취업률 및 신입생 충원률 지표를 제외시켜야 한다. 대학의 교육•연구 여건 지표 공개 또한 지나치게 산학협력 중심으로 치우지지 않도록 학문별 특성에 맞는 공시 지표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정보공개의 내용과 방식뿐만 아니라 그 결과의 활용방안에 있어서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교육부는 정보공시제를 대학 퇴출의 칼날로 휘두르기보다 우리나라 대학의 연구•교육 여건을 세밀히 파악하고, 대학별 상황에 맞는 지원•육성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정보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