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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7.06.28 조회수 :396
김신일 교육부장관은 6월 26일, 청와대에서 대학 총ㆍ학장 153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대학총장 토론회에서 고등교육의 전략적 발전방안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교육부는 △가난해도 능력있는 사람은 누구나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가난의 대물림을 방지하기 위해 ‘기회균등할당제’를 도입하고 △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 10개교(수도권 5, 지방 5)를 육성하며 △교육력 제고 및 산업 현장적합성 높은 대학을 지원하고 △지역발전을 선도하는 지방대학을 육성하여 국가 균형발전을 도모하며 △정보공개, 구조조정 촉진 및 고등교육 재원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내용은 새로울 것이 별로 없다. 일부 신규 사업이 있다고는 하지만 ‘선택과 집중’에 따른 기존 대학구조조정 사업의 연장선상에 있는 정책들이기 때문이다.
발표된 내용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기회균등할당제’ 정도다. 양극화가 날로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적 약자의 대학진학을 정부가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장학금까지 지급하겠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이에 대해 수구언론을 비롯한 한나라당은 다양한 이유를 대며 무차별 공격하고 있다. 평준화 정책을 비롯해 지속적으로 내세우는 논리이니 크게 생각할 일은 아니라 본다.
그런데 이해하기 힘든 것은 정부의 이중적 행태이다. 대다수 고등교육정책은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가면서 ‘기회균등할당제’ 같은 생색내기 정책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이번 발표에도 나왔지만 정부는 대학을 극소수 연구중심대학과 지역발전 선도대학, 산업인력양성 대학 등으로 재편하려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대학지원도 차별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교육부가 지방대 육성 성과를 ‘자랑’하려고 이번 자료에서 공개한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2003년 교육부 주요 재정 지원 사업비 가운데 지방대에 지원되었던 국고 비율이 69.3%였다. 그런데 2004년에는 69.6%, 2005년 69.8%로 거의 변동이 없었으나, 2006년에는 63.1%로 낮아졌다. 반면 수도권 대학 지원금은 2003년 30.7%에서 2006년 36.9%로 높아졌다.
‘선택과 집중’에 기반한 참여정부 교육정책은 대학간 경쟁을 심화시키고 대학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학생등록금을 폭등시키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이미 열집 중 한집 이상이 연 소득을 모두 모아도 자식 한 명의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참여정부의 시장주의 교육정책으로 돈 없는 학생의 대학 진학이 불가능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국립대학 법인화와 전문대학원 도입이 그렇다. 국립대학은 정부가 저렴한 학비로 국민들의 교육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설립한 것이다. 그런데 국립대학이 법인화되면 등록금은 천문학적으로 인상되어 사립대학과 별반 차이가 없게 될 것이다. 전문대학원 역시 일 년 등록금이 수천만 원에 달해 일반인들은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자금 대출 액수를 대폭 늘렸으나, 학생들이 졸업 후 상환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가 시장주의 정책을 계속하면서 ‘기회균등할당제’ 같은 정책을 내놓을 경우 그것의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면피성, 생색내기용 정책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집권 8개월여를 남겨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이를 발표하고,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도 없이 엄청난 규모의 교육재정 증액 방침을 밝힌 것도 의도를 의심받기 충분하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