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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7.05.22 조회수 :435
상지대 임시이사들이 정식 이사를 선임한 것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7. 5. 17. 선고 2006다19054 전원합의체)이 나왔다. 5월 17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황식 대법관)는 김문기 전 상지학원 이사장이 "임시이사들이 일방적으로 정이사를 선임한 것은 부당하다"며 이 학교를 상대로 낸 이사선임 무효 확인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대법관 8대 5의 의견으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판결의 요지는 △ 퇴임한 최후의 정식이사들은 학교법인의 자주성과 정체성을 대변할 지위에 있어 정이사 선임과 관련하여 이해관계를 가지므로 임시이사의 정이사 선임에 관해 무효확인을 구할 자격이 있으며 △ 임시이사는 교육부에서 임시적으로 파견한 위기관리자로서, 학교법인 운영에 관하여 정이사와 동일한 권한을 갖는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정이사를 선임할 권한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사학의 공공성에 대한 대법원의 무지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먼저 대법원은 사실상 임시이사 파견 제도의 취지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 임시이사는 학교법인의 정상적인 학교운영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정부가 파견하는 이사로 그간 사학의 부정·비리를 해소하고 건전한 운영을 유도하는 유력한 방도가 되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임시이사의 성격을 임시적 위기관리자로 제한했으며 이를 근거로 임시이사의 정이사 선임을 불허했다. 따라서 이번 판결대로라면 임시이사는 학교운영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주체가 아니라 잠시 학교운영의 공백을 메꾸기 위한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오죽하면 이번 판결에 반대의견을 제출한 대법관들이 이번 판결은 사립학교법의 해석 또는 법률의 적용에 있어서 입법행위에 버금가는 월권행위라고 했겠는가.
또 하나, 교육용자산을 이용한 부동산투기·교직원 대량해직·입시부정 등 온갖 부정·비리를 자행한 김문기 전 이사장을 상지대의 자주성·정체성을 대변할 수 있는 주체로 인정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학교법인의 설립에 연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인의 이사회결의 무효 확인을 구할 수는 없다는 기존의 대법원 판례(2003.1.10. 선고 2001다1171 판결)를 뒤엎는 것일 뿐만 아니라 부정·비리 행위자를 사학의 자주성을 실현해나갈 주체로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이 사학의 소유권과 공공성 사이에서 얼마나 편파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지 짐작하고도 남는 대목이다.
더욱이 이번 판결은 임시이사의 정이사 선임권을 인정했던 과거의 대법원 판례를 모두 뒤엎고 있다. 이미 대법원은 여러 차례에 걸쳐 임시이사의 정이사 선임권을 인정한 판결을 내린바 있다. 임시이사는 일반이사와 동일한 결의권이 있다는 판례(대법원 1963.3.21. 선고 62다800판결)와 구 사립학교법 제25조에 의하여 선임된 임시이사는 정식이사와 동일한 권한과 의무를 보유하므로 임시이사가 이사회에서 정식이사를 선임하였다 하여도 그 선임이 무효가 될 수 없다는 판례(대법원 1970.10.30. 선고 70누116판결, 대법원 2005.4.16.자 2005마53 결정)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문 어디에서도 과거의 판례를 뒤집을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 볼 수 없다.
이쯤되면 이번 대법원 판결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현재 개정 사립학교법에 대한 위헌소송이 헌법재판소에 계류돼 있고, 이 위헌소송내용에는 현재 문제가 된 임시이사 제도 관련조항이 포함되어 있으며, 현재 국회에서도 개정 사립학교법 재개정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민감한 시기에 이와 같이 억지스런 판결을 내린 것은 개정 사립학교법을 반대하는 보수기득권세력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대법원의 보수기득권적 성향은 유명하다. 2003년 6월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한 현수막설치와 관련하여 하급심과 헌법재판소까지 언론·출판의 자유 보장차원에서 허용한 내용을 대법원이 뒤집은 판결은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다. 물론 이번 판결에서 5명의 대법관이 다수의견에 대해 반대의견을 제출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대법원의 개혁이 시급히 요구되는 시점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사학민주화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우선 임시이사 파견대학의 정이사체제 전환에 적신호가 켜졌다. 구재단의 복귀시도가 한층 강화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미 정이사체제로 전환한 7개 임시이사대학에서 정이사체제 무효소송이 줄을 이을 가능성도 높다. 가장 심각한 문제로는 개정 사립학교법의 재개정이 현실화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행정부와 입법부에서 적극적으로 문제삼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번 대법원 판결은 입법부(국회)에서 이미 통과한 임시이사 파견규정의 취지와 더 나아가 개정 사립학교법의 입법취지까지도 위협하는 요소를 담고 있다. 행정부도 마찬가지다. 이번 판결에 따라 다시 복귀하고자 하는 구재단 세력이 교육부를 상대로 줄소송을 할 경우 이는 교육부의 임시이사 파견권한에 대한 심각한 침해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국회와 교육부,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에 흔들리지 말고 사학개혁을 염원하는 대학구성원들과 국민들의 의사에 부합하는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