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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6.12.26 조회수 :484
1. 사립학교법, 시행도 제대로 못하고 재개정 가능성
2005년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2월 9일, 15년 만에 민주적 개정이 된 사학법이 1년 만에 재개정될 상황에 처해 있다.
사학법은 올해 7월 1일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12월 11일 현재 교육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사학법에 따라 정관개정을 마치고 교육부 인가를 받았거나 인가를 신청한 사학은 4년제 대학이 54.2%(103개교), 전문대학이 50.9%(54개교)로 조사됐다. 전체 대학의 절반 가량이 법을 지키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취한 조치는 거의 전무하다.
여기에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예산안 통과 등을 앞두고 개방형 이사 추천권 확대를 핵심으로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고 나서자 열린우리당 역시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입장 차이를 좁히지는 못한 채 다시 논의하기로 한 상황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12월 14일 첫 공개 변론이 시작된 사립학교법 헌법소원이다. 헌재의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내년 3월경에는 위헌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2. 등록금 폭등에 ‘인상 제한장치’ 본격 논의
대학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등록금을 대폭 인상했다. 사립대 중에서는 연세대가 12%로 가장 많이 올렸고 나머지 대학들도 평균 8% 가량의 인상률을 보였다. 각 대학 총학생회는 3, 4월까지 등록금투쟁을 지속했다. 교육부는 정부보증 학자금대출을 늘렸지만 금리가 7.05%로 높아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는 힘들었다. 여기에 사립대학들이 지출예산을 결산에 비해 1조133억을 부풀려 책정한 것이 알려지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등록금 인상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자, 교육단체나 정치권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교수노조는 대학을 다닌 후 직장에 다니면서 학비를 갚아나가는 ‘등록금 후불제’ 도입을 주장해 지속적으로 여론화에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이 ‘교육비 부담 반으로 줄이기’를 내걸고 장학기금 창설, 기부금 10만원 세액공제 등을 주장했으나 ‘기부금 입학제’를 통해 전체 재원의 반을 마련하자는 안을 제시해 비판을 받았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정봉주 의원이 ‘등록금 인상제한법안’을 통해 3년 평균 물가인상률의 1.5배 이하로 등록금 인상폭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한․미 FTA에 따른 교육개방 확대 논란
한미 FTA와 관련해서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는 정보 공개가 전혀 안된다는 점이다. 교육개방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측 대표인 웬디 커틀러는 2차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공교육 시장에는 관심이 없지만 인터넷 교육서비스와 SAT(미대학수학능력시험) 등의 시장접근에는 관심이 있다”는 발언을 해 이를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던 정부를 당황하게 만들었고. 이에 대해서는 교육계의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은 92년 ‘한․미 경제협력 쌍무협의회’에서부터 학원시장에 외국인 투자허용을 요구했을 정도로 우리나라 교육개방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이후 FTA가 아니더라도 WTO 틀 속에서 지속적으로 교육개방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예가 2008년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는 인천자유무역도시의 송도국제학교다. 송도국제학교는 9월 학기제로 유치원 1년 초등학교 과정 5학년, 중학교과정 3학년, 고등학교과정 4학년 등 한국의 교육법과 무관한 학교다. 게다가 송도국제학교의 등록금은 2000만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미국 명문 사립고등학교와 맞먹는다. 게다가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한국의 교원자격증이 없더라도 전체교원의 1/2이 넘지 않는 범위에서 임용될 수 있게 하는 정책이 만들어지고 있다.
4.국립대 법인화 본격 추진에 따른 마찰 심화
9월 29일 교육부가 국립대 법인화 공청회를 강행하자 대학 구성원들이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50여명이 연행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교육부는 참여정부 초기부터 국립대 특수법인화 도입을 예고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법안공개와 공청회를 미루다가 신설대인 울산국립대의 2009년 3월 개교 계획에 맞추고자 부랴부랴 공청회를 준비하는 졸속추진의 전형을 보였다. 특히 공청회는 교육부 홈페이지에 공지조차 되지 않아 대다수 대학구성원들이 개최사실을 모를 정도로 폐쇄적이었다.
교육부는 관련법을 내년 초까지는 국회에 상정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국립대 특수법인화가 교육비의 민간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았고 막강한 권한이 부여되어 있는 이사회, 경영성과 목표 설정 등 주요 내용이 그대로 되어 있어 앞으로의 충돌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5. 감사원, 사학비리 감사 결과 발표
감사원이 지난 6월 22일 발표한 ‘사학지원 등 교육재정 운용실태’에 대해 발표한 특별감사 결과는 사학비리에 대한 심각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감사원은 대학 24개교를 포함한 전체 124개 사립학교에서 250여건의 사학비리를 적발하고 형법상 범죄 혐의가 있는 22개 학교(대학 7개, 중․고교 15개), 관련자 48명에 대한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
감사원이 밝힌 비리 형태는 △교비횡령 △공사관련 리베이트 수수 △학교재산 임의 처분 △교직원 채용과 편․입학 대가 금품수수 등이다. 이번 감사 결과는 만연되어 있는 사학의 비리를 확인함으로 인해 개정 사립학교법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정부 차원에서 교육부 감사의 한계를 해소하는 의미 있는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수구언론이 감사결과를 ‘보복 감사’, ‘일부 학교의 문제’ 등으로 왜곡했고 감사원이 서울 지역 주요 대학들은 극소수를 제외하고 감사대상에 아예 포함시키지 않는 등의 문제점을 드러내 아쉬움을 주었다.
6. ‘일단 합쳐라’ 대학통폐합 밀어붙이기
정부당국이 대학통폐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작년에 비해 결과가 없다는 판단에 각종 법령 개정과 정치적 압력 등을 통해 대학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2009년까지 한시적으로 지방의 4년제 대학이 수도권의 전문대학을 통폐합해 수도권에 분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그 결과 을지의대와 서울보건대가 통합신청을 했고 교육부가 승인했다. 이는 참여정부가 핵심적인 국정과제로 내세운 국가균형발전에 전면 위배되는 결과로 단기 실적 위주의 정책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고 있다.
올해 구체적인 통합 움직임이 없는 국립대에는 정부가 다양한 방법으로 압력을 가하고 있다. 한명숙 국무총리가 대통령을 대신해 전북대 서거석 신임총장에게 임명장을 부여하는 자리에서 ‘통폐합 전도사가 돼달라’는 말을 전하고 행정도시에 들어올 대학 선정 과정이나 각종 재정지원 사업 선정 과정에서 공공연히 통폐합을 요구하고 있어 대학들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7. 논문 부정 연이어 발생, 김병준 부총리 사퇴
논문 부정 사례가 연이어 발생해 논란이 심화된 한해였다.
7월 21일 취임한 김병준 부총리는 제자 신 모씨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에 이어 논문을 교내․외 학술지에 중복 게재하고 BK21사업 이전의 논문을 제목만 바꿔 학술지에 낸 뒤 실적으로 보고했다는 등의 의혹을 받았다. 본인은 관행이라는 말로 의견표명을 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8월 7일 사표를 수리했다.
또한 연세대 BK21사업단장인 공대 교수가 해외 학술지에 논문을 중복투고했다가 적발돼 논문을 취소당하고 사과문을 올린 사실도 밝혀졌다. 이처럼 논문 관련 문제가 커지자 정부 여당이 직접 나섰다. 열린우리당 BK21-NURI사업 개혁기획단은 12월 22일 교육부와 학술진흥재단과 공동으로 BK21 논문 7천711건과 218개 대학, 280개 학회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총 512개 논문(6.6%)이 연구윤리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황우석 교수 사태부터 김병준 부총리, 현재 진행 중에 있는 이필상 고려대 신임총장 논문 의혹까지 논문 부정과 관련된 사안들은 일년 내 대학가를 떠도는 중심 화두였다.
8.교육양극화 심화로 저소득층 학비감면 의무화 추진
올 한해 ‘양극화’는 빠짐없이 등장하는 화두였다. 대학 교육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교육부는 7월 10일 ‘학교 수업료 및 입학금에 관한 규칙’을 개정․공포했다. 그 내용은 “사립대 학과별 현원의 10%(국립대는 30%까지)에 해당하는 학생에 대한 수업료와 입학금을 면제”토록 하던 것을 “경제적 사정이 곤란한 자가 면제 인원의 30퍼센트 이상”되도록 단서 조항을 단 것이다. 이로 인해 2학기부터 전체 대학생의 약 3%에 해당하는 저소득층 대학생 10만여명이 등록금을 면제받을 수 있게 된다고 교육부는 설명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저소득층에 대한 학비 감면 조치가 나온 건 매우 의미 있는 일로 평가받고 있지만 실효성 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학교 수업료 및 입학금에 관한 규칙’이 강제성이 떨어져 대학들이 지킬 가능성이 높지 않고 이를 강제할 수단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 등지에서 ‘빚쟁이’ 양산으로 비판받고 있는 학자금 융자에 대한 개선책이나 등록금 후불제 등 교육단체가 주장하는 대안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검토도 하고 있지 않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9. 명분마저 사라진 전문대학원 확장 정책
교육부는 03년부터 의․치의학 전문대학원을 도입해 작년부터 실시했으며, 경영․물류 등의 전문대학원도 도입했다. 특히 의․치의학 대학들이 전문대학원 도입을 주저하자 올 초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는 대학은 2009년까지 50%의 범위 내에서 의예과 체제를 병행할 수 있고, 원하는 대학에 한해서 정원의 50% 범위 내에서 고교 졸업 후 대학입시 단계에서 전문대학원 진학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신입생을 선발할 있다”는 요지의 계획을 발표했다.
교육부가 2002년 의․치의학 전문대학원 제도 도입 계획에서 밝힌 ‘이공계 기피, 의학계 집중 등의 학부단계의 인적자원 배분 왜곡 시정’이라는 목표조차도 단순히 숫자를 늘리려는 이와 같은 편법으로 인해 사라지게 됐다.
한편, 로스쿨 법안은 올해도 통과가 실질적으로 힘들어지게 됐다. 연초부터 법학교수회 등이 줄곧 반대 입장을 보여왔고 각 단체들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든 결과로 보여진다.
10. 교대생, ‘교원수급계획’ 재검토 요구
전국의 교대 학생들이 정부의 초등교원 수급정책에 반발하며 무기한 수업거부에 들어가는 등 극심한 반발이 이어졌다.
이는 교육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여론이 높다. 1998년 당시 이해찬 교육부장관이 교원 정년을 앞당기면서 2만 여명의 명예퇴직 교원을 만들어냈다. 곧바로 초등 교사가 부족해지면서 초빙교사제도, 전담교사제도 등 단기처방이 급조됐다. 교대 편입생도 정원의 5%에서 10%로 확대했고 신입생 정원도 늘렸다. 이렇게 급조한 정책들이 현재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면서 임용 경쟁률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교대생들과 교수, 교원단체 등은 △초등교원 임용인원의 지속적 확대 △안정적인 초등교사 중장기수급대책 마련 △교대 통합추진 중단 △학급총량제 도입 철회 및 GDP(국내총생산) 대비 교육재정 6% 확보 대통령 공약 이행 등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