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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6.10.16 조회수 :472
지난 9월 29일 교육부가 실시한 공청회에 공권력이 투입되어 참석자 50여명이 연행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국립대 법인화 공청회가 졸속적으로 진행되는 것에 반발해 ‘국립대법인화저지와 교육공공성강화를 위한 공동투쟁위원회’ 소속 교수·직원·학생이 공청회 단상을 점거하자 벌어진 일이다.
이러한 일이 진정 참여정부 내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놀랍지 않을 수 없다. 국정운영에 있어 국민의 참여와 국민과의 대화를 최우선시 하겠다는 참여정부 내에서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하여 공권력을 투입하여 대학구성원들을 연행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 참담한 것은 이미 공권력 투입여부에 대해 교육부와 경찰측의 사전논의가 있었다는 점이다. 대학구성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논리와 내용의 준비가 아니라 공권력 투입을 준비한 교육부 관료들이 과연 어느 정부 아래에 있는 관료들인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이번 공청회는 교육부가 준비하고 있던 ‘국립대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안, 이하 국특법)’ 통과를 위한 요식적 행위에 불과했던 셈이다.
교육부는 단상점거 등 교수·직원·학생들의 과격한 행위로 인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항변할지 모르겠으나 사실상 이번 공청회 사태는 교육부가 자초한 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여정부 집권 초기부터 국립대 특수법인화 도입은 예고되었지만 교육부는 이런저런 이유로 법안공개와 공청회를 미루다가 신설대인 울산국립대의 2009년 3월 개교계획에 맞추고자 부랴부랴 공청회를 준비하는 졸속추진의 전형을 보였다. 더욱이 이번 공청회는 교육부 홈페이지에 공지조차 되지 않아 대다수 대학구성원들이 개최사실을 모를 정도로 폐쇄적이였다. 이를 묵인한채 교육부가 대학구성원들의 과격한 행위만을 문제삼는 것은 부당하다.
대학구성원들은 이미 여러 차례 특수법인화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일단 국립대 특수법인화는 교육비의 민간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이다. 물론 이번 공청회에서 내놓을 예정이였던 ‘국특법(안)’은 법인전환연도에 해당하는 국고지원금과 고등교육예산 증가율을 반영한 예산지원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기획예산처는 이 조항에 대해 난색을 표시하고 있어 정부안이 확정된 뒤에도 국회 심의·의결과정에서 이 조항이 빠진 채 통과될 수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교육부마저 국립대 국고의존도를 낮춰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특수법인화는 국고지원 축소와 병행될 수 밖에 없다. 수입을 창출할 마땅한 재원을 확보하지 못한 대다수 국립대학들이 등록금을 인상할 것은 분명하다.
또한, 국립대 특수법인화는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점도 대학구성원들이 특수법인화에 반대하는 이유다. 총·학장, 교육부장관, 기획예산처장관, 광역자치단체장, 교육감, 총동창회대표, 산업계 또는 경제계 인사 등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이사회는 사립대학 법인과 마찬가지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도록 하였으며, 특히 총·학장은 4년 단위로 교육부장관과 협의하여 경영성과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이행해야 하므로(제38조) 교육부의 통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외에 교직원의 신분불안 문제도 여전히 남아있다.
참여정부는 더 이상 국립대 특수법인화를 추진해서는 안된다. 이번 공청회 사태는 국립대 특수법인화가 이미 실패가 예견된 정책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대학구성원들의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는 특수법인화가 이처럼 대학구성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있는데 어떻게 그들의 자율과 책임을 이끌어 낼 수 있겠는가.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국회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현재 정기국회가 개회중이다. 국회 교육위는 이번 공청회 사태와 관련하여 교육부의 졸속추진 여부에 대해 엄중하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참여정부 시기에 민주적 의견수렴의 장이 공권력으로 얼룩진 일은 쉽게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더 나아가 구성원들의 격렬한 반대에 직면해있는 법안을 국회가 통과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