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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6.09.04 조회수 :404
개정 사립학교법이 사문화될 위기를 맞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번 9월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사립학교법을 재개정한다는 방침이다. 더욱이 여권의 흔들림마저 감지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여당의 양보를 주문한 것에 이어 열린우리당 내에서 김혁규, 유재건, 안영근 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사립학교법 재개정과 민생법안의 빅딜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편, 사립학교법이 지난 해 말 개정되어 올해 7월 1일자로 발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학은 눈치보기로 일관한 채 준수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개정 사립학교법과 동법 시행령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정관개정, 시행세칙개정, 이사 명단 및 이사회 회의록 공개 등이 필요한데 8월 31일 현재 정관개정을 신청한 대학은 10여 대학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몇몇 사학은 지난해 말 ‘개방형 이사제 도입 등이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저해하고 있다’며, 개정 사립학교법 위헌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항간에는 4·15 총선에서 드러난 정치적 분위기와 여권의 흔들림에 편승해 일정부분 위헌판결이 내려질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어떻게 상황이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가. 물론 일차적 책임은 한나라당과 보수기득권 세력에 있다.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패배를 경험한 한나라당은 4·15총선 승리에 고무되어 6월 임시국회 때부터 파행적 국회운영을 일삼으며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고집해왔다. 6월 감사원 감사를 통해 250여 건의 사학비리와 이 중 22개 학교 관련자 48명의 형법상 범죄행위가 적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오만함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는 한나라당과의 끈끈한 유대속에서 연일 집회를 열며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이들만큼 국민과 교육현장의 분노를 사고 있는 것은 사학개혁을 두고 이들과 흥정하려는 여권이다. 민생법안 통과 때문에 사립학교법 재개정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여권 내부의 움직임은 궁색하기 그지없다. 이를 이유로 재개정을 받아들일 것이었다면 애시당초 사립학교법을 왜 4대 개혁법안으로 내걸었던가.
개정 사립학교법 불복종선언만해도 그렇다. 사학들이 엄연히 통과된 법에 대해 집단적으로 준수를 거부하고, 그 일환으로 개정 사립학교법에 따라 7월 1일부터 홈페이지에 공개해야할 임원의 성명과 연령, 임기, 경력사항을 의도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한 것이라곤 교육부가 학교법인 임원의 인적사항을 고시하고, 사립학교법 시행관련 추진 상황을 취합한 것이 전부다.
현재 개정된 사립학교법은 처음 개정안에 비하면 대학평의원회 추천이사수를 1/3에서 1/4로 낮추고, 해임 학교장의 임원선임 제한기간도 5년에서 3년으로 줄였으며, 예산편성에 있어 대학평의원회 기능을 심의에서 자문으로 낮추는 등 상당히 완화된 것이다. 개정 사립학교법이 부정·비리 축소에 기여할 것으로 보이나 근본적인 사학개혁을 견인하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이마저도 지키지 못한다면 참여정부는 사학개혁에 치명적 퇴보를 남긴 정부로 기록될 것이다. 한나라당과 보수기득권 세력에 의해 사립학교법 재개정이 이뤄진다면 국민들은 개혁에 대한 자신감을 잃게 될 것이며, 이에 앞으로 사립학교개정은 요원해질 것이다. 사학의 민주성·투명성을 확보하려는 대학구성원의 각오와 경각심이 다시 한번 요구되는 시점이다. 대학에서는 조속히 개정 사립학교법의 후속조치를 취하도록 강제해야하며, 사립학교법을 재개정하려는 보수기득권세력과 이들과 타협하려는 여권의 움직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