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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학비감면은 정부 재원으로 해야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6.07.10 조회수 :406

교육부가 양극화 해소를 위한 방안 하나를 내놓았다. 저소득층에 대한 의무적 학비감면이다.

 

교육부는 10일 고등교육 기회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사회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학교 수업료 및 입학금에 관한 규칙`을 개정·공포했다. 그 내용은 “사립대 학과별 현원의 10%(국립대는 30%까지)에 해당하는 학생에 대한 수업료와 입학금을 면제”토록 하던 것을 “경제적 사정이 곤란한 자가 면제 인원의 30퍼센트 이상”되도록 단서 조항을 단 것이다. 이로 인해 2학기부터 전체 대학생의 약 3%에 해당하는 저소득층 대학생 10만여명이 등록금을 면제받을 수 있게 된다고 교육부는 설명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저소득층에 대한 학비 감면 조치를 들고 나온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의미 있다. 또한 경제적 사정이 곤란한 자 중심으로 장학금이 지원되고 있는 선진외국과 달리 성적 우수자에게 집중되고 있는 우리나라 대학의 장학금 제도를 개선한다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선 전국 사립대학의 학비감면 비율이 학과별 현원의 10%를 넘은 것은 2000년(사립대 기준)도부터다. 사립 전문대학은 아직까지 1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학교 수업료 및 입학금에 관한 규칙`이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인 강제성이 떨어지는 규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비감면액의 30%를 경제적 사정이 곤란한 자에게 지급하도록 한 이번 조치를 대학들이 실질적으로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물론 교육부는 대상자 선정 및 운영시 객관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밝히고는 있으나, 대학들이 거부할 경우 어떤 수단으로 강제시킬 것인지도 의문이다.

 

특히 대학에서 정부 조치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현재 성적 중심의 학비감면 제도를 크게 변경해야 한다. 다시 말해 현재 시행중인 장학금 관련 규정을 변경해 장학 종목을 없애거나 타 장학금 등에 대한 수혜 폭을 삭감하고 경제적 사정이 곤란한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비율을 늘려야 한다. 이럴 경우 성적 장학생들이나 기타 종목에서 수혜 폭이 줄어든 학생들의 불만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참여정부가 의미 있는 정책을 발표하고도 해당 구성원들이나 국민들로부터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경우가 한 두건이 아니지만 이번 조치 역시 같은 범주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그 이유는 우선, 경제적 곤란자에게 지급될 장학금 재원을 정부가 마련하지 않고, 그 책임을 대학에 떠넘기고 있다는 점이다. 2004년 결산 기준으로 사립대학 및 사립전문대학에서 지급되는 학비감면액은 1조원이 약간 넘는다. 이 가운데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경제적 곤란자에게 지급하고 있는 10%를 제외하면 정부의 이번 조치로 증가하는 비용은 2천억원이다. 이 정도 규모의 예산을 정부가 마련하지 못하고 대학에 떠넘긴다는 것은 정책의 진정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게 한다.

 

또한 정부가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불가피하게 대학에 맡겼다 하더라도 현재 장학금을 받고 있는 학생들의 불만 없이 경제적 곤란자에게 학비감면 지원액을 늘릴 수 있었다. 그것은 학과별 현원의 10%내에서 경제적 곤란자의 면제 비율을 30%로 할 것이 아니라 ‘학과별 현원의 10%’ 규정을 ‘학과별 현원의 12%’로 개정하고, 이 가운데 경제적 곤란자의 면제 비율을 30%로 했으면 됐다. 이렇게 되면 대학 차원에서는 부담이 될지 몰라도 현재 장학금을 지급 받고 있는 학생이나 경제적으로 곤란한 학생 모두가 만족할 수 있게 된다.

 

아무튼 참여정부는 저소득층 대학생들에 대한 지원 대책으로 이번 조치와 함께 학자금 융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학자금 융자 역시 실질적인 재원 확보를 통한 정부의 직접 지원이 아니라는 점에서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학생들을 잠재적 ‘빚쟁이’로 모는 정책이 참여정부에서는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도 차기 정부에서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에서 심각한 문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그것을 반증한다.

 

모든 정책에는 재원이 들게 마련이고, 이를 마련하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어렵다고 손쉽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만을 찾아서는 국민적 지지를 모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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