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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학 몰락, 이대로 좌시할 것인가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6.05.29 조회수 :519

`차라리 전문대를 없애라`.

 

지난 24일 전문대학교육혁신운동본부 소속 전문대 교수 500여명은 `전문대학교육혁신결의대회 및 세계 고등직업교육 포럼`을 열어 소외된 교육으로 전락한 전문대학의 현실을 호소하고 4년제 대학에 편중된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을 강력히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 전문대 교수들은 열악한 재정지원, 유사학과 신설·평생교육원 설립 등 일반대학의 전문대학 영역침범 등의 문제를 지적하고, 연구중심대학 이외의 대학의 `산업인력양성교육중심대학`으로의 통합재편, 전문대학 수업연한의 자율결정 허용, 전문대학의 전공심화과정의 학사학위 부여 등 총 6가지의 요구안을 제시했다.

 

요구안의 타당성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전문대학을 차라리 없애라는 이들의 자조섞인 불만에는 수긍이 간다. 전문대학은 79년 `중견직업인 양성`이라는 교육목표로 발족한 이래 중화학공업과 경공업 중심의 경제개발속에서 고등교육의 대중화와 산업인력 양성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역대정부는 `중추적인 직업교육기관`, `직업교육의 중심축`이라는 화려한 수사와 달리 전문대학에 대해 철저한 차별정책으로 일관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기관(산업대,교육대 포함)에 재학중인 학생수의 29%를 차지하고 있는 전문대학에 대한 지원을 보면, 05년 현재 교육부의재정지원은 4년제 대학 1조 414억원의 14%인 1,961억원에 불과하며, 교육부 이외의 타 부처의 지원 또한 4년제 대학이 1조 120억원인데 반해 전문대학은 166억원 수준이다. 전체 교육지원 예산 중에서 대학에 13%, 직업교육기관인 FE College에 11.3%를 지원하고 있는 영국과 비교해보면 직업교육에 대한 차별이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소외 받아온 전문대학의 현실은 참담하다. 04년도 모집정원 대비 신입생 등록률 80%가 안되는 곳이 전문대 158개교 중 44%인 70개교이며, 재학중인 학생들마저 편입을 준비하고 있어 현재 4년제 대학 편입생의 57%가 전문대 출신자들로 채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산업인력양성에 대한 체계적 고민없이 사이버대학, 평생교육원, 학점은행제, 기능대학 등 전문대와 유사한 기능의 교육기관이 계속적으로 출현함으로써 전문대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참여정부 집권 이후 전문대학의 현실이 더욱 암담해지는 이유는 전문대학을 경쟁에서 낙오된 고등교육기관 정도로 치부하는 교육부의 정책에 기인한다. 내용적 타당성 여부를 떠나 적어도 문민정부는 `신 직업교육 체제의 구축방안`을, 국민의 정부는 `전문대 발전방안`을 제시한 바 있으며, 전문대학에 대한 재정지원도 미약하나마 늘려나갔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전문대학에 대한 육성방안을 수립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전문대학에 대한 재정지원도 02년 1,805억원에서 05년 1,678억원으로 줄였다.

 

오히려 참여정부는 대학구조조정을 통해 전문대학의 몰락을 노골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대학통합정책이 대표적이다. 이미 천안공업대, 고려대학병설보건대학, 동명정보대학, 삼육의명대학이 최근에 일반대에 흡수통합 되었으며, 국립전문대는 모두 통합 또는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대 교수들이 지적한 일반대학의 전문대 유사학과 모방신설 문제 또한 신입생충원율과 취업률을 주요평가기준으로 삼고있는 대학구조조정에 근본원인이 있다. 정원미달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일반대학이 구조조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직업교육적 성격의 학과를 우후죽순 신설할 것은 대학구조조정 시행초기부터 예상된 일이다. 교육부가 이를 방치하고 있는 것은 소수 연구중심대학 이외의 대다수 일반대학은 직업교육기관으로 전환하고, 이를 담당했던 전문대학은 도태를 유도하겠다는 것 아닌가.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전문대는 교육개방과 맞물려 가장 먼저 붕괴하는 고등교육기관이 될 것이며, 이는 전문대가 영리법인화의 최우선적 대상이 될 것임을 의미한다. 법인 해산 사유 발생시 잔여재산의 일부를 사학운영자에게 되돌려준다는 사학청산법이 지난 2001년 `전문대 발전방안`에서 처음 등장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결국 우리대학의 영리화, 외국교육기관의 잠식은 전문대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참여정부는 지금이라도 전체 고등교육인력의 1/3을 담당하고 있는 전문대학에 대한 보호육성정책을 수립해야한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대학을 육성해야한다는 것이 대세라면 산업사회의 변화에 따라 직업교육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고 이에 부합한 발전방안을 수립해야하는 것도 대세다. 전문대학은 그 중심에 있는 교육기관이 아닌가. 전문대학의 몰락을 이대로 좌시해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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