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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수구 본질 드러낸 사학법 파동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6.05.01 조회수 :380

노무현 대통령의 ‘사립학교법 양보’ 권고로 불거졌던 사립학교법 갈등이 지난 2일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공조로 3.30 부동산대책법 등 6개 법안이 처리되면서 한바탕 대소동으로 일단락되었다. 사립학교법과 주요 법안의 ‘맞바꾸기’을 요구해 온 한나라당은 이번 6개 법안 통과로 자중지란에 빠지게 되었으며, 사립학교법 개정 문제는 한동안 물밑으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이번 소동은 한나라당이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강력히 요구한 데서 기인한다. 한나라당은 민생과 경제, 독도문제 등 주요 현안을 돌보지 않는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라도 사립학교법을 재개정하고자 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해 말 사립학교법이 개정된 이후 끊임없이 재개정을 요구해 왔으며, 지난 2월 이재오 의원 대표 발의로 개정안을 제출해 놓은 상태였다.

 

한나라당은 지난 해 말 개정된 사립학교법의 원천 무효를 주장해 온 만큼, 한나라당의 재개정안은 사립학교법을 개정 이전 상태로 돌려놓는 데만 치중하고 있다. 신설된 조항은 모두 삭제하고, 개정된 조항은 이전 조항으로 되돌려 놓았다. 사학개혁을 위한 어떠한 대책이나 방안은 담겨 있지 않다.

 

우선, 이번 소동 중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올랐던 ‘등’의 삽입 여부는 개방형 이사제를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개정 사립학교법은 개방형 이사를 “이사정수의 4분의 1 이상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대학평의원회'가' 2배수 추천하는 인사 중에서 선임”토록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를 “……… 학교운영위와 대학평의원회 '등' ………”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학이 설립자 또는 이사장의 전권 하에 놓여 있음을 감안할 때, 한나라당 요구대로 법이 개정된다면, 말만 개방형 이사일 뿐 이사장 입맛에 맞는 사람이 개방형 이사로 선임될 수밖에 없다.

 

이것만이 아니다. 현행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법인 임원이 부정·비리를 저질러도 자격을 박탈하거나 임시이사를 파견하기가 쉽지 않다. 임원취임승인취소나 임시이사 파견 사유가 “학교법인의 설립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로 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운영에 중대한 장애”가 있거나 “정상적 운영이 어려울 때”로 실질적 사유가 될 수 있게 개정했던 조항을 한나라당은 원 상태인 “학교법인의 설립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로 되돌려놓았다. 대학평의원회도 다시 자문 기구로 격하시켰으며, 교원의 노동운동 금지도 원래대로 다시 삽입시켰다.

 

그리고 임원의 취임승인을 취소하기 위한 조사나 감사 기간 중 임원의 직무집행 정지 조항, 이사장의 총장 및 타 법인 이사장 겸직 금지 조항, 이사장의 배우자 및 친인척의 총장 취임 제한 조항, 총장 임기 제한 조항 등 사학개혁을 위해 강화시켰던 신설 조항은 모두 삭제시켜 버렸다. 관·학 결탁을 막기 위해 신설했던 퇴임 고위 교육공무원의 이사 제한 조항도 삭제시켰다.

 

사학개혁을 거스르는 조항도 있다. 교육부의 시정 명령 후 경과조치 기간을 15일에서 3달로 연장시켜버렸다. 또한, 임시이사가 선임된 학교법인이 정상화할 때, 법원이 이사를 선임하도록 했다. 예전과 달리 교육부가 대학구성원의 요구를 무조건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인데 반해, 법원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청취한 후 정이사를 선임하도록 해 구재단 복귀의 길도 터주고 있다.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개정안에 사학 부정·비리 근절 방안이 담겨 있다고 주장한다. 내부 감사를 공인회계사 등으로 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재 이미 실시중이다. 문제는 감사가 감사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사항을 누설하거나 직무외 목적으로 활용한 경우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벌칙 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감사의 권한을 늘리기보다 감사 처벌 조항만 강화한 것이다.

 

이처럼 한나라당은 사학개혁을 위한 어떤 대책도 없이 국민의 교육개혁을 거스르며 사학법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하수인 노릇을 자처했다. 하지만 이러한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에 그리 놀라운 일이 못된다. 무엇보다 충격이었던 점은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모습이었다. 한나라당이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무리하게 요구한 것을 사실이지만 여당 지도부가 사학개혁의 뜻을 분명히 세우지 못하고 정치적 타협 가능성을 열어놓음으로써 한나라당이 다수 의석을 이용해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밀어붙이게 만들었다. 특히, 이번 논란의 발화지점이 청와대란 점은 많은 우려를 낳게 한다.

 

국민의 교육개혁 염원이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충격 그 자체였으며, 대통령의 교육개혁에 대한 이해와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사립학교법은 열린우리당의 유일한 개혁 법안이다. 더욱이 사학개혁의 단초라도 만들어보고자 많은 부분을 물러서고 양보하며 개정한 법이다. 더 이상 한나라당이 사학개혁의 발목을 잡을 때마다 걸려 넘어지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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