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연 연구

논평

INSTITUTE FOR ADVANCED ENGINEERING

재원확보 방안 없는 공약은 공약(空約)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6.04.17 조회수 :333

어느 해보다 대학 등록금에 대한 사회 전반의 관심이 뜨겁다. 연일 신문과 방송을 통해 학생들의 등록금 투쟁이 보도되고,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인터뷰와 심층 토론도 이어지고 있다.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사회 양극화 속에서 1천만원을 돌파한 대학 등록금은 서민의 어깨를 짓누르다 못해 목을 조르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각 정당들도 등록금 대책을 5.31 지방 선거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제일 먼저 한나라당이 발 빠르게 ‘교육비 부담 반으로 줄이기’를 내걸고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고 있다. 한나라당 자체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등록금 반액 정책에 찬성하는 의견이 79%라고 한다. 2005년 대학생들이 부담한 등록금은 약 8조원에 이른다. 이를 반으로 줄이려면 적어도 4조원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장학기금 창설, 기부금 10만원 세액공제, 사학 세제 혜택, 간접연구비 확대 등으로 2조원을 확보하고, 모자라는 2조원은 ‘기부금 입학제’를 도입하여 마련하겠다고 한다.

 

기부금입학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한나라당 대변인실은 “기여입학제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교육비 부담 반으로 줄이기’ 팀장인 이주호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각종 언론 매체들을 통해 기부금 입학제 도입을 열심히 주장하고 있다. 재원이 없는 상황에서 서민의 등록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기부금 입학제를 도입하는 길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 언론이 합세하여 맞장구를 치고 있다.

 

과연 기부금 입학으로 등록금 부담을 줄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엄밀히 말해 기부금 입학은 수도권의 몇몇 주요 대학에 집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 대학을 중심으로 일부 학생들은 혜택을 받겠지만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에겐 그림의 떡이다. 기득권층 자녀들은 기부금을 내고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는 특전과 함께, 자신이 낸 기부금으로 더 좋은 교육여건에서 교육받는 이중 삼중의 특혜를 누리게 된다. 더욱이 대학졸업장이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 우리 사회에서 기부금 입학은 부의 합법적 세습 장치도 된다.

 

물론 한나라당의 제안이 모두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등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지지해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최근 등록금 인상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대응자금의 전면 폐지와 학생수를 기준으로 한 배분공식(formula)을 활용해 대학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교육부는 전체 대학을 대상으로 한 일반지원사업을 모두 폐지하고, 사업별 평가를 통해 소수 대학에 재원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국고지원방식을 전환했다.

 

따라서 평가에서 선정된 소수 대학을 제외하고 대다수 대학들은 국고 지원이 줄고 그만큼 등록금이 인상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국고가 지원된 대학이라 하더라도 대응자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국고지원이 커질수록 등록금이 인상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대응자금 폐지와 대학 일반지원 확대 주장은 적극 환영할 만한 것이다.

 

그러나 대표적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인 평가지원 방식의 개선을 신자유주의를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해온 한나라당이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진정성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기부금 10만원에 대한 세액 공제를 실시하려면 세수 감소로 인해 증세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평소 감세 정책을 주장해 온 한나라당 입장과 충돌한다. 기부금 입학제 도입에 이르러서는 등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부금 입학제를 도입하는 길밖에 없다고 선전하려는 것으로 비친다.

 

더욱이 초·중등과 달리 전적으로 교육부 소관인 대학 관련 공약이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서민들의 고통을 생각해 교육비 부담을 반으로 줄여보겠다는 진정성보다 표심 잡기용 휘발성 공약이란 생각마저 든다.

 

서민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는 대학 등록금 인상을 억제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는 누진세 적용과 지하자금 양성화 등 전면적 세제 개편을 통해 국가교육재정을 대폭 확충할 때에만 실현 가능하다. 한나라당의 “교육비 반액” 정책이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음에도 세부 방안에 대한 적극적 지지가 쏟아지지 않는 것은 바로 재원 확보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 재정 한도에서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 고이는 격이다. 근본적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하여 등록금 인상을 억제해야 한다. 장학금, 학자금 융자 등은 보조적 장치에 지나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역설하고 있듯이 대학 등록금은 너무 비싸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지다. 따라서 변죽만 울리지 말고 미국 의회처럼 등록금 인상 방지안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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