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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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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판결을 규탄함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6.02.20 조회수 :341

지난 2월 14일 서울고법 민사5부는 “임시이사들이 구재단과 협의 없이 정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무효”라는 요지의 판결을 내려 파문이 일고 있다.

 

상지대는 법인이사장이었던 김문기씨의 부정·비리로 인한 학내 분규로 1993년 임시이사가 선임되었다. 이후 대학구성원들은 2003년에 이르러 10여년의 임시체제를 마감하고 사회 원로를 모시고 정이사체제로 전환했다. 김문기씨를 비롯한 주변 인사들은 상지대 구성원들의 정이사 체제 전환이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이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임시이사는 사립학교 경영의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선임하는 임시적 위기 관리자이므로 그 권한도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면서 “임시이사들이 정이사와 다름없는 권한을 행사하면 대학 설립의 목적과 취지를 변질시키고 자주성을 본질적으로 침해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임시이사 체제에 의해 학교법인이 정상화됐으면 학교법인 설립목적의 영속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종전 이사들에게 경영권을 돌려주어야 한다”고 덧붙여 임시이사들이 대학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정이사체제로 전환한 상지대의 결정이 무효임을 선언한 것이다.

 

재판부의 판결은 사학 부정·비리 척결과 민주화를 바라는 대다수 국민들의 염원에 찬물을 끼얹고, 사학 관련 비리 인사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충격적인 것이어서 규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재판부는 “임시이사 체제에 의해 학교법인이 정상화됐으면 종전 이사들에게 경영권을 돌려주어야 한다”고 했다. 이는 부정·비리를 저질러 임시이사가 선임돼도 일정기간만 참으면 다시 학교로 돌아 갈 수 있다는 것을 재판부가 선언한 것이다. 부정·비리의 주범이자 임시이사 선임 원인을 제공했던 자에게 임시이사가 학교를 정상화시켜 다시 돌려주어야 한다는 상식 밖의 판결로 이후 사학 부정·비리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재판부는 또 “임시이사는 사립학교 경영의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선임하는 임시적 위기 관리자로서 학교법인의 통상의 사무에 속하는 행위에 한하여 권한을 가지는 것으로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임시이사의 권한과 의무는 정식이사와 동일하다”는 대법원 판결까지 엉뚱하게 해석했다. 하지만 사립학교법 제25조 제2항은 “임시이사는 조속한 시일 내에 사유가 해소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의 판결대로라면 제한적 권한을 가진 임시이사가 어떻게 선임사유를 해소하도록 노력하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상지대는 정이사체제 3년을 맞아 본격적인 정상화 궤도에 오르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김문기씨를 비롯한 구재단 세력들의 학교 흔들기가 본격화되면서 상지대는 다시 안개 속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물론 상지대 당국이 상고 방침을 밝히고 있어 대법원의 판결로 최종 판가름이 나겠지만 그 동안 대학구성원들이 느껴야 할 혼란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해 말 개정된 사립학교법은 임시이사 선임 요건을 구체화하여 부정·비리 대학에 대한 엄단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고법의 판결은 사립학교법 개정 취지와 전면 배치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에 불복해 헌법 소원을 제기한 사학법인 관계자들에게 잘못된 환상을 심어 줄 수도 있다.

 

“재판은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판단이어야 하며, 재판은 국민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지 판사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해 박수 갈채를 받은 대법원장의 발언을 상기하면서 대법원의 현명한 판결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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