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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인상률 4배? 해도 너무한 등록금 인상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6.01.10 조회수 :455

수도권에 위치한 주요 대학들이 올해 등록금 인상률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연세대가 12% 인상을 발표했으며 뒤이어 고려대·경희대·한국외대도 최고 8%까지 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다른 대학들은 눈치를 보고 있던 찰나에 이들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의 물꼬를 터주었다며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올해 소비자물가인상률 예상치가 3%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들 대학의 등록금 인상안은 지나치다. 대통령마저 신년연설을 통해 서민경제 회생·사회양극화 해소 등 민생안정을 위해 주력하겠다고 밝힌 마당에 이들 대학들이 과연 국민의 안위와 교육의 공공성에 대한 최소한의 양심은 갖고 있는지 의구심마저 든다.

 

재정악화가 등록금인상의 주된 이유지만 과연 이들 대학이 재정악화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연세대만 보더라도 등록금선수금을 제외한 04년 부채비율은 5.7%에 불과해 당장 등록금을 대폭 인상해야할만큼 위기상황은 아니며, 보유하고 있는 누적 이월·적립금(학교회계)만 하더라도 총 1,811억원에 달한다. 적립금에 대해 연세대측은 기부자가 정한 용도 외에 일체 사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지만 학교운영에 쓸 수도 없는 기부금을 왜 걷었는지, 그렇다면 그 많은 기부금을 도대체 언제 어디에 쓴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사립대학 적립금 과다축적 문제는 비단 연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04년 전체 사립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이월·적립금은 총 4조 6,116억원으로 04년 사립대학 등록금 수입의 65.6%에 달하는 규모다. 영세한 법인전입금을 확충하지 않는 문제도 심각하다. 마땅히 법인이 지출해야할 법정부담전입금을 아직도 일절 부담하지 않거나 일부만 부담하는 대학이 전체 153개 대학 중 103곳(67.3%)에 달하며, 수백억원의 시설·설비 비용에 대한 법인 부담 비율은 16.8%에 불과하다. 법인전입금 확충을 위해 수익용기본재산의 수익률을 높이라는 교육부의 권고가 계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립대학들은 수익성이 0.7%에 불과한 토지를 1조 6,944억원이나 보유하고 있다.

 

한편, 최근 들어 참여정부가 추진하는 ‘평가와 경쟁을 통한 대학구조조정’이 등록금 인상의 주 요인으로 자리잡는 추세다. 이는 연세대가 등록금인상 근거로 경쟁대학과의 형평성을 내세운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교원채용, 시설·설비 확충 등 평가와 경쟁에 따른 소요비용을 학생·학부모에게 전가하고 있다. 전입금으로 하든 등록금으로 하든 일단 평가를 잘받고 보라는 식의 무분별한 대학구조조정 앞에서 대학운영자들은 등록금인상이라는 손쉬운 방법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사학퇴출’과 ‘국립대 특수법인화 및 대학회계 도입’은 ‘생존’을 이유로 등록금 인상을 요구할 수 있는 대표적인 구조조정 정책이라 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은 지난해 관련법 개정으로 사립대학 예·결산서는 물론 부속명세서까지 학교 홈페이지에 1년간 공개하도록 의무화되고, 한국사학진흥재단에서도 홈페이지를 통해 각 대학 예·결산서 및 기본재산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구성원들은 공개되는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여 합리적인 예산편성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사학재정의 투명성 면에서 다소 진일보한 것 일뿐 대학등록금 인상문제의 완전한 해답이 될 수는 없다.

 

참여정부는 대학등록금 동결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는 올해 국정운영의 핵심과제인 경제회생과 사회양극화 해소와도 직결된 문제이다. 지금의 무분별한 대학구조조정이 등록금인상 요인이 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뚜렷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사학운영자들은 현재 사립학교법 개정과 관련하여 국민들에게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만큼 이를 만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학운영자들이 모여서 사립대학 등록금 동결을 선언해보라. 누적된 이월·적립금을 풀고, 합리적 예산편성을 통해 소모적 경비의 지출을 자제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아울러 학교 시설·설비의 법인부담 강화, 교직원 법정부담전입금 전액 법인부담, 저수익성 수익용기본재산의 전환 등을 선언한다면 온 국민들이 환영해 마지 않을 것이다.

 

국립대학도 마찬가지이다. 올해 국립대학은 특수법인화 및 대학회계 도입으로 그야말로 생존의 기로에 서있다. 인건비성 수당, 교육용 자산매입, 시간강사 강사료 및 공공요금 등 마땅히 국가가 책임져야할 몫까지 기성회계가 떠안고 있는 현실속에서 또다시 학생등록금 인상을 요구한다면 이는 국립대임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부당국과 학교운영자들의 결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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