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연 연구

논평

INSTITUTE FOR ADVANCED ENGINEERING

한 해를 마무리하며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5.12.26 조회수 :420

2005년 세밑의 풍경이 어둡다. 온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황우석 파문’은 학계, 정·관계, 언론계의 천박한 경쟁문화를 일순간에 폭로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두 농민이 목숨을 잃는 군부독재시절에나 있을법한 일이 참여정부 임기 내에 일어났다. ‘책임자 파면과 농업회생’을 요구하는 촛불이 한 달 넘게 거리를 밝히고 있다. 기상관측 이후 사상최대라는 ‘폭설대란’으로 호남지역 농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참여정부의 레임덕 현상이 조기화되면서 권력을 향한 정치권의 과열경쟁이 난무하고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그나마 교육계는 올해 소중한 성과를 얻었다. 사립학교법 개정이 그것이다. 물론 교육현장의 구성원들이 원하는 바대로 개정된 것은 아니나 개방형 이사제 도입, 친·인척 이사비율 축소, 교육공무원의 이사진출 제한, 불법행위자의 복귀시한 연장, 이사장의 임기제한 등 사학 부정·비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단초는 마련하였다.

 

그러나 이를 제외하고 보면 2005년 대학가 풍경은 암울 그 자체였다. 교육부의 새로운 수장으로 경제부총리였던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임명되고, 노무현 대통령이 연두에 ‘대학도 산업이다’라는 지론을 펼침으로써 2005년 우리 대학은 시장주의에 기반한 대학구조조정의 회오리에 휩싸였다.

 

교육부는 사립대학 분쟁조정법안,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 고등교육평가에 관한 법률안 등을 연이어 발의하고, 구조개혁특별법, 국립대특수법인화 관련 법안 등을 내부적으로 준비하는 등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했으며, 현행법상 가능한 정책은 일사천리로 추진해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대학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심사숙고의 자세는 엿볼 수 없었다.

 

대학 통·폐합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일본과 중국만 보더라도 10여년의 장기간 논의 끝에 추진한 대학 통·폐합을 교육부는 3~6개월만에 8개 대학을 4개 대학으로 통합승인했다. 과잉팽창한 고등교육의 규모가 문제라면 개별 대학의 정원축소를 통해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안 되는 국립대학 수를 줄인 것은 국립대학 민영화 도입시기를 앞당기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졸속 추진으로 통합대학의 내부 갈등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사업, 수도권 특성화사업 등 각종 차등지원사업은 대학서열화를 더욱 공고화시켰다. 지역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야할 지방대학은 이제 위기를 넘어 퇴출에 직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 사업은 대학특성과 상관없이 산학협력단 설치, 학과 통·폐합, 정원축소 등의 구조조정을 무분별하게 요구함에 따라 대학들은 갖가지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올해 교육부는 2차 BK21사업 추진에도 본격 착수했다. 교육부는 지난 7년간 1조 4천억원이 투입된 1차 BK21사업을 앞두고 황우석 연구팀의 연구를 비롯한 교수논문의 비약적인 증가를 성과로 내세워 BK21사업의 계속 추진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경쟁위주·성과위주의 BK21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한 대학구성원들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으며 2차 BK21사업안도 연내에 서둘러 확정할 전망이다. 만약 총 3조 5천억원을 투입하고도(2차 BK21사업 지원비는 총 2조 1천억원) BK21사업의 성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된다면 그것은 교육부 역사상 최대의 실책일뿐만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과오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이면 참여정부는 집권 4년째를 맞이한다. 지금으로서는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은 가히 절망적이다. 그나마도 더 이상의 절망을 막을 수만 있다면 다행인 상황이다. 그러나 이를 위한 교육부의 자기혁신을 기대하기도 어렵고, 올해 출범한 2기 교육혁신위원회가 교육부를 견제하리라 기대하기도 어려운 형국이다. 더 이상 교육정책이 파국으로 치닫지 않길 원한다면 참여정부는 내년 초 개각에서 지금의 교육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인물을 교육부 수장으로 임명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면 교육부 정책에 대한 최소한의 제동장치는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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