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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5.11.21 조회수 :421
지난 10월 말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을 도입하기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안’과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이하 법률안)’이 국회에 접수됐다. 예정대로 올해 정기국회에서 이 법안들이 통과되면 06년도 대학심사를 거쳐 07년에 법학전문대학원 유치대학이 결정되고 08년도부터 로스쿨은 첫 신입생을 받게 되며 현행 사법시험은 2010년부터 정원을 줄여 2013년께 완전 폐지된다.
법안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법학전문대학원은 교원 1인당 학생수가 15명 미만이여야 하고, 전체 교원의 5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교원은 변호사 자격이 있는 자로서 관련 분야의 실무 경험이 있어야 하며, 법학전문도서관 등 물적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한편 법률안은 교육부 산하에 법학교육위원회를 두어 로스쿨의 설치·인가·폐지 및 변경인가, 개별 로스쿨의 정원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도록 하였다.
그간 로스쿨에 대한 논의는 사분오열되어왔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로스쿨을 전면반대한 바 있으나 지금은 조건부 찬성의 입장을 표명하고 있으며, 대학은 로스쿨도입을 찬성하되 세칭 명문대와 지방대의 입장이 나뉘고, 법학교수들 사이에서도 로스쿨 도입에 대한 찬반이 분분하다.
찬반의 핵심쟁점은 로스쿨 입학정원을 몇 명으로 할 것인가, 어느 대학에 로스쿨을 유치할 것인가 하는 점으로 이를 둘러싼 논쟁이 집단이기주의로 치닫고 있다.
전문성과 직업윤리의식이 뛰어난 법조인 양성 운운했던 이들은 결국 어떤 방식이 내가 속한 집단에 유리한가라는 사고에 매몰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언론 또한 이들의 경쟁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번 법률안 도출까지는 합의했다해도 이후 정원규모와 유치대학을 결정짓는 시점이 되면 또다시 법조계와 학계, 교육부와 대학, 대학과 대학간의 소모적인 싸움이 벌어질 것이며 이러한 과정속에서 도입된 로스쿨이 정상적으로 운영될지 의문이다.
그러나 정작 로스쿨의 실패가 예견되는 이유는 보다 본질적인 데 있다. 현재 교육부가 도입하고자 하는 미국식 로스쿨이 우리 법학교육체제 개혁안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이미 누차 언급된 바 있다. 우리의 법체계가 대륙법체계를 수용하였기 때문에 이질적인 미국식 법학교육체계와는 맞지 않고, 미국식 로스쿨은 실무위주의 교육을 집약적으로 하는 만큼 법원리 및 철학에 대한 탐구없이 실용법학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탓에 로스쿨이 ‘소송기술 전수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미국식 로스쿨 도입은 세계적 추세라고도 할 수 없다. 영국의 경우 법과대학생은 3년간의 이론교육과 1년간의 실무교육으로 법조인자격을 부여받고 각 분야의 2년간 연수를 마치면 해당 분야의 전문 법조인이 된다. 독일의 경우 예과와 본과로 나뉜 법학교육과정을 마치고 1차에 해당하는 국가시험에 합격하면 2년 반 동안의 사법연수교육을 거쳐 2차 시험에 응시, 합격하면 법조인이 된다. 오히려 우리와 유사한 미국식 로스쿨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경우 비용 과다와 로스쿨 낭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법학교육이 전문성과 국제경쟁력을 갖춘 법조인 양성에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교원수는 턱없이 부족하고, 개설강좌도 다양하지 못하며, 교육여건도 열악하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반드시 로스쿨을 도입해야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실무경험이 있는 교원이 필요하면 적합한 자를 채용하면 되고, 교육재정의 투자를 늘려 강좌수를 늘리고 교육여건의 질도 개선하면 된다.
대학이 고시학원화되고 대졸자들이 고시낭인으로 전락하는 문제가 심각하다면 이는 사회구조와 취업구조를 개혁적으로 바꿔나가야할 문제이지 로스쿨을 도입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이를 모를리 없는 교육부가 로스쿨 도입을 확정한 ‘사법개혁추진위원회’와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위원으로 참석하면서도 반대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로스쿨 도입이 현재 교육부가 추진하는 전문대학원 도입정책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03년부터 의·치의학 전문대학원을 도입한 이후 지금의 로스쿨을 비롯하여 경영·금융·약학 등의 전문대학원도 줄줄이 도입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의학전문대학원과 로스쿨, BK21사업이 연계된 ‘3종 세트’를 세칭 명문대학으로 가기 위한 ‘카드’로 내밀어 대학간 과열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이미 의·치의학 전문대학원 도입과정에서 확인되듯이 무분별한 전문대학원 도입은 학부과정의 황폐화와 1500만원˜2000만원에 달하는 고액의 교육비 가중, 고학력 인플레 현상 심화 등의 문제를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이 전문대학원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이는 고등교육의 옥상옥을 만들어 그간 대학구성원들이 요구해왔던 대학교육 정상화 요구를 피해가겠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로스쿨 관련 법안은 반드시 국회에서 부결되어야 하며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교육부의 전문대학원 도입정책 또한 원점에서 재검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