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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주의 더욱 확산시키려는 청와대교육비서관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5.10.17 조회수 :370

- ‘엘리트는 없고, 엘리트주의만 있다’에 대한 반박 -

 

청와대 김진경 교육문화비서관은 18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엘리트는 없고, 엘리트주의만 있다’는 글을 통해 참여정부의 ‘대학 혁신 정책’을 설명하고, 여기에 더해 국립대 특수법인화 반대 논리를 반박했다.

 

김비서관은 이 글에서 우리 대학이 “일제 식민지를 겪으면서 독일식 엘리트주의 영향을 받다가 해방 이후에는 유럽과 판이하게 다른 미국의 영향을 받아 대학 취학률(진학률의 오기인 듯)이 80%를 넘어선 보통교육 수준으로 커졌으나, 문화와 관행은 여전히 유럽식 엘리트주의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김비서관은 이런 ’기형적‘인 모습 때문에 △대학생들이 입학 이후 열심히 공부하지 않고 △대학에 엄격한 경쟁체제나 질 관리체제가 들어서기 힘들며, △대학진학 이후 진로 분화 장치가 없어 대학원이 팽창하고, 부실화되었다고 주장했다. 김비서관은 이러한 문제 극복을 위해 참여정부는 △대학원 중심 대학 도입 △대학특성화 △누리사업 △전문대학원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식 경쟁체제만이 엘리트를 육성한다?

 

김비서관의 주장은 ‘시장주의 논리’에 찌들어 있는 교육부 관료들의 주장과 토씨하나 다르지 않을뿐더러 이들의 논리를 적극 변호하고 더 나아가 강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충격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여러 가지 설명에도 불구하고 김비서관의 주장을 요약하면 ‘해방 이후 미국식 대학 교육제도가 모방·이식되어 몸체가 커진 이상 문화와 관행까지 확실하게 미국식 신자유주의체제로 가자’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우리 대학이 미국식 경쟁체제로 가야만 ‘창조적 지식 생산의 엔진이 되는 엘리트’를 육성할 수 있다는 말이다.

 

미국 유학파들에 장악된 우리 교육

 

그런데 1989년 발간되어 교육운동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던 ‘전환기의 민족교육’에서 김비서관은 우리나라 교육 모순을 불러온 교육관료체제의 특성 가운데 하나로 △군사·경제 등 타부문에 종속 △교육정책·내용의 큰 틀과 방향을 결정짓는 전문직에 미국유학 내지 미국이론으로 무장된 미국형 관료 엘리트의 진출이 현저하다는 점을 들었다.

 

이와 같은 지적대로 실제 참여정부의 대학교육정책은 김영삼정부시대에 현재 한나라당 중심의 친미적 시장만능주의자들에 의해 만들어져 글자하나 안바뀌고 지금까지 집행되고 있다. 더욱이 1995년 당시의 5·31교육개혁안도 군사독재시절인 1987년 12월 친미 인사들 중심으로 구성된 교육개혁심의회가 최초로 제시한 ‘교육개혁 종합 구상’을 조금 더 구체화했던 것에 불과한 것이었다.

 

엘리트주의 만연은 미국식 교육정책 실패의 결과

 

따라서 김비서관이 지적한 ‘엘리트는 없고, 엘리트주의만 있다’는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문제점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20여 년 전에 수립되고 지난 10여 년 간 시행되어 온 교육정책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에 ‘엘리트가 없고 엘리트주의만 남아 있는’ 이유는 미국식 신자유주의 교육제도를 도입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미국식 교육제도를 무분별하게 수용하고, 친미 엘리트 양성을 목적으로 서울대를 비롯한 특정대학 중심의 교육정책을 펴오면서 강고한 학벌체제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한 ‘엘리트’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과거 정책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우선되어야 했다. 때문에 우리사회의 패권적 주류 질서를 바꾸려했던 참여정부라면 이처럼 실패한 과거 교육정책을 전면 폐기하던가 아니면 최소한의 비판적 평가라도 했어야 맞는 것이다. 그런데 참여정부 들어 그러한 움직임은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과거 정부 교육정책의 비판적 검토’가 제기된 것을 제외하고 단 한차례도 없이, 실패한 정책을 ‘묻지마’식으로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신자유주의 정책의 정점인 ‘국립대특수법인화’

 

참여정부의 오도된 인식은 김비서관이 장황히 설명하는 국립대특수법인화 정책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국립대 특수법인화는 앞서 말한 교육개혁심의회가 1989년 당시 등록금 인상 자율화, 사실상의 기부금 입학 허용 정책 등과 함께 최초로 제기했던 것이다.

 

국립대 특수법인화에 대한 김비서관의 주장을 요약하면, 국립대 특수법인화는 △고등교육 비용의 국가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지나친 폐쇄성과 불투명성을 해소함으로써 투자확대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형성하려 한다 △등록금은 인상되지 않는다 △지방국립대가 타격을 입지 않도록 상황을 충분히 고려할 것이다 등이다. 하지만 김비서관은 이러한 주장을 펴면서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은 채 ‘참여정부 정책이 이러하니 믿어달라’는 투로만 얘기를 하고 있다.

 

특수법인화는 국가비용 부담 줄이기 위한 정책

 

그러면 지금부터 국립대특수법인화에 대한 김비서관 주장의 문제점들을 살펴보자. 과연 국립대 특수법인화가 고등교육 비용의 국가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참여정부는 왜 국립대학 통·폐합을 추진한 것인가? 교육부가 ‘대학구조조정 방안’에서 대학구조조정의 목적을 ‘구조개혁을 통한 고등교육 투자의 효율성 제고’라고 밝힌 것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김비서관은 “참여정부는 대학 예산을 확대해 나갈 의지를 분명히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침이 지속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립대가 특수법인이 되면 이사회가 수익사업을 할 수 있고, 학생등록금도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게 되어 사립대학 재정 운영 형태와 별반 차이가 없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립대의 반발을 무시하고, 특수법인화 된 국립대에만 예산 지원을 확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외부 인사 참여시켜 국립대 투명성을 확보한다?

 

김비서관은 또 국립대 특수법인 도입의 이유 가운데 하나로 “지나친 폐쇄성과 불투명성을 해소함으로써 투자확대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형성하려 한다”고 했다. 일견 타당성이 있는 지적이기는 하다.

 

하지만 국립대를 특수법인화 하면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넌센스다. 총장, 교육부장관 추천자, 광역자치단체장, 총동창회 대표 등으로 구성되는 이사회나 수 십여 명의 교수들로 구성되는 교수대의회가 과연 대학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교육부의 이사회 구성 방침은 기존에 국립대 의사결정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던 총장과 교수단체 외에 장관 추천인사와 광역자치단체장, 총동창회 대표를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이들이 운영에 참여하지 않아 국립대가 폐쇄적이고 불투명하게 운영되었다는 것인가?

 

진정한 투명성은 외부인사 영입이 아닌 교수·직원·학생들이 주축이 된 대학운영위원회 도입을 통해 상호간의 참여와 견제를 통해서만 확보할 수 있다.

 

학생 등록금 인상되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한 거짓

 

더욱이 김비서관의 주장 가운데 학생등록금이 인상되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한 거짓이다. 국립대 특수법인화 추진 목적 가운데 하나가 국립대학의 자율성 확대인데, 등록금 책정 권한을 이사회에 주고서 정부가 어떻게 인상을 막겠다는 것인가? 설사 참여정부나 차기 정부가 임기 내에 행정지도를 통해 등록금 인상을 막는다 하더라도 이것은 한시적인 조치일 따름이다. 행정지도를 통한 등록금 인상 억제도 기껏해야 제도 도입 당시 재학생들까지는 등록금을 인상하지 않겠다는 것 밖에 더 되겠는가.

 

그렇다면 몇 년이 지난 후 국립대학 학생 등록금은 사립대학 수준으로 인상될 것이고,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 역시 높아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립’ 대학은 허울만 남고 사립대학과 전혀 차이가 없는 ‘민영’ 대학이 될 것이다.

 

서울대를 제외한 소규모 지방 국립대는 전멸할 것

 

다음으로 지방 국립대학에 타격을 입지 않도록 상황을 고려하겠다고 했는데, 이 역시 말도 안되는 수사학에 불과하다. 국립대학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서울대와 지방의 대형 국립대 및 소형 국립대의 격차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것이다. 재정 규모만 보더라도 서울대와 지방 소규모 국립대는 5배~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특수법인화가 되면, 서울대와 일부 대형 국립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살아남지 못하게 된다. 소규모 국립대학이 학생등록금을 인상해봐야 세입 규모가 얼마나 증가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교육부는 특수법인화 이후 대학을 평가하여 국고보조금을 차등 지원하겠다고 밝힌 상태이다. 결국 김비서관 주장대로 이들 대학이 타격을 받지 않으려면 주변의 대형 국립대학과 통·폐합하는 수밖에 없다. 김비서관이 염두해 둔 대책도 이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미국대학은 77.3%가 국·공립

 

김비서관의 글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청와대가 혹시 초·중등 교육 비용은 국가가 책임지고, 대학은 기본경비를 제외한 비용은 민간자본, 즉 학생등록금 인상이나 외부 기부금 등을 유치해 해결해야 하겠다고 판단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김비서관이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의 경우 대학의 76.0%가 우리나라 국립대와 비슷한 공립이고, 사립은 24.0%에 불과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77.3%가 사립이고, 22.7%만이 국·공립이다.(OECD, Education at Glance : OECD Indicators. 2004)

 

미국 대학이 비록 경쟁체제에서 운영되더라도 정부의 투자만큼은 보장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실을 모른 채 하고, 몇 곳 안 되는 국립대학을 늘리기는커녕, 그나마 있는 국립대학마저 민영화에 가까운 특수법인화하겠다는 우리 정부 정책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기본적인 인프라마저 갖추지 않고 `엘리트`를 육성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놀라울 뿐이다.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은 ‘엘리트’를 육성하는 게 아니라 ‘엘리트주의’를 더욱 확산시키는 역할만 하게 될 것이다.

 

기로에 선 참여정부 대학정책

 

현장의 요구와 정부 정책을 조율해야 하는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으로서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대학설립 및 정원자율화와 같이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정책들을 밥먹듯 반복하고 있는 교육관료들의 정책에 대한 면밀한 평가와 검토를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인 주장만으로는 국민들과 대학구성원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킬 수 없다.

 

더욱이 지금과 같은 시장만능주의적 주장이 반복되다 보면, 참여정부가 금지하고 있는 3불정책도 더 이상 명분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크고, 대학정책도 감당하기 힘들만큼 어려워질 수도 있다. 참여정부의 대학정책이 그만큼 기로에 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새로운 정책을 밀어붙이기 전에 보다 냉철한 시각으로 참여정부의 대학교육정책 전반을 평가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 : 청와대 홈페이지 → 청와대통신 → 청와대사람들 → 김진경의 백년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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