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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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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법 개정으로 정관준칙 폐지 문제 개선해야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5.09.20 조회수 :544

교육부가 학교법인 정관준칙 폐지를 결정한 뒤 사학운영자가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학교법인 정관이 학교법인의 조직과 활동의 기본사항을 정한 규범으로, 학교법인 설립시 또는 정관변경시 교육부의 인가를 받아야하는 사항이라고 한다면, 정관준칙은 이러한 법인 정관작성의 모형을 제시한 것으로, 상위법의 보충적 혹은 집행적 성격을 띄고 있는 내부지침 즉, ‘예규’에 해당한다.

 

지난 5월 교육부는 ‘대학자율화추진계획(‘04.12.28)’의 일환으로 학교법인의 자율성을 과다하게 제한하는 집행적·사전적 성격의 규제를 철폐한다는 차원에서 이러한 학교법인 정관준칙 폐지를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구논회 의원이 전국 4년제 및 2년제 대학, 초·중등 사학기관의 법인정관을 취합하여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의 법인이 이사장 취임과 이사해임 권한을 이사회 의결만으로 가능토록 법인정관을 개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존 정관준칙에 따르면, 임기전의 임원의 해임은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관할청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제24조), 이사장은 이사의 호선으로 관할청의 승임을 받아 취임하도록 되어있으나(제26조 1항) 정관준칙이 폐지됨에 따라 사학법인들은 서둘러 이를 이사회 의결 권한으로 돌려버린 것이다.

 

심지어 사학법인들은 이번 정관개정 과정에서 현행 사립학교법을 어겨가며 법인의 권한을 강화하는 반개혁적인 조치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대학법인연합회는 정관준칙이 폐지되자 지난 7월 자체적으로 정관개정 시안을 마련해 각 사학법인에 배포하였다. 이 시안에 따르면, 현행 사립학교법이 대학평의원회를 교육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하기 위한 기구로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칭을 ‘대학평의회’로 바꿔 자문기구로 격하시키고 있다. 또한, ‘예산·결삼심의위원회’의 경우, 현행 사립학교법이 학교회계의 자문기구로 성격을 규정하고 이에 따라 기존의 정관준칙도 위원회 위원의 임명권을 학교의 장에게 부여했으나, 전문대학법인연합회는 개정시안에서 위원회 위원의 임명권을 ‘학교의 장 또는 이사장’으로 수정하였다.

 

한편, 구 의원이 정관개정 실태를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27일 사학법인연합회가 법인운영의 투명성·공공성 강화를 천명했던 ‘사회분야 투명사회협약 체결 및 다짐대회’도 일종의 ‘쇼’에 불과했음이 드러났다. 이 대회에서 사학법인연합회는 학교법인 예·결산을 전면 공개하겠다고 했으나 초·중·고 61개교의 정관을 조사한 결과 43개교가 여전히 비공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학법인연합회는 지난 8월 제2기 사학윤리위원회 발족과 더불어 ‘사학윤리강령’을 각 사학법인의 정관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으나, 확인 결과 4년제 대학 2개교, 2년제 대학 1개교만 이를 정관에 삽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정관준칙 폐지 당시 △ 학교법인의 정관자치권 침해 △ 사립학교법의 규정사항(임원의 선임제한, 감사의 직무 등) 중복제시 △ 법적 근거없이 새로운 규제 창출(예를 들어, 사립학교법 제20조는 이사회에서 선임된 임원은 관할청의 승인을 얻어 취임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정관준칙에서는 임원의 해임 및 이사장의 취임까지 관할청의 승인을 받도록 함) 등을 폐지의 이유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정관준칙 폐지가 대학의 자율화가 아닌 사학운영자의 권한강화로 귀결되고 있는 이상 학교법인의 정관자치권 침해를 우려하여 정관준칙을 폐지했다는 것은 설득력을 지니기 어렵다. 또 사립학교법과 중복되는 사항은 조절하면 될 일이지 정관준칙을 폐지해야할 일이 아니다. 정관준칙이 법적 근거없이 새로운 규제를 창출하고 있다는 것은 역으로 현행 사립학교법과 동법 시행령의 취약함을 문제삼아야 할 일이다.

 

현재 사립학교법은 많은 사항을 정관결정으로 위임하고 있다. 이사장의 선출방식 및 임기(사립학교법 14조), 이사의 선출방식 및 임기(제20조), 보수지급 가능한 상근이사 유무(제26조), 대학평의원회의 조직 및 운영(제26조의 2), 예·결산 자문위원회의 조직 및 운영(제29조 5항), 학교법인의 해산사유(제34조), 해산시 잔여재산 귀속자에 대한 규정(제35조), 학교의 장의 임기(제53조 3항), 교원임면권의 위임여부(제53조 2의 2항), 교원의 근무기간·급여·근무조건, 업적 및 성과약정 등 계약조건(제53조 2의 3항), 교원인사위원회의 조직 및 운영(제 53조 3의 2항) 등이 이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러한 정관의 모형을 제시한 정관준칙을 사립학교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부가 서둘러 폐지한 것은 교육부가 오히려 사학운영자의 방만한 운영의 길을 터주고 있다는 의혹을 낳기에 충분하다.

 

지금은 정기국회가 개회중에 있으며, 오늘부터 국정감사가 실시된다. 교육부의 정관준칙 폐지방침은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심도깊게 다뤄져야 할 것이며, 이번에 문제가 된 이사장 취임과 이사해임 권한 규정을 사립학교법에 포함시키는 등 현행법의 미비한 점을 보완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이외에 교육의 공공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교육부 정책에 대한 면밀한 검토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참고로 교육부는 지난해 세운 ‘대학자율화추진계획’에 따라 지난해 12건, 올해 37건의 자율화조치를 시행하였다. 여기에는 법인의 수익사업 공고 내용 보고 폐지, 법인 기본재산 처분에 있어 신고제 폐지 및 허가 요건 완화 등 사학·법인에 관한 사항만 12건이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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