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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5.04.11 조회수 :459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공주대와 천안공대는 지난해 통합을 완료했으며, 현재는 부산대·밀양대, 경북대·상주대, 경상대·창원대, 전남대·여수대, 충남대·충북대의 통·폐합이 추진되고 있다. 교육부는 이들 대학 통·폐합을 촉진시키기 위해 2~3개 대학을 선정하여 200억원씩 600억원을 2~4년간 계속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립대학들은 통·폐합만이 살길이라는 듯 대학 행정의 모든 역량을 투여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와 국립대학들의 이러한 모습은 불과 몇 년전과 비교해 너무나 다른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대학간 통·폐합은 중·장기 대학 발전뿐만 아니라 대학 내의 구성원과 동문 그리고 지역사회에까지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대학간 통·폐합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대학 내·외부의 의견을 수렴하여 대학의 중·장기 발전 계획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통·폐합 이후 대학의 발전 전략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기 위해서는 당연히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추진되고 있는 국립대학 통·폐합은 이러한 원칙들이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국립대학들이 2003년 6월 교육부에 제출했던 ‘자체발전계획 추진실적 보고서’를 보자.
먼저 부산대의 경우, “2000년 5월에 실시한 ‘부산지역 국립대학간 통·폐합 방안’에 관한 설문조사의 내용을 심도 깊게 분석한 후 4개(안)을 도출”했는데, 그 대상은 부경대 및 해양대와의 통합(안)이었다. 그리고 제4안으로 “부산대, 창원대, 경상대, 부경대, 해양대를 중심으로 연합대학 체제 구축”을 계획했다. 어디에도 밀양대와의 통합은 없었다.
경북대도 “지역 대학간 교육환경 특성을 고려하여 계획적·점진적으로 추진”하되, 대학간 통합이 아닌 ‘연합대학 체제에서의 학과 통합’만을 계획했다. 현재 통합이 추진 중인 상주대의 경우도 연합대학 체제의 한 대학으로 설정되었을 뿐 대학 통합을 계획하지는 않았었다.
경상대는 “자체발전계획에 따라 창원대학교와 먼저 연합대학체제를 구축한 후 양 대학의 합의에 따라 통합 가능성을 (장기적으로) 검토키로 했다. 반면 경상대와 통합 대상이 되고 있는 창원대학은 ”(단기적으로) 상호 보완성이라는 측면에서 밀양대학교와 일차적 (통합)대상“이며, ”경상대학교가 자체 구조조정과 진주산업대 및 진주교대와 통합을 완성하는 경우 장기적으로 통합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계획했다.
전남대 역시 대학간 통·폐합 및 학과 교환을 추진하되, “서남부권 9개 국립대학(광주교대, 군산대, 목포대, 목포해양대, 순천대, 여수대, 전남대, 전북대, 전주교대)간 협력체제 구축 및 연합대학 체제 기반 조성”을 우선 과제로 계획했다. 하지만 전남대는 현재 이러한 계획과는 별개로 여수대와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충남대는 “내부 설문결과 부정적 의견이 다수를 점해 통·폐합을 점진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느슨한 결합 모델을 목표로 추진”키로 하면서, 우선적으로 천안공업대와 통합 추진 의사를 밝히고, 공주대, 공주교대, 한남대, 한밭대 등과는 연계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디에도 충북대와 통합하겠다는 의사는 없었다.
이러한 상황들을 고려하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립대학 통·폐합 사업은 대학발전에 대한 치밀한 전략 설정 없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 통·폐합과 같이 민감한 문제를 22개월 전에는 전혀 계획이 없다가 갑자기 추진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결국 현재 진행되는 국립대학 통·폐합은 국고보조금을 무기로 실적 쌓기를 요구하고 있는 교육부의 강압에 의해 ‘억지춘향’식으로 추진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기’ 식으로 진행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통·폐합만 이루어지면 국립대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교육부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확언하건데, 국립대학 통·폐합과 현재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립대 민영화 정책은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재앙이 될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20%도 안되는 국립대학을 줄이고, 학생과 학부모 주머니를 털어 재정을 충당하면서 대학 경쟁력을 높인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