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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과 통합`은 사라지고 `시장논리`만 남은 교육부 업무보고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5.03.28 조회수 :540

25일, 김진표 교육부총리 취임 후 교육인적자원부의 첫 대통령 업무보고가 있었다. 경제통 교육부총리답게 지난 업무보고에 포함되어 있던 구성원의 대학운영 참여, 사학의 비리와 분규 예방, 지방대학 육성 등 “참여” 및 “균형과 통합”에 기반한 정책은 사라지고, “시장논리” 정책만이 더욱 전면화되었다. 내용은 지난해 말 제출했던 대학구조개혁방안을 재차 제시한 것에 불과하다.

 

먼저, 국립대학 수를 줄이겠다는 것(07년까지 50개→35개)은, 교육부 스스로가 밝힌 바와 같이 국립대학 통합이 주로 대규모 일반 국립대학이 소규모대, 산업대, 전문대를 흡수 통합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것을 감안하면 국립 산업대(8개교) 및 전문대(6개교)를 일반 국립대학에 흡수 통합시키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다양화·특성화된 대학을 육성하기는커녕 오히려 특성화에 역행하는 대규모 종합대학만 양성되는 셈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대학생의 75%이상이 국·공립대학에 다니는 미국, 호주, 프랑스 등 OECD 국가들과는 달리 국·공립대학에 재학중인 학생 비율이 22.7%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국립대학을 통·폐합하여 줄이겠다는 것은 대학교육을 더 이상 정부가 책임지지 않겠다는 의미다. 더욱 황당한 것은 교육부가 대학 수 감축을 얘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립대학 신설(04, 05년 3개교)을 허가했다는 것이다.

 

사립대학의 경우에도 구조개혁 선도대학 10~15개를 집중 육성하고, 교원확보율 기준에 미달하는 대학은 정부지원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대학의 신입생 충원율, 졸업생 취업률, 교수1인당 학생수 등 정보를 공개하는 정보공시제를 도입하고, 평가를 실시한다. 이럴 경우 수도권 대학의 비대화는 그대로 유지되고, 지방 군소대학 퇴출로 지방대학 공동화 현상만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업무보고에서 지방대학 중심의 지역혁신체제 구축 등 ‘교육의 분권화’ 실현을 중점 추진과제로 선정했던 교육부가 1년 만에 지방대학 육성정책을 사실상 폐기한 것이다.

 

03년 감사원 감사를 통해 많은 문제점이 지적된 BK21사업 또한 철저한 문제점 진단도 없이 내년부터 2012년까지 지원액을 더욱 확대하여 진행할 계획이다. 구조개혁 사업과 더불어 소수 대학 집중 육성 및 다수 대학 배제 정책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상위 10개 국립대학이 차지하는 국고보조금이 전체 국립대학 국고 총액의 2/3에 달하며(98~02년), 수위인 사립대학 하나에 지원되는 국고보조금이 하위 79개 사립대학(전문대 포함)의 국고보조금보다 많다(03년).

 

대학의 산학협력도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권역별 산학협력중심대학을 육성하고, 기업의 요구를 반영한 주문식 교육과정 및 고용계약형 학과제를 확산·보급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교육의 현장성 강화라는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대학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기업 요구에 그대로 따라간다면 돈이 안 되는 학문은 필연적으로 고사될 수밖에 없다. 이미 몇몇 사립대학들은 국고보조금은 물론이고, 기부금 수입, 심지어는 그동안 쌓아왔던 적립금까지도 산학협력단 회계로 가져가면서 교비회계 수입이 줄어들고, 연구비 지출 등 교육여건을 위한 교비지출 또한 감소하고 있다.

 

한편 교육부는 이번 업무보고에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 제정 추진, 사립대학에 대한 기업 기부금 전액 세금감면 등 몇 가지 고등교육 재원 확충 방안을 제시했으며, 내년부터 2008년까지 3년간 2조4,788억원의 고등교육 예산을 추가로 투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및 고등교육 예산 계획’을 마련했다고 27일 밝혔다. 긍정적인 변화다. 그러나 문제는 구체적 계획에 따른 실현가능성이다. 지난해에도 교육부는 업무보고에서 고등교육재정지원법(가칭) 제정 추진을 언급했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었으며, 올해 구조개혁 재정지원 규모도 당초 1천억원에서 800억원으로 감소했다.

 

참여정부가 중반으로 들어서면서 교육개혁 실패에 대한 우려가 매우 깊어지고 있다. 교육관련 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제관료 출신을 부총리에 임명하고, 대통령이 나서 대학을 산업화하면서 일방적인 대학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추세가 지속될 경우 참여정부는 교육개혁과 관련해 국민들로부터 역대 어느 정부보다 냉혹한 평가를 받을 것이다. 교육부는 이제라도 시장논리에 기반한 구조조정 몰아붙이기를 중단하고 기본부터 새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아랫돌 빼어 윗 돌 괴는 정책으로 우리 대학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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