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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5.03.14 조회수 :473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공세가 전면화되고 있다.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지난 8일 정례 브리핑을 갖고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15개를 육성하고, 나머지는 100% 취업을 목표하는 교육중심대학으로 구분하여 육성키로” 했다. 또 “공신력 있는 대학평가를 위해 외국 전문가가 참여하는 고등교육평가원을 연내 설립하겠다”고도 밝혔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권역별로 국립대 총·학장 및 지방자치단체·산업계·시민단체 대표가 참여하는 구조개혁 추진위원회를 구성, 지역별 구조조정 방안을 세우도록 하고, 사립대 합병 또는 해산시 재산 처분 등에 관한 사항과 부실 사립대학 법인의 위기 및 한계상황 등을 알려주는 지표 등을 담은 대학구조개혁 특별법을 입법예고하기로 했다. 또 신입생 충원율과 교원확보율, 취업률 등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대학정보공시제에 대한 세부 실행계획도 발표할 예정이며, 국립대 일반회계와 기성회계를 통합하는 ‘국립대 운영에 관한 특별법’도 올해 안에 추진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통합을 추진하는 2~3개 국립대에 200억원씩 600억원을 2~4년간 계속 지원하고, 구조개혁을 선도하는 대학 또는 전문대 10~15곳을 뽑아 20억~80억원씩 총 4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대학들이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2006학년도 학부 입학정원을 2004학년도 대비 10% 이상 줄여야 하며 사립대는 교육부가 미리 제시한 올해 전임교원 확보율(연구중심대학 55%, 교육중심대학 54.5%, 산업대·전문대 40%)도 준수해야 한다.
교육부 방침대로 대학구조조정이 추진되면 우리나라 대학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우선 공교육 기반이 와해된다. 김부총리도 정례 브리핑에서 말했듯이 우리나라 대학은 국립대나 주립대가 훨씬 많은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사립대가 84%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6개(일반대)에 불과한 국·공립대학을 통·폐합하고, 이들마저 민영화하겠다는 것은 대학교육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어떠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둘째, 사립대학 퇴출과 출연금을 되돌려 주게되면, 사립대학은 최고의 이익을 남기는 황금 알이 될 것이다. 학생 수 미달이 지난 10여년 전에 예고되었음에도 이 기간에 43개교가 신설된 것도 교육부의 이런 방침을 사학 운영자들이 예상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교육개방이 전면화되고,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듯이 ‘과실송금’이 허용될 경우, 결국에는 국내에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대학이 들어설 수밖에 없다.
셋째, 인문학을 비롯한 기초학문은 설자리를 잃게 된다. 교육부는 대학구조조정과 함께 ‘산학협력단’과 ‘학교기업’을 도입하고, 국고보조금을 집중지원 하기로 했는데, 명분상으로는 산학협력이지만 실제는 얼마만큼의 이익을 남기느냐가 최우선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속칭 ‘돈’ 안되는 학문은 사장될 수밖에 없으며, 오랜기간 연구를 필요로 하는 학문 역시 더 이상 발붙이기 힘들어진다.
넷째, 학생과 학부모들은 천문학적인 교육비 부담을 져야 한다. 대학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체 예산 확보가 필수적인데, 이는 결국 학생등록금의 고율 인상을 의미한다. 여기에 더해 교육부는 ‘3불’정책의 일환으로 기부금 입학을 금지하고 있지만, 국립대학이 민영화되고, 교육개방 전면화 및 대학을 사고 팔 수 있는 상황이 도래하면 ‘기부금 입학’은 기정 사실화될 수밖에 없다.
다섯째, 대학 교·직원 생존권 문제가 심각하게 다가올 것이다. 대학 교·직원 상당수는 이미 계약직으로 전환되었으며, 비전임계약교원과 시간강사를 포함하여 비정규직 교원 수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대학 당국은 학과 통·폐합 및 구조조정을 빌미로 교·직원들에 대한 퇴출 압력과 비정규직 교원들에 대한 착취를 더욱 심하게 할 수밖에 없다.
교육부의 대학구조조정 저변에는 천박한 ‘시장논리’가 자리잡고 있다. 채찍(퇴출)과 당근(국고지원)을 들고 ‘경쟁’만 시키면 이른바 ‘대학경쟁력’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05년 우리나라 교육예산은 27조 9,660억원이며, 이 가운데 대학예산은 6.9%인 1조 9,175억원(인건비와 기본사업비 제외)에 불과하다. OECD 국가들의 대학예산 비율의 절반 수준인 것이다. 정부가 자주국방을 천명하며 도입하고 있는 F-15 전투기 한 대 값이 1억달러(1,200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360여개 대학들에게 고작 F-15 전투기 16대 값이 지원되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대학간 경쟁은 상생을 통한 동반 발전보다는 ‘너 죽고 나 살기식’의 제살 깍아먹기식 경쟁이 될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터무니없는 대학구조조정보다는 지난 10여년간 ‘자율’이라는 미명하에 무분별한 대학설립 및 정원 자율화를 추진한 교육관료들에 대한 징계와 참여정부 공약사항인 교육재정 GDP 6% 확보 방안부터 내놓아야 할 것이다. 고등교육환경의 국제화 없는, `대학경쟁력` 강화는 모래위에 집짓은 겪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