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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5.02.14 조회수 :485
취임시 대학교육개혁을 위해 산업과 경제에 종사했던 능력을 십분 발휘하겠다고 역설한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그다운’ 첫 작품을 내놓았다.
지난 2월 3일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가 대학캠퍼스에 민자 기숙사와 지역문화센터 등 각종 민간시설 건립을 허용한다는 내용으로 ‘대학설립운영규정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이 그것이다.
현행법상 대학부지 내에는 설립주체 외의 자가 소유하는 건축물을 설치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교육부는 현행법을 개정하여 대학은 기숙사 등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학생편의시설을 개선하고, 산업체와 정부투자기관 및 보험회사 등은 투자를 통해 건설경기를 부양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시너지효과를 얻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2월 3일 대학 부지 내에 기숙사 등 대학시설에 대한 민간 투자 확대를 위한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정책은 대학구성원들이 원했던 대학개혁과 하등 상관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개혁의 대상이 되어야할 대학운영자들에게 비리의 온상을 제공할 공산이 크다. 오늘날 우리 대학이 낙후된 근본원인은 대학운영자들이 교육여건개선을 위해 스스로 투자하지 않고 무리하게 정원만 확대하여 교육여건이 수용한계선을 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립대학 법인이 학교 건물 및 토지 등 자산확대에 기여한 비중은 20%에 지나지 않는다(03년).
뿐만 아니라 건축기금 등 각종 명목으로 사립대학이 쌓아놓고 있는 적립금은 4조원에 육박하고 있다(03년). 이런 상황에서 대학이 어려우니 민자유치를 통해 교육여건 개선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은 가뜩이나 투자를 기피하는 대학운영자의 부담만 덜어주는 셈이 된다.
또한 민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온갖 비리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 지금과 같이 대학 예·결산의 구체적 내역이 전혀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는 이미 여러차례 교육부 감사에서 적발된 학내 건물 시공업체 혹은 시설 위탁업자 선정과정에서 나타난 부정·비리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대학내의 민자유치는 이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누구나 인정하듯이 기업활동의 목표는 이윤추구이며, 속된말로 기업은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여 돈 안되는 장사는 하지 않는다. 교육부의 개정안대로 민자유치가 현실화되면 대학내의 각종 시설은 기업체의 좋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다.
그간 저렴한 비용으로 장거리 학생들에게 편의를 제공함으로써 교육활동을 지원해 온 기숙사는 경제적 능력에 따라 혜택이 차별화되는 상업적 공간으로 변질될 것이다. 이는 대학내에서 학생들간의 상당한 위화감을 조성할 것이며, 주변대학에도 고액의 호텔급 기숙사 유치바람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대학의 시장화가 본격화되는 것이다.
대학운영자의 투자는 늘지않는 상황에서 기업체가 운영하는 지역문화센터, 주민복지시설의 비중이 점차 늘어날 경우 인재육성과 학문탐구라는 대학본연의 역할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다.
또한 이들 기업체의 운영이 어려워지거나 부도 혹은 파산할 경우 그리고 대학내 시설운영의 수익이 기대치에 못미친다고 판단할 경우, 이들은 대학의 실정과 상관없이 시설운영을 중단하거나 대학에서 과감히 철수할 것이다. 이로인한 혼란과 피해는 대학구성원들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 밖에 없다.
교육부는 민자유치를 통해 대학내 교육여건 개선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미 대학은 위탁사업을 통해 학내시설의 일부를 각종 기업에 맡기고 있으며, 기업들 또한 적극적으로 대학내에 진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대학시설의 소유권을 이전하면서까지 민자를 유치하겠다는 것은 경제살리기에 과도하게 경도된 ‘한건주의’식 정책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교육에 대한 ‘문외한’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던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대학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수렴하면서 교육적 안목과 철학을 쌓기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은채 경제통이라는 이미지에 기대어 취임 일주일만에 이같은 정책을 발표한 것은 매우 실망스런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김진표 신임 교육부총리는 이번 대학설립운영규정개정(안)을 철회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