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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준 파문 교훈 삼아야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5.01.10 조회수 :417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3일만에 사퇴하여 노무현 정부 최단 임기 장관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초, 과거 정부의 잦은 교육부장관 교체를 염두 해 둔 듯, 교육부장관과 자신의 임기를 같이하고 싶다고 말했었다. 그런 교육부총리가 남은 임기는 고사하고, ‘삼일천하’의 최단 임기 장관이 되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릴 수 없다.

 

이번 인사 파문을 두고 청와대 인사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는 곳이 많다. 구멍 뚫린 인사시스템을 수정·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번 파문은 겉으로 드러난 인사시스템의 문제뿐만 아니라, 그런 인사를 강행한 청와대의 국정철학, 교육철학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청와대는 이기준 교육부총리 발탁 이유로, 윤리적·도덕적 하자보다 대학개혁의 시급성으로 전문성과 능력을 우선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학 개혁이 아무리 급하다고 국민적 공분을 살 인사를 교육부총리에 앉혀서야 되겠는가. 이러한 원칙 없는 인사를 보자고 국민들이 참여정부를 있게 해 준 것은 더더욱 아니다.

 

국민들이 교육부총리에게 윤리와 도덕을 요구했던 것은 우리사회의 구조와 관행에 대한 개혁을 요구한 것이라고 이해해야 옳다. 우리 사회는 국민 위에 군림하면서 자신들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하여 불법과 탈법을 통해 불로소득을 취했던 인사들이 너무 많았고, 이들이 추구하는 결과지상주의는 결국 10대의 어린 학생들이 아무런 죄의식 없이 입시부정을 저지르게 하지 않았던가.

 

청와대가 이기준 전 부총리의 도덕적 흠결을 알면서도 인선을 감행했다는 것은 권력이 주는 안일함에 빠져있거나, 국민과의 ‘개혁’ 약속을 내팽겨쳐 버린 것이라 할 수 있다.

 

청와대가 대학개혁이 시급했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우리를 갑갑하게 한다. 우리 대학은 분명 위기에 처해 있고, 시급히 개혁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대학이 위기가 무분별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도입으로 가속화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시장논리로 서울대를 개혁하려고 했던 이기준 부총리 인선은 대학개혁에 적합하지 않았다. 이러한 와중에 대통령이 부총리를 옹호한다며, “대학은 산업”이라 했던 발언은 귀를 의심케 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 대학은 합리적 지성과 비판 능력 습득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잊은 채 취업인 양성소로 전락한지 오래되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더 바뀌어야 한다는 것인지.

 

국민들이 바라는 교육개혁은 여기에 있지 않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록금, 가난의 대물림과 교육의 양극화, 망국병이라는 학벌주의와 대학서열화, 여전한 사학재단의 전횡과 비리, 심화되어 가는 교육의 친미종속화 등이 우리 교육이 놓인 현실이며, 이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총리가 공석이 되면서 몇몇 인사들의 하마평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에는 대학개혁과 거리가 먼 인물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걱정이 앞선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 교육계를 장악하며 기득권을 누려왔던 집단에서 배출한 인물, 역대 정부에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입안했던 인물, 대학의 상업적 이미지화에 힘을 쏟아 부은 인물 등이 그렇다. 이들은 국민들이 대학개혁으로 무엇을 바라는지 관심도 없으며, 진정한 대학개혁을 위해 일해본 적도 없는 인물들이다.

 

새로 임명될 교육부총리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는 매우 높다. 그만큼 교육부총리는 백년대계를 책임지는 수장으로서 도덕적·윤리적 사표가 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며, 높은 책임감과 헌신성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파악해야 하며, 교육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성찰을 바탕으로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경도된 우리의 교육정책을 바로 세워야 한다. 또한 국민과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대변할 수 있어야 하며, 그들을 교육개혁의 주체로 세울 수 있어야 한다. 도덕적이며, 개혁적인 인사의 교육부총리 인선으로 이번 파문이 노무현 정부에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길 다시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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