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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4.12.27 조회수 :413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04년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전국을 촛불로 물들인 대통령 탄핵사태, 이라크 추가 파병과 김선일씨 피살 사건, 열린우리당 과반수 및 민주노동당 약진, 행정수도 이전 위헌 판결, 남북교류 지속 및 개성공단 첫 제품 생산, 부시 재선, 미군의 이라크 민간인 학살 및 포로 학대, 동남아시아 대형 지진 사태……
어느 해보다 정치·사회적 대형 사건들이 많았던 해였다.
교육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수능 부정 사태로 전국이 들썩거렸으며, 사립학교법 개정을 둘러싸고 연말까지 논란을 벌이다 결국 2005년 2월에 다시 논의하기로 결론이 났다. 한나라당의 막무가내식 반대도 문제려니와 원내 전략도 없이 혼선과 무능만을 보여주었던 집권 여당의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4대 개혁입법안 중의 하나인 사립학교법의 민주적 개정은 사학개혁의 핵심이자, 교육개혁의 출발이라 할 수 있다. 사립학교법 개정 논란이 벌어지고 있던 순간에도 교육부 감사에 의해 사학 부정·비리는 계속 적발되었으며, 그 액수 역시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국민의 60% 이상이 사립학교법 개정에 찬성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이 사립학교법을 연내에 처리하지 못한 것은 개혁에 대한 열망으로 43년만의 의회권력 교체와 여대야소의 정국을 열어주었던 국민들에 대한 배신이 아닐 수 없다.
올해 교육분야의 또다른 주요 쟁점은 신자유주의에 기반해 더욱 강력히 추진되었던 교육부의 대학 통·폐합 및 구조조정이었다. 몇일 전 최종안으로 발표된 교육부 안에 따르면 2009년까지 총 358개의 대학 중 국립 8개, 사립 79개 대학 등 87개 대학이 통·폐합되는 등 4곳 중 1곳이 없어지게 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은 합리적 토론과 비전 설정 없이 관료들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와 교육적 마인드가 전혀 없는 거대 언론들의 무지한 담론 재생산으로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김영삼정부시절 지금의 안병영교육부총리가 교육부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시행했던 대학 설립 및 정원 자율화의 결과가 어떠했는지. 당시에도 교육부와 거대 언론은 교육관련 단체들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자율이 시대적 대세’라느니, ‘대학도 경쟁체제로 만들어야 한다’느니 말하며 밀고 나갔다. 하지만 그 정책이 시행된지 10년도 채 되지 않아 우려했던 사태가 현실로 다가왔다. 신입생 미달사태와 더불어 부실대학 양산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제 와서 이를 시정한다며 다시 대학 통·폐합과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의 정책 실패를 대학 구성원 책임으로 돌리는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 정책 외에도 교육부는 지난 10여년간 지속되었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대해 단 한차례의 냉철한 평가나 반성조차 하지 않았다. 심지어 정권이 바뀌어도 교육관료들은 막무가내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 대학은, 천문학적인 등록금 인상과, 정부의 차별적 재정지원과 정책으로 인한 대학 서열화 강화, 대학 퇴출 위협으로 지방의 군소 대학 위기, 교직원의 저임금 노동과 신분불안, 사라지지 않는 부정·비리 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모습들이 과연 교육부가 추구했던 경쟁력의 본질이었나?
2005년이면 노무현 정부도 임기 중반에 들어서게 된다. 그때가서 노무현 정부가 새로운 교육개혁안을 마련하기엔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 그렇다고 파국을 향해 걷는 우리의 교육을 그대로 방치할 수만은 없다.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더 이상 파국을 향한 고속질주를 막기 위해서도 최소한의 제동장치는 마련해야 한다. 우리의 대학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현실 인식과 진단, 고찰이 이루어져야 하며,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가야 한다. 재검토가 끝나기 전까지 신자유주의에 기반하여 짜여진 교육정책의 추진은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나 집권여당이 교육개혁의 의지가 없다면, 교수, 직원, 학생 등 대학구성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교육개혁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교육개혁이란 교육 현장에 있는 당사자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교육의 현장에서 개혁의 목소리를 높이고, 교육주체들이 자신의 개혁 현안을 들고, 교육개혁을 실현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