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연 연구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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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마저 자본에 넘기려는 기업도시법 폐기해야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4.11.29 조회수 :414

지난 11월 26일 국회 건설교통위(이하 건교위)는 ‘민간투자활성화를위한복합도시개발특별법(이하 기업도시법)’을 여당 단독으로 처리하였다. 기업도시란 쉽게 말해 기업이 설계하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말한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기업도시 내에서 기업에 관한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푼다는 것이 이번 법안의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기업에게 토지수용권 부여, 출자액에 대한 출자총액 제한대상제외, 특수목적고·자립형 사립고 설립허용, 외국 교육기관(고등교육기관으로 제한) 설립허용, 영리법인의 병원설립 허용 등의 내용을 이 법안은 담고 있다. 기업도시 유치는 지난해 10월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기업투자 활성화를 통한 경기부양과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미명아래 제안했던 것으로, 참여정부가 이에 대해 적극적인 수용의사를 밝히면서 구체화되었다.

 

그러나 여기저기서 기업도시는 사회유지를 위해 갖추어야할 최소한의 공공성마저 상실한채 ‘재벌공화국’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기업도시가 예상되는 지역의 부동산가격은 30~40%이상이 급등하여 참여정부의 토지공개념 실현정책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으며, 기업도시 진입을 계획하는 기업들은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카지노, 호텔, 골프장 등 관광레저산업에 경쟁적으로 관심을 보여 난개발이 예상된다. 국토의 균형발전도 미지수다. 삼성은 충남 아산시에 첨단 신산업단지를, LG는 경기도 파주에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산업단지 조성을 진작부터 준비하는 등 기업들은 미개발지역의 개발유도라는 정부당국의 의도와 무관하게 충청권과 수도권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공공성 훼손은 교육마저 이윤추구를 쫓는 자본의 논리에 내맡긴 대목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교육과 관련한 기업도시법안의 내용은 세 가지다. 첫째, 기업도시에 진출하는 민간기업이 인력양성과 교육여건의 개선을 위해 학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특례를 두고 있으며(제35조), 둘째, 기업도시의 특성에 맞는 특수목적고·자립형 사립고의 설립을 허용하고(제36조), 셋째, 고등교육에 한하여 외국교육기관의 설립을 허용(제38조)하고 있다.

 

학교설립과 관련하여 기업에 ‘특례’를 인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교육과 관련하여 전경련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내용의 수용을 예고한다. 전경련은 지난 3월 ‘고등교육개선 실천방안’을 통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형 전문대학’ 전면허용, 기존 사립전문대학의 영리법인 전환허용, 등록금의 실질적 자율화, 기부금입학제 허용 등을 주장한 바 있다. 현재 건교위를 통과한 이 법안에 대해서 ‘그래도 규제가 충분히 풀리지 않았다’라고 불만을 토로하는 전경련은 이같은 요구를 꾸준히 제기할 것이며, 정부당국 또한 규제완화를 골자로 이번 법안을 추진한 이상 이를 막을 명분이 없다는 이유로 수용할 것이 분명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미 기업들은 기업도시화된 일본의 도요타시를 모델로 삼아 도요타자동차대학과 유사한 교육기관 설립을 고려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이 우후죽순 기업형 대학을 설립할 경우, 이는 정원미달사태 등으로 인한 대학수 및 정원축소라는 교육부의 정책과 전면 배치됨에도 불구하고 이번 법안이 특별법으로 다른 여타법안에 우선시하기 때문에 막을 도리가 없다. 이는 기업도시내의 현존하는 대학들은 물론 근접지역의 많은 대학들에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기업이 원하는 대로 대학이 설립 및 운영될 경우, 다른 지역의 대학들 또한 기업형 교육과정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물론, 기부금입학제 도입허용, 등록금 고율인상 등을 요구하면서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질 것도 우려된다.

 

한편, 기업도시내의 외국교육기관의 설립허용은 경제자유구역, 제주국제자유도시, 지역특화에 이은 또하나의 교육개방 특구화이다. 법안에 따르면 기업도시내의 외국교육기관 설립은 ‘경제자유구역의지정및운영에관한법률’을 준용하게끔 되어있다. 현재 입법예고 되어 있는 ‘제주 및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교육기관설립·운영등에관한 특별법’만 통과된다면 기업도시내의 외국교육기관도 잉여금의 해외송금 허용, 수익용기본재산의 보증보험 대체, 교지·교사임대 가능 등 각종혜택을 부여받게 된다.

 

교육계에서 교육개방에 대한 우려를 여러차례 표명하였을 뿐만 아니라 교육개방의 협상완료 시점도 내년 12월말로 연기되어 심사숙고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특구화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은 결국 정부당국이 국민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교육개방을 강행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번 기업도시법은 아직 본회의의 통과를 남겨놓고 있다. 침체된 경기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기업에게 전무후무한 특혜를 허용하고, 교육부저도 이들의 손에 맡기겠다는 몰지각한 내용을 담고 있는 기업도시법은 마땅히 폐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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