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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4.11.15 조회수 :420
지난 9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학의 재정확보와 경쟁력 강화’를 주제로 개최한 원탁회의에서 있었던 일부 사립대학총장들의 발언이 충격을 주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 발언 내용을 보면, 이화여대 총장은 “차제에 정부 지원을 한 푼도 안 받을테니 최소한의 윤리규제 외에(교육부-글쓴이 주)는 일체 간여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했으며, 광운대 총장은 “문민정부에서 참여정부로 오면서 평등주의가 대학의 자율 경쟁과 활성화, 유연성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했다. 또한 대전대 총장은 “만일 산업자원부에서 기업이 뽑는 인재를 적절히 뽑았는지 감사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느냐”며 교육부 규제와 감사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으며, 고려대 총장을 대신해 참석한 모 교수는 “정부로부터 (대학에 - 글쓴이 주) 가해지는 규제 종류는 무려 78개에 이르고 눈에 보이지 않는 행정지도까지 합치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며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대학 지성의 상징이라는 총장들이 행한 발언으로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수준이 낮고, 궤변에 가까운 것들이다. 우선 ‘대학 자율 운운하면서 국고보조금을 안받겠다’는 이화여대 총장의 ‘협박’성 발언은 사학에 대한 정부 지원이 사학의 수용여부와 상관없이 국민 교육에 필요한 비용을 국가가 의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공교육비의 일부라는 사실을 망각한 것이다. 이화여대 총장의 이러한 발언은 그가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던 인사라는 점에서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다음으로 ‘평등주의가 대학 자율경쟁을 떨어뜨린다’는 광운대 총장의 발언은 현정부의 교육정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기나 하면서 발언한 것인지 의심이 들만하다. 문민정부 이후 정부의 교육정책은 이른바 ‘자율과 경쟁’이라는 미명하에 대학간, 대학구성원간 끝없는 경쟁을 요구하면서 평가 결과에 따라 대학간 차등 지원하는 체제를 유지해 오고 있다. 그런데도 무엇을 근거로 정부가 대학교육에 평등주의를 도입했다고 주장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혹여 기부금입학을 비롯한 대학입시 자율화 등을 요구하면서 이런 주장을 했는지 모르겠으나, 학부모의 학벌과 경제적 능력에 의해 자식의 성적과 학벌도 결정된다는 사실은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 그런데도 기부금 입학 등을 계속 요구한다면 이들은 결국 공부 잘하고 돈 많은 부모를 가진 학생을 뽑아 ‘꿩먹고 알먹고’ 하겠다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다.
고려대 교수의 ‘대학 규제’ 발언도 그렇다. 물론 불필요한 규제는 반드시 해제되어야 하겠지만, 당사자가 말하는 교육부의 대학 행정규제 해제 요구는 동의하기 어렵다.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된 교육부의 대학 규제 현황을 보면,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학의 부당 운영을 막고 질 관리를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무턱대고 대학 자율을 요구한다면, 무분별한 대학설립 및 정원자율화 정책으로 인해 지금과 같은 대학위기가 도래한 것에는 무엇이라 답변하겠는가. 대학 자율만 요구할게 아니라 학교법인과 대학당국의 책임의식부터 키우는게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교육부 감사까지 시비를 걸고 있는 대전대 총장의 발언은 대꾸할 가치도 없는 궤변이다. 교육부 감사에 시비를 걸기 전에 사립대학 내·외부감사부터 제대로 하는지 확인해 보길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에 참석한 교육부 차관은 이 자리에서 “정부 재정지원 못지 않게 대학들도 등록금 부담률을 계열별로 차등 적용하거나 국립대학의 경우 정부 틀을 벗어나 법인화를 통해 정부 규제에서 벗어나고 스스로 살아남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생활을 책임져야 할 고위인사가 정부와 사학법인의 책임 있는 노력을 촉구하기보다는 결과적으로 학생등록금 의존율을 높일 수밖에 없는 방안을 교육재정 확보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현실은 할말을 잃게 만든다.
교육부 고위관료와 대학 총장들이 모여서 이런 수준의 대화를 나누었다는 것은 우리 대학의 암담한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대학 구성원들과 국민들로부터 존경받은 대학 총장과 교육부 고위관료는 언제쯤 나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