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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4.11.01 조회수 :390
의학전문대학원에 이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도입될 예정이다. 지난 10월 초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이하 사개위)는 2008년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사법시험은 법학전문대학원 도입후 5년간 병행실시한 뒤 2013년 완전폐지 등을 골자로 한 ‘법학전문대학원 도입방안’을 발표하였다. 법학전문대학원 도입론자들은 95년 김영삼정부 시절부터 ‘고시낭인’에 따른 인력낭비를 막고, 다양한 분야의 실력있는 법조인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해서는 법학전문대학원 도입이 유일한 방안이라고 역설해왔으며, 이들은 이번 사개위 결정을 법조인양성제도 개혁의 획기적 결단이라고 떠받들고 있다.
그러나 법학전문대학원 도입결정은 그간 미국식 교육제도를 무분별하게 수입해온 기득권세력의 또 하나의 실책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도입하고자 하는 법학전문대학원은 대학과정에 법학과를 두지 않고 법과대학원을 설치하여 판검사나 변호사가 되기위해서는 다른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한 뒤 로스쿨에 진학하여 학위를 취득해야하는 미국식 법조인양성체계를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식 법학전문대학원 도입은 사개위가 내세우는 양질의 법률 서비스 제공이라는 사법개혁 본래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이미 미국내에서도 로스쿨은 ‘소송기술 전수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에 직면해있으며, 실무위주의 교육을 집약적으로 하는만큼 법원리 및 철학에 대한 탐구없이 실용법학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 철학적 사색과 이해가 결여된채 양성된 법조인들이 가난한 서민들의 편에 서기보다 높은 수임료를 좇아 법률시장의 자본화에 앞장설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3만명에 달하는 고시준비생에 따른 인력낭비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고시낭인’은 ‘로스쿨낭인’으로 바뀔 뿐이며, 특히 법조계에서는 법조인수를 늘려야한다는 국민들과 시민단체들의 요구를 묵살한채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정원을 사법시험 합격자수 수준으로 동결해야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어 법조인이 되기 위한 ‘좁은문’은 넓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법학전문대학원 학비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에서는 미국식 로스쿨을 도입한 일본의 사례에 비추어 적어도 연간 1500만원~2000만원의 학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은 법조인이 될 꿈은 일찌감치 접어야한다.
마지막으로 대학교육의 황폐화가 우려된다. 이는 이미 의학전문대학원 도입으로 경험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분야는 뒤로 한 채 의학전문대학원 입시학원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으며, 의학전문대학원이 도입되면서 올해 입시에서 생물학과 등의 경쟁률이 치솟는 웃지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이 도입되면 대학은 법학전문대학원 준비과정으로 변질되어 기초학문 및 인문학과 관련된 여러 분야들이 몰락의 길을 갈 것은 자명하다.
법학전문대학원 유치여부에 따라 대학간 서열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미 많은 대학들이 법학전문대학원 유치를 위한 치열한 신경전에 돌입했다. 도입여부 이외의 인가기준, 입학정원 등 세부사항은 전혀 정해진 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 로스쿨 설치를 위한 특성화전략을 세우는가 하면, 내년도 예산의 주요지출 항목으로 법학도서관 마련 등 법대규모 확대를 이미 상정해놓거나 타계열 정원을 축소하는 대신 법학과를 신설·증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조인 양성기관을 독점함으로써 사회적 지명도를 높임과 동시에 높은 지원율이 약속된 ‘꿩먹고 알먹는’ 법학전문대학원 유치를 놓칠 수 없다는 심산이다. 그러나 상당한 예산을 투자하면서까지 준비하고도 법학전문대학원 유치에 실패할 많은 대학들은 소위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준비생을 양성하는 기관으로 전락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가 법학전문대학원 도입을 강행하는 것은 오히려 경쟁만 부추기는 옥상옥을 만들어 현재의 대학교육 정상화를 회피하고자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법조인양성제도의 개혁과 법학교육 정상화의 대안이 될 수 없는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계획은 전면 백지화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