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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4.07.26 조회수 :478
최근 교육부는 ‘학·석사 통합 과정’ 허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마련, 올 정기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국내의 4년제 대학은 학문 분야에 관계없이 ‘3.5(학부) + 1.5(대학원) 체제’로 5년 만에 학·석사 과정을 마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서울대는 공대, 한양대는 전 단과대가 내년 하반기부터 학·석사 통합 과정을 시행할 계획이다.
이 제도는 대학원중심대학 체제로 대학이 구조조정 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대학원중심대학은 학부과정을 교양중심으로, 대학원과정을 연구중심으로 이분화시킨 체제이다. 이 체제에서 전공심화과정을 밟으려면 대학원으로 진학을 해야만 한다. 학부와 석사과정의 통합으로 교양과 전공심화과정의 학문적 연계를 꾀하고, 우수 학생을 조기 발굴해 대학원 교육을 강화한다는 취지이다. 이번 발표는 학칙으로 운영되던 것을 법제화하여, 학부의 졸업과 대학원 입학 과정 없는 하나의 통합과정을 마련, 체제 정비와 확대를 꾀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전면 실시에 앞서 검토해 보아야 할 문제가 많다. 학·석사 통합 과정의 궁극적 목적인 대학원중심대학 체제가 이미 많은 문제점을 파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학부는 교양중심 교육을 한다는 명분으로 질적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전공심화과정을 위한 대학원 진학은 교육인플레와 학령연한의 증가, 교육비 증가를 가져오고 있다. 그렇다고 대학원 교육이 질적 발전을 이루고 있는 것도 아니다. 전임교원조차 전무한 대학원 현실 속에서 대학원의 확장은 교원의 업무 하중만 불러와 교육여건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여기에 교양중심의 학부교육으로 학생들의 전공 기초부족까지 더해져 대학원 교육도 동반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각 대학들이 학·석사 통합과정을 추진하는 실질적 이유가 안정적으로 대학원생을 모집하여 교육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모 대학의 관계자는 “이공계의 경우 대학원생이 갈수록 줄고 비전공자도 적지 않게 포함돼 있는 등 문제가 있으나 학·석사 통합 과정을 도입하면 이 같은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학부 때부터 대학원 진학을 확정지어 대학원 수급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유학이나 타대학으로의 진학도 많겠지만, 통합 과정 설치로 대학원 진학자 수가 늘어나면 대학원 정원을 채우기가 한결 나아지리란 판단이다.
수업연한과 교육과정은 다양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학문발전과 인재양성을 위해 우리나라 역사 전통과 실정에 맞는 체제와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학·석사 통합과정은 우리나라의 실정에는 맞지도 않는 미국식 대학원중심대학 체제를 억지로 끼워 맞추려해 문제점만 파생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오로지 돈벌이 수단으로 여겨 대학원의 머리 수만 채우려는 장삿속을 드러내고 있다. 교육발전, 대학경쟁력 강화는 요원한 일일뿐이다. 애초 교육부는 연구중심대학을 중심으로 대학원을 강화하겠다고 했음에도, 재정난과 대학원 미달 사태를 호소하는 학교당국에 밀려 4년제 대학의 모든 학문분야에 대학원 통합과정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무분별한 대학원 중심 정책은 철회되어야 하며, 학생등록금에 의존한 대학원 정책도 폐지되어야 한다.
정기국회까지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기국회에 입법안을 제출하기 전에 지금의 대학원 정책은 처음부터 다시 검토되어야 하며,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여 대학재정을 운영하기보다 국가교육재정 확충 방안부터 논의되어야 한다. 밀어붙이기 식보다 기층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학생들이 이중 삼중으로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교육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