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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4.06.14 조회수 :490
교육인적자원부는 6월 7일, 전문대학 구조조정 및 특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영역별 특성화 사업에 107개 대학, 주문식 교육 사업에 66개 대학의 프로그램을 재정지원 사업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영역별 특성화 사업은 수도권 400억원, 비수도권 1,080억원이, 주문식 교육 사업은 200억원이 지원된다. 이들 예산은 모두 차등지원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리나라 전문대학은 79년 127개교, 78,455명의 학생으로 출발했지만 설립 25년이 지난 03년 현재에는 158개교, 285,922명의 학생으로 급격한 양적 성장을 이루었다. 전문대학은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고등교육 대중화와 산업인력 육성에 기여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전문대학의 이러한 양적 팽창과 성장의 이면에는 정부의 차별정책과 무관심이 자리잡고 있다.
정부는 70년대 후반 단기고등교육기관의 난립에 대한 문제의식과 급증하는 재수생 문제, 중화학공업 정책으로 인한 ‘단순 기술공’의 필요성 대두, 오일쇼크로 인한 취업문호 축소 등의 과제 극복을 위해 79년 전문대학을 발족하게 되었다. 하지만 정부는 전문대학을 출범만 시켰을 뿐 정책적 배려와 재정지원에서는 철저한 차별로 일관했다. 특히 대부분의 전문대학 설립을 민간에 맡김으로써 부실을 부채질했다. 이로 인해 전문대학은 엄청난 양적 팽창과 달리 질적으로 매우 열악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02년 현재 전체 사립전문대학 교원확보율은 41.6%로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초·중·고등학교보다 못한 50.6명에 달한다. 학생등록금 대비 학비감면(장학금 포함) 비율은 9.1%로 법정기준(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수입총액 대비 재단전입금 비율은 10년전보다도 후퇴한 1.5%에 불과하다. 교육비환원률이 아직도 84.8%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러한 와중에 교육부의 4년제 대학 중심의 국고지원은 전문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켜왔다.
‘학력’보다 ‘능력’을 중시하겠다는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전문대학 육성에 대한 새로운 기대를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재정지원 방침은 전문대학을 바라보는 참여정부의 시각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우선, 교육부의 전체 전문대학 예산이 줄어들었다. 전문대학 예산은 국민의 정부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듯 하였으나 02년 1,805억원을 정점으로 03년에는 1,786억원, 04년 1,750억원으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둘째, 모든 국고지원이 평가 결과에 따른 차등지원 방식이어서 사업대상에 선정되지 못한 상당수 전문대학은 아예 국고지원을 못 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셋째, 이번 사업은 학과통·폐합과 현장적응력 있는 기술인력 양성, 산업체 채용을 전제로 해당 업체와 사업단 구성 등이 주요 선정기준으로 제시돼 전문대학의 직업훈련원화를 얼마나 강도 높게 진행하느냐에 따라 선정여부가 결정되도록 했다. 교육부의 이러한 재정지원 방침은 결국, 전문대학을 직업훈련원으로 전환하던가 아니면 문을 닫고 ‘청산’ 절차에 들어가던가 하는 선택을 강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개인의 창의성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지식정보화시대에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교육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합리적 비판정신과 시대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다양한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교육부가 무조건적인 기술 연마를 요구하는 것은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전문대학의 성격을 부정하는 것이다.
아울러 이번 교육부의 재정지원이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도 의문이다. 전체의 90%에 이르는 사립전문대학의 부정·비리 의혹에 대한 합리적 개선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채 일방적인 구조조정 요구와 그 결과에 따른 국고지원은 대학구성원의 희생만 불러올 뿐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를 가져오지는 못할 것이다. 최근 5년간 교육부가 실시한 사학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 횡령 또는 부당 운영으로 인한 대학 손실액이 4년제 대학보다 전문대학이 더 많았다(※별첨 보도자료 참조)는 점과 99년 말 교육부 특별감사에서 국고보조금 부당 집행으로 적발되었던 상당수 대학이 이번 재정지원 대상에 선정되었다는 점에 비춰보았을 때 이번 사업에 따른 국고보조가 얼마나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문대학을 올바르게 육성하려면 전문대학에 대한 정부의 근본 인식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양질의 전문직업인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국고지원 확대’를 통해 창의성이 중요시되는 지식정보화시대에 맞는 교과과정을 개발하고, 질 낮은 교육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전문대학 부정·비리를 일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교수·학생·직원의 학사행정 참여 보장을 통해 대학 민주화를 추진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비민주적인 사립학교법과 학칙 등 각종 법·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