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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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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국회에 바란다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4.04.19 조회수 :411

17대 총선이 끝났다. 결과는 열린우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민주노동당이 43년만에 진보정당으로서 원내에 진출하는 등 개혁세력의 승리로 귀결됐다. 반세기 한국정당사에서 처음으로 개혁세력이 의회의 과반의석을 차지하여 가히 혁명적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는 이번 총선은 부패하고 비민주적인 정치권력에 대한 국민들의 단호한 심판이자, 개혁을 열망하는 국민들의 뜨거운 의지의 표출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선거 이후 국민들의 개혁에 대한 기대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당장 대통령 탄핵안 처리부터 시작해, 이라크 파병, 국가보안별 철폐, 토지공개념 등이 17대 국회에서 어떻게 처리될지 그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육문제도 마찬가지다. 각 당의 교육분야 총선공약은 정책 개발이나 실현가능성 면에서 실망스러운 점이 많았으나, 향후 정책 연구와 노력으로 국민들의 교육개혁의 요구를 실현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풀어내야 할 문제는 산적해 있으며, 그 해결 방법을 찾기도 쉽지 않은 것이 교육분야다. 복잡하고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세계화 논리 속에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민족자주 교육의 진흥에 힘써야 하며, 정부의 교육에 대한 책임성을 높여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대학구성원들의 참여와 지위 보장을 기본으로, 50년 고인 물인 교육분야의 부정·비리 척결과 투명성 강화에 힘써야 한다.

 

이러한 원칙을 잣대로 17대 국회에서 해결해 나가야 할 교육현안을 살펴보면, 첫째 교육개방과 관련된 각종 법령의 재·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통상압력에 밀려 지역특구를 통한 교육개방이 이루어지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및 시행령’, ‘경제자유구역의지정및운영에관한법률 및 시행령’ 등이 그것으로, 특구를 통한 교육개방은 지역을 뛰어 넘어 전국토 전영역에 걸쳐 악영향 미칠 것이 예상되고 있기에 이의 재·개정이 요구되고 있다.

 

둘째,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입시과열, 사교육비 등의 문제는 대학서열화와 학벌주의를 그 근원으로 두고 있다. 입시문제 해소와 공교육의 강화 뿐만 아니라 대학교육의 차별을 해소하고 질적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도 대학서열화와 학벌주의는 시급히 해소되어야 한다. 따라서 현 차별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는 연구중심대학 등의 대학구조조정 계획은 철회되어야 하며, 실질적이고,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차별교육을 해소할 단초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의원들의 확고한 의지를 필요로 한다.

 

셋째, 부실대학의 퇴출 경로를 열어준다는 명목으로 강력히 추진되고 있는 사학청산법은 공공재산인 사립학교의 재산을 사학설립자나 이사장이 사적으로 취할 수 있도록 한 악법으로 이를 철저히 막아야 한다. 사학청산을 위한 법제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당은 이를 철회하고, 사적 재산축적의 방편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넷째, 사립학교법의 민주적 개정도 절실히 필요하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사학의 전횡과 일탈을 조장하고, 부정·비리를 양산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사학의 권한을 축소하고, 대학구성원들의 합법적 지위와 학교운영의 참여를 보장·확대하며, 대학운영의 투명성 및 처벌규정의 강화로 사학의 부정·비리를 척결할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의 개정이 필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섯째, 교육개혁의 기초는 교육재정 확보다. 또한 앞으로 2~3년안에 대학등록금이 천만원이 넘게될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교육비 부담도 심각해 질 수밖에 없다. 교육재정 확보로 교육의 공공성과 대학교육의 질적 혁신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다음달이면 각 당들은 분주히 상임위를 구성해 들어갈 것이다. 각 당은 교육상임위원회를 구성할 때 위와 같은 정책들을 실현할 수 있는 의지를 가진 의원을 배치해야 할 것이다. 16대와 같이 국민과 학교구성원보다 시장논리와 학교운영자의 논리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배치한다면, 교육개혁은 실현될 수 없을 것이며, 국민들의 뜻을 외면한 국회는 다시 국민들의 심판 앞에 서게 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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