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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4.03.22 조회수 :716
지난 22일, ‘학교기업’ 제도의 본격 시행을 알리는 ‘학교기업의 설치·운영에 관한 규정(이하 영)’이 제정·공포되었다. 지난 해 개정된 ‘산업교육 진흥 및 산학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제36조(학교기업) “학생 및 교원의 현장실습교육과 연구에 활용하고, 산업체 등으로의 기술이전 등을 촉진”한다는 조항의 연장선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학교기업을 대학 교지 또는 교사 내에 설치(제3조)할 수 있으며, 학교회계 연간 수입총액의 10분의 1을 학교기업의 설치·운영비로 지출(제4조)할 수 있다. 또한, 현장실습결과를 일정 범위 안에서 학점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제7조)받을 수 있고, 학교법인의 수익사업으로 운영중인 사업종목을 학교기업으로 운영(제11조 제2항)할 수 있다.
정부는 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실제적인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연구한다는 차원에서 학교기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이 산업현장과 괴리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일면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학교기업이 교육부의 이러한 취지를 충족시킬지는 미지수이며, 오히려 대학 교육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
먼저, 교육부는 학교수입 총액의 10분의 1까지 학교기업의 운영비로 지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지 않아도 재원이 부족한 대학들이 성공 여부도 불분명한 학교기업에 상당액의 예산을 투자함으로써 대학 교육여건 개선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교육부는 학교기업이 대학의 현장성을 높이고, 기술이전을 촉진시킬 것이라 주장하지만 ‘기업’인 이상 수익 창출 또한 중요한 목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학교기업을 설립하여 운영하다 손실을 보게 될 경우 매우 심각한 문제가 나서게 된다. 대학에서 막대한 예산을 전출해 운영하던 기업이 부도가 나거나 적자운영일 경우 손실을 보존할 방법이 없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대책이 없게 된다. 만약 교비에서 손실분을 보존할 경우 재정 구조가 취약한 대학들은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셋째, 대학간 빈익빈 부익부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학교기업은 법인이 독자적인 사업 운영의 노하우를 쌓고 있는 대학에서나 가능할 것인데, 현실적으로 여기에 해당되는 대학은 손에 꼽힐 정도이다. 또한 재정 여건이 학교기업에 투자할 수 있을만큼 여력이 있는 대학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밖에도 기업운영의 결과물로 고수익의 상품을 만들 수 있는 대학은 극소수에 한정될 것이다. 이들 대학은 경제적 이득을 얻겠지만, 그렇지 못한 대학은 어떠한 혜택도 보기 힘들 것이다.
넷째, 학교기업이 운영될 경우, 대학은 교육보다는 돈벌이의 공간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대학이 산업사회와 괴리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학문의 전당이자 비영리기관인 대학에 기업이 설립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대학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다. 대학 당국자들은 학교기업을 통해 재정적 이득에 집착할 것이고, 학문의 가치 판단이 수익 창출여부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며, 학생들 역시 물신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문제점이 많음에도 교육부가 학교기업을 추진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교육부는 대학을 철저히 시장논리에 따라 재편하고 있다. 교육개방을 필두로 대학 설립과 퇴출을 자유화시키고, 학생정원을 자율화했으며, 국고보조금은 평가를 통해 차등 지원했다. 여기서 한발 나가 국립대학을 민영화시키려 하고 있으며, 급기야 대학 내에 기업체를 들여놓도록 했다. 교육부는 우리나라 대학을 더 이상 학문의 전당이 아닌 자본의 이윤 창출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다.
교육부는 학교기업 설치 방침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학교기업이 대학 재원 증대 목적이라면 국립대는 정부지원을 확대하고, 사립대학은 정부지원과 함께 이미 설치되어 있는 수익사업체의 운영을 건실화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대학의 현장성 강화는 주문식 교육으로도 충분하며, 기술이전 역시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