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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4.03.08 조회수 :387
지난 5일, 교육부는 96년 대학설립준칙주의 도입으로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하여 대학설립 심사 기준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개정안을 보면, 기존의 교지, 교사, 교원, 수익용기본재산 등 4개 항목만 심의하던 것을 대학 설립목적, 학칙, 학교헌장, 실험실습설비 등 내부시설도 포함시켰다. 또한 사립대의 경우 설립자 출연금에 관한 사항도 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대학 설립에 투자되는 자금의 출처 등을 따질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8년 전으로 회귀한 것이다.
교육부가 이와 같은 개정안을 내놓은 것은 대학설립준칙주의 적용 이후 부실대학이 양산되고, 급기야는 학생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과 같은 상황은 이미 10년전부터 예고되었었다. 대학설립 기준이 약화되면 대학을 자산 획득 수단으로 생각하는 대학설립자들이 부실대학을 양산할 것이 뻔했고, 대학 증가는 결국 정원 증가를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 교육부 역시 90년대 초반 2003년부터 대학생 입학정원 미달 사태가 올 것이라고 스스로 예견했었다.
그러나 교육부는 수많은 교육관련 단체와 일부 국회의원들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대학설립 자유화를 표방하는 대학설립준칙주의를 도입했다. 그 결과 대학설립 준칙주의 도입 이후 지금까지 대학 수만 4년제대 37개, 대학원대 30개교가 늘었고, 대학 정원은 82만5,294명이 증가하였다. 이 과정에서 폐교된 대학도 있으며, 부정·비리에 연루되어 관선이사가 파견된 곳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교육부의 이번 조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며, 전형적인 ‘뒷북 행정’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파문을 몰고 온 당사자인 교육부가 관계자를 문책하고 자숙하기는커녕 자신들의 정책 실패로 나타난 문제들을 대학 구성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대통령업무보고에서 올 하반기 내에 학생 수 감축 등으로 경영이 불가능한 사립대학의 퇴출 경로를 법제화하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교육부는 퇴출되는 대학 설립자에게 잔여재산의 일부를 돌려 주겠다고까지 했다. 이는 교육부가 부실대학 설립을 유도하고 설립자들에게 자산을 ‘한 몫’ 챙겨가게 배려해 주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교육부가 지난 10여년간 각종 평가 정책 확대를 통해 국고보조금을 차등 지급했던 것의 속셈이 어디에 있었는지도 짐작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대학 퇴출 본격화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루어야 한다. 대학 퇴출로 인한 빈자리는 교육개방과 영리법인의 학교설립 등을 요구해온 외국교육기관과 국내 재벌 등이 비집고 들어갈 것이다. 더욱이 일차적인 퇴출 대상 대학의 상당수가 지방 소재 대학이어서 지방의 공동화를 불러올 것이다. 이는 국토 균형 발전과 지역 분권을 추구하는 현정부의 정책노선과도 전면 배치되는 것이다.
대학 설립 준칙주의의 실패는 김영삼정부 때부터 본격화되어 온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대학 위기는 ‘대학설립·운영규정’의 개정과 같은 형식적 정책으로는 극복될 수 없다.
교육부가 대학 교육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교육개방’, ‘국립대학운영에관한특별법’, ‘사학퇴출’, 차등을 전제로 한 각종 ‘평가’정책, 사학운영자의 부정·비리를 조장 또는 방조하는 각종 사학정책 등과 같은 고등교육 정책 전반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에 발표된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 내용 가운데 법인전입금의 원천인 수익용기본재산의 연간 수익률을 ‘5%’에서 ’3.5%‘로 낮추는 것은 취소되어야 한다.
아울러 노무현대통령은 대학 설립준칙주의 실패에 따른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여 향후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해야 할 것이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교육정책 전반을 전면 재검토하도록 교육부에 지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