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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4.01.26 조회수 :435
교육부는 지난 13일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사업’ 계획을 발표하였다. 올해 2천2백억원, 2003년부터 2008년까지는 매년 3천억원을 지원하여 향후 5년간 총 1조4천2백억원이 지원되는 참여정부의 ‘지방대학 육성’ 정책이다.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사업’’은 대학과 지역산업체·연구소·지자체·NGO·지역언론이 연계한 사업단에 국고가 지원되는 것으로 각 대학에서 사업단을 구성하여 지원신청서를 제출하면, 지역단위협의체의 검토와 중앙 평가단의 평가를 거쳐 80~90여개의 지원 사업단이 선정되며, 선정된 사업단은 사업 내용에 따라 매년 10~50억원씩 5년간 집중 지원 받게 된다. 교육부는 이번 사업이 대학을 중심으로 지역의 여러 기관이나 단체가 함께 사업단을 구성하여 추진되기 때문에 대학의 특성화는 물론, 지역사회가 동시에 발전하는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기에 처한 지방대학 육성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사업이라 할 수 있으나, 이를 통해 교육부의 바램과 같이 지방대학이 육성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먼저 2천2백억원이 투자된다는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사업’은 기존의 ‘지방대육성사업’ 예산 6백억원과 대학 다양화·특성화사업 예산 550억원, 국립대학발전계획 사업 예산 4백억원을 통합하고 여기에 추가로 6백50억원을 투자한 것이다. 따라서 새롭게 확대된 예산은 6백50억원에 불과하다. 여기에다 교육부는 여러 가지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사업’은 예산을 통합했던 기존의 사업 목적과 별반 차이가 없다. 때문에 과거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사업들이 예산을 통합하고 추가 투자한다고 해서 성공할 것이란 보장이 없다.
두 번째는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사업’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BK21’과 거의 같은 양태를 띄고 있는데, 이는 대규모 지방대학들을 중심으로 지원금 나눠먹기식 사업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큼을 보여주는 것이다. 교육부는 전체 예산의 50%를 대형사업에 배정하고, 지자체와 산업체가 반드시 결합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지역의 1~2개 거점대학에 더없이 유리한 조건이다. 따라서 군소규모 단위 대학이나 비대도시 소재 대학은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교육부가 지방대학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부추겨 일부 대학의 강제 퇴출을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사업의 졸속 시행 가능성이다. 교육부의 사업 추진 일정을 보면, 2월에 ‘사업설명회’를 시작하여 4월에 ‘사업계획서’를 접수한다고 하는데, 대학들이 지역산업체·연구소·지자체·NGO·지역언론 등 수많은 단체와 협력하여 사업단을 꾸리고, 수십년을 내다봐야 하는 사업을 선정하는데 고작 2~3개월만에 가능할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넷째는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사업’ 으로 인해 학문간 불균형 문제 심화 가능성을 들 수 있다. 교육부는 물론 모든 학문 분야가 사업단이 될 수 있다고 했으나, 지자체나 산업체가 ‘돈’ 안되는 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럴 경우 인문사회계열이나 기초학문 분야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지방대학 발전 역시 요원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산학협력의 필요성을 일정부분 인정한다 하더라도 교육부의 방침대로 산학협력이 강화될 경우 대학은 기업이 요구하는 기능 인력만을 양성하게 됨으로써 비판의식과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판단력을 지닌 인재를 키워야 할 대학 본연의 역할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 10여년 동안 ‘균등발전’을 배제한 채 ‘선택과 집중’에 기반한 각종 사업을 통해 대학 경쟁력 강화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10여년이 지난 현재는 대학 경쟁력이 강화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치밀한 평가와 분석을 통해 개선책이나 대안을 마련하기보다는 명칭만 바꿔 비슷한 사업을 계속해서 밀어 붙여 왔다. 이번에 발표된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사업’ 역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천박한 시장주의에 기반한 교육인적자원부의 정책 전반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발전도 지방대학의 발전도 있을 수 없다. 취지의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지방대학 혁신역량 강화사업’의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