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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3.12.23 조회수 :381
2003년도 저물어 가고 있다. 새로운 정권의 탄생과 출범으로 국민들의 개혁에 대한 요구가 그 어느 해보다도 높았던 한 해였었다. 교육 분야 역시, 지난 50여년간 부동의 권력을 휘둘러온 교육관료를 필두로 한 교육계 기득권층의 일방통행에서 벗어나, 교육 현장의 목소리가 개혁의 중심이 되고, 구성원들이 개혁의 주체로 나설 수 있으리라,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교육개혁의 완성은 아니더라도, 첫 발은 내딛을 수 있으리란 기대였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4월 교육부 첫 업무보고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새 정부의 국정철학에 입각한 새로운 정책 방향이 나오길 기대했으나, 역대 정부의 교육개혁안을 반복할 뿐이었으며, 시장경제논리를 전면에 깔고, 국민들의 개혁 요구를 철저히 외면했다. 교육개방을 전면화하고, 대학간 인수·합병 및 퇴출을 유도하며, 심지어 ‘사학청산법’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힌 BK21을 강행하고, 사학 부정·비리에 대해서는 사립학교법 개정을 통한 근본적 대책보다 ‘분쟁조정위원회’ 등의 미봉책만을 내세웠다. 이는 8월 ‘교육혁신 로드맵’, 11월 ‘대학경쟁력 강화방안’을 거치면서 더욱 노골화되어 국민들의 요구들 담은 개혁적 교육안은 더 이상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심지어, 교육부는 자신들이 나서기가 어려운 사안에 대해서는 제삼자를 내세워 관철시키려 하기도 했다.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힌 ‘국립대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추진하기 위해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의 대표발의로 국회 통과를 시도하기도 했다. 더욱이 교육부는 황우여 의원 안보다 정부의 책임을 축소시킨 안을 제출하여 국립대를 민영화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은 노무현 정부가 우리나라 교육개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세우지 못하고, 교육현장의 구성원들을 교육개혁의 주체로 세워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교육부총리만은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하면서 교육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도록 보장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참여정부 첫 교육부총리가 아홉 달만에 물러나고 새로이 두 번째 부총리가 뽑혔다. 확고한 교육개혁의 의지와 강력한 지도력을 갖추지 못한 것이 퇴진의 한 이유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보수적 교육인사와 교육관료들이 50여년간 형성해온 두터운 기득권 층을 부총리 혼자 뚫고 나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즉, 현 시기 우리나라의 교육개혁은 개혁을 진두지휘할 적절한 인물의 입각과 더불어 모든 교육개혁 세력을 하나로 묶어내어 보수 기득권 층의 개혁에 대한 반발과 저항을 저지할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교육 주체들을 하나로 묶지도 못 한 채 오히려 갈등만 빚어온 것이 사실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보수적 교육인사와 교육관료들은 차근차근 흔들림 없이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이를 막아서지 않는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개혁의 요구들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교육현장은 시장주의 논리 속에 차별과 경쟁으로 황폐화되어 더 이상 민족교육이 실현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보여준 노무현 정부의 모습에 실망하여 새 부총리가 인선됐음에도 더 이상 교육개혁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부질없다 하더라도 노무현 정부가 국민들의 교육개혁에 대한 간절한 요구를 깊이 인식하고, 교육 주체들을 실질적인 교육개혁의 주체로 내세워, 새해에는 진정 교육개혁을 제대로 실행하길 요구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교육이 놓인 안팎의 상황은 교육개혁을 시급히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주체들도 낙담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어차피 교육개혁의 주체는 학생, 교직원, 학부모일 수밖에 없다. 새해에는 경각심을 갖고 교육개혁을 이루기 위해 단결하고 합심하여 개혁의 목소리를 높여내야 하며, 실천으로 하나되어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