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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3.10.13 조회수 :442
지난 10월 2일,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마련한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 기본계획 및 특별법 제정안’이 공개되었다. 이 법안은 경제자유구역으로 한정하고 있지만, 지난 3월 WTO에 제출한 1차 양허안과 달리 전면적인 교육개방을 추진하고 있어 교육개방에 반대하는 교육단체 및 시민사회단체와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별법에 따르면, 비영리 외국법인은 국내 분교 설립이 허용되며, 설립 기준은 국내 대학보다 크게 완화하여 교사의 임차가 가능하고 수익용기본재산은 연간 학교운영수익총액에 해당하는 금액의 보험 가입으로 대체할 수 있다. 내국인도 외국 분교에 자격제한 없이 입학할 수 있으며 졸업시 학력도 국내학교와 동등하게 인정받는다. 법인세와 소득세, 관세 등 세제상 혜택을 주며 학술연구비 등의 행·재정적 지원은 국내 대학과 마찬가지로 받을 수 있다. 연말 결산시 잉여금이 발생할 경우 해외송금도 가능하다.
이같은 내용의 특별법은 그 어느 때보다 개방 수준을 대폭 높인 것으로 전면적 개방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초·중등학교 분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이 법안이 처음이며, 대학은 각종 세제 혜택과 더불어 국내 대학과 같은 행·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외국교육기관이 국내 진출 조건으로 강력히 요구해 왔던 잉여금의 해외 송출도 가능하다고 못 박고 있다. 내국인의 입학도 조건 없이 완전 허용하여 전면적 교육개방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교육개방을 현행 수준으로 하여 WTO에 제출한 1차 양허안과 달리, 전면 개방을 추진하는 것은 교육개방을 반대하는 국민 의사를 완전 무시한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현재의 고등교육시장개방 수준으로는 외국대학의 국내 진입이 사실상 제한되고 있는 바, 제주 및 경제자유구역에 외국교육기관 유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이 요구” 된다고 밝히고 있다. 즉, 1차 양허안은 당시의 교육개방 반대 여론을 피해가기 위해 개방 폭을 낮춰 제출한 것에 지나지 않으며 이와 무관하게 교육개방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교육개방 추진 이유로 “동북아 중심국가 및 국민소득 2만불 시대의 기틀 마련을 위한 외국인 투자 촉진”을 위해 “외국인 투자환경 및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교육여건 정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번 특별법은 외국인 자녀들 보다 내국인을 중점적 대상으로 삼고 있다.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교육여건 개선을 핑계삼아 우리나라 교육시장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미국 등의 개방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재경부는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해외유학, 어학연수 등의 경상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교육개방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교육개방이 되면 수치상의 경상수지 적자는 줄어들지 몰라도 교육비의 해외유출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 뻔하다. 정부는 설립이 허용되는 외국 교육기관은 비영리법인이므로 회계 상 “과실”이 발생하지 않아 과실송금은 없다고 하지만, 이는 국민들을 기만하는 말바꾸기에 지나지 않는다.
과실송금은 없다고 하면서 연말 결산시 잉여금이 생기면 해외 송출이 가능토록 하였으며, 회계 운영도 기업회계를 따르도록 하였다. 기업회계는 수입을 최대, 지출을 최소로 하여 최대한의 이윤을 남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우리나라 교육이 외국교육기관의 이윤 창출의 도구화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말을 바꿔 가면서 교육개방을 추진하려 하면서도 교육개방으로 인한 문제점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 교육기관은 또 다른 “강남 8학군”이 될 것은 자명하다. 거액을 주고서라도 외국 분교에 입학시키려는 경쟁으로 계층간 위화감은 더욱 심화될 것이며, 특구 이외의 지역은 이류로 전락하는 등 부작용만 불러일으킬 것이다.
과도한 해외유학을 불러온 학벌 중심, 외국 학위 중심, 영어 중심의 교육도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며, 사교육비는 더욱 증가하여 OEDC 국가 중 사교육비 1위라는 불명예도 계속될 것이다. 무엇보다 국내 사립대학들이 외국 대학의 해외송금을 역차별이라고 주장하여 이월적립금을 사적 축재의 수단으로 악용한다면 가뜩이나 부정·비리로 얼룩져 있는 우리나라 사립대학은 경쟁력을 잃고 일거에 몰락할 것이 뻔하다.
정부는 10월 중 관계부처의 토론회 및 공청회 등을 거쳐 빠른 시일 안에 입법 예고를 하고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무리한 입법 추진은 국민들의 반발만 불러일으키고 개방의 부작용만 더욱 확대시킬 뿐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영미권 국가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나라들은 교육주권 차원에서 개방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을 예의 주시해야 하며, 앞장서 개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졸속 입법으로 우리 나라 교육을 돌이킬 수 없는 몰락의 길로 몰아넣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03년 10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