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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개혁, 응답 없는 박근혜정부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4.04.06 조회수 :593

사학 비리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달 검찰은 이사장의 횡령·배임 혐의로 건국대 재단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대구미래대 교수회도 최근 총장 퇴진과 교육부 감사를 요구했고, 제주한라대 노조도 지난 2월 학교법인과 대학 비리를 감사해 달라고 교육부에 감사를 청구했다. 수원대는 교비회계 전용 등 학교 비리를 제기했던 교수 4명을 파면해 해당 교수들과 동문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 연구소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사학 설립자 또는 전·현직 이사장 및 총장 등이 부정·비리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은 대학이 2010년 5건에 불과하다가, 2011년 16건, 2012년 17건, 2013년 16건 등으로 급증했다. 앞서 언급된 대학 사례에서도 보듯이 올해도 이런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사학 부정·비리가 특정 정권이나 특정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적이고 구조화되었음을 보여준다 하겠다.


박근혜정부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국정 모토의 하나로 삼고 있다. 이제까지 적발되고, 지금도 진행 중인 사학 부정·비리는 누가 보더라도 ‘비정상’적인 것이어서 ‘정상화’가 시급히 요구되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정부는 사학 부정·비리 해소나 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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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16일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사학법 강행처리 무효' 대규모 장외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지=오마이뉴스, 박근혜 "현정권은 나라 무너뜨리는 파괴정권" 2005. 12. 16 갈무리)



대선 과정에서도 박근혜대통령은 등록금 부담 경감, 지방대 및 전문대 육성, 대학 재정 GDP대비 1% 수준 확대 등 몇 가지 대학 관련 공약을 내놓았지만, 사립대학 개혁과 관련해서는 대학 회계투명성 확대를 통한 등록금 인하 유도를 내놓았을 뿐이다.


사학 부정·비리 문제에 소극적인 현 정부의 모습은 대통령의 과거 경력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박근혜대통령은 1980년 4월∼11월 영남대 법인이사장을 맡았고, 학내 민주화 운동 등으로 물러날 때인 1988년 11월까지 법인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2009년 영남대 이사 7명 중 4명을 추천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었다.


특히 박근혜대통령은 2005년 한나라당 대표시절 대학평의원회와 개방이사 선임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개정된 사립학교법의 목표는 비리 척결이 아니라 전교조에 사학을 넘겨주고 건전한 사학을 비리 집단으로 몰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촛불 집회에 참석한 바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박근혜정부에서 사학 부정·비리 해소 방안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박근혜정부는 대신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대학구조개혁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체 대학을 5개 등급으로 평가해 2회 연속 '매우 미흡 등급' 등에 선정된 대학은 퇴출 조치하겠다는 것이다. 굳이 부정·비리 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더라도 해당 대학은 퇴출시키면 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지 않느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런데 박근혜정부는 퇴출 대학이 법인을 해산한 후 잔여재산을 장학재단과 사회복지법인 등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대로라면 대학 설립 이후 줄곧 학생등록금에 의존해 대학을 운영했던 사학 관계자들이 부정·비리를 저질러도 별로 손해 볼 것 없는 상황이 된다. 반면, 해당 대학 구성원들은 직장을 잃거나 모교를 잃게 되는 막심한 피해를 보게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사학 부정·비리가 퇴출 대상이 될 몇 개의 대학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는데 있다. 대학 설립 이후 교육부 종합감사조차 한 번도 받지 않은 대학이 아직까지 상당수고, 2005년부터 대학 내에 의무적으로 설치·도입한 대학평의원회와 개방이사제도 역시 엉망으로 운영되고 있어 내부 감시나 견제 기능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계속 방치한다면 우리나라 대학의 미래는 없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사학 법인 임원(이사장, 이사, 감사)이 사립학교법 등을 위반하거나, 임원간 분쟁 또는 회계분쟁 등으로 대학 운영에 중대한 장애를 야기할 때, 학사행정에 관해 총장 권한을 침해했을 때에 교육부가 임원 승인 취소를 할 수 있다. 이 조항은 박근혜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대통령이 1964년에 신설했다. 당시 이 조항 신설과 관련, 사학 관계자들이 강력 반발하자 박정희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지금까지의 사학은 많은 분쟁과 부정과 잡음이 그치지 않아 번번이 학사행정의 건전한 수행이 불가능한 상태였던 터로 행정상의 최소한 시정을 위해서 이 법이 마련된 것이다."(동아일보 1964년 11월 6일자)

 

물론 박정희대통령이 당시 이 조항을 신설한 것은 정치적 목적이 강했지만, 결과적으로 사학 부정·비리를 나름대로 엄벌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박정희대통령이 ‘사학은 많은 분쟁과 부정과 잡음이 그치지 않아 번번이 학사행정의 건전한 수행이 불가능한 상태’라 언급했던 부분이다. 50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사학은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까? 박근혜대통령이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대목인 듯싶다.

 

<이 글은 경희대 '대학주보'에 기고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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