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연 연구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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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 중심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 문제점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2.12.04 조회수 :473

최근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교육과학기술부는 “경영부실대학 지정을 위한 실사를 마치고 결과 분석에 들어갔다”며 이 중 일부를 “경영부실대학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교과부 안팎에서는 올해도 지난해와 같이 3~4개 대학이 경영부실 판정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정부 들어서만 이런 과정을 거쳐 폐교되거나 폐교 예정인 곳이 5개 대학에 이른다.

 

이명박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

 

참여정부가 국립대학 통․폐합을 중심으로 대학 구조조정 정책을 추진해왔다면, 이명박정부는 사립대학 퇴출을 중심으로 삼았다. 2009년 2월 교과부가 수립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구조조정 추진방안’에 따르면, 교과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지방 사립대학의 미충원율 급증과 다수의 부실대학 출현이 예상되는 만큼 이들 대학이 자율적으로 퇴거할 수 있도록 상시적인 구조조정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하위 15% 대학을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선정하고, 이 가운데 일부를 학자금대출 제한 대학으로, 또 그 일부를 경영부실대학으로 선정하고 있다. 전체 대학을 상대평가 해 상시적인 대학 퇴출 제도를 정착시킨 것이다. 이에 총 71개 대학이 2012~2013학년도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선정됐으며, 이중 27개 대학이 학자금대출 제한대학으로 선정됐다. 그리고 이 중 5개 대학이 폐쇄 조치되거나 자진 폐교에 이른 것이다.

 

교과부는 향후 학령인구 감소를 감안했을 때 “앞으로 대학 100개는 없어져야 하며 이 때문에 상대평가도 계속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대학 입학정원을 2012년 현재 수준으로 동결한다고 가정할 경우 2018년부터 고교졸업자수보다 대학 입학정원이 더 많아질 전망이다. 즉, 교과부 입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일정한 대학 규모 감축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하지만 교과부 주장처럼 단순히 대학 수만 줄여서는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을뿐더러 추가적인 문제만 발생할 우려가 크다.

 

지방 군소 대학의 몰락 부추겨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문제가 지역 불균형 심화다. 본 연구소가 민주통합당 유기홍 의원실과 함께 발간한『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 정원 조정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2012~2013학년도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선정된 대학들을 퇴출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할 경우, 서울지역 대학은 12.5%가 폐교되는 반면, 비수도권 대학은 24.0%가 폐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강원, 전북, 경북지역의 경우 전체 대학의 1/3 이상이 문을 닫게 되는 등 지방 공동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및 2013년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에 선정된 대학 71교 중 76%(54교)가 비수도권 지역 대학이기 때문이다. 대학 규모별로 보면, 입학정원 1천명 미만의 소규모 대학이 전체 재정지원제한 대학의 45%(32교)에 달해 지방 대학들 중에서도 소규모 대학이 주된 퇴출 대상이 될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상대평가를 통한 ‘퇴출’ 방식은 지방 소규모 대학의 몰락을 부추겨 지역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이처럼 지금의 대학 ‘구조조정’이 지방대학에 집중되는 이유는 정부재정지원제한 대학 평가에 있어 재학생 충원율(30%)과 취업률(20%)이 평가 점수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평가지표는 학벌주의 병폐 속에 대학 서열화가 극심한 상황에서 지방 소규모 대학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작용될 수밖에 없다.

 

‘부실대학’ 책임 회피하는 사학운영자와 정부

 

‘부실대학’ 양산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대학운영자와 정부에 있다. 그러나 정부는 ‘부실대학’ 운영의 책임자인 사학운영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려하고 있다. 현행「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해산사유가 발생한 대학의 잔여재산은 정관으로 정한 다른 학교법인이나 기타 교육사업을 경영하는 자에게 우선 귀속시키고, 나머지 처분되지 않은 재산은 국고로 귀속토록 돼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자발적 해산을 촉진하기 위해 잔여재산을 공익법인과 사회복지법인으로 출연 할 수 있도록「사립학교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공익법인 등은 학교법인보다 감시체계가 더욱 허술해 사학운영자들의 사유자산으로 운용될 소지가 크다. 정부가 나서서 학교법인의 ‘재산 챙기기’를 더욱 용이하게 해주는 꼴이다. 이는 자칫 등록금만으로 대학을 운영하다 대학 운영이 어려워지면 대학을 폐교하고 잔여재산을 고스란히 돌려받으려는 무책임한 사학 운영을 부추길 수 있다.

 

한편, 대학의 급격한 양적 팽창에 따른 ‘부실 대학’ 난립은 정부 정책의 실패에서 기인한다. 1996년 대학설립 준칙주의 도입으로 대학 설립 요건이 크게 완화되자 신설대학 수는 크게 증가해 현재 사립대학 5교 중 1교가 준칙주의 이후 설립된 대학이다. 이명박정부 들어 퇴출된 5개 대학 중 4개 대학이 바로 이 준칙주의 도입으로 설립된 대학이다. 도입 당시부터 지적되었던 ‘부실대학’ 난립을 불러오리라는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들 정책에 대한 수정 내지 폐지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정부의 책임은 외면한 채 꼬리 자르기식 퇴출 정책만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대학 개혁을 위한 ‘구조조정’ 되어야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일정한 대학 구조 개편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문제는 그 방향성이다. 지금처럼 일부 대학을 퇴출시키는 방식으로는 지역 불균형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정원 조정 및 교육여건 개선에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은 사립대학 중심의 기형적인 구조와 지역 불균형, 규모 비대화와 열악한 교육환경 등 대학의 질적 발전을 막아서는 오래된 장애물을 안고 있다. 따라서 향후 대학 구조개편은 지역 균형 발전을 고려한 속에서 국립대학 비중을 확대하고, 강소대학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부실대학 난립을 부추겨왔던 대학 설립 준칙주의 등의 정책을 폐지하고, 퇴출 대학의 재산을 ‘부실운영’의 책임이 있는 사학운영자가 아닌 국고로 우선적으로 귀속시킬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차기 정부에서는 현 정부의 근시안적인 대학 구조조정 정책에서 벗어나 종합적인 대학 구조개혁안을 수립, 추진하길 기대한다.


<이 글은 2012년 12월 4일자 항공대 학보에 기고한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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