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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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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학부모가 외면한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10.04.13 조회수 :382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1학기 학자금 대출 신청 결과를 지난 5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은 39만 5387명이고, 이 가운데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은 10만 9426명으로 4명 가운데 1명쯤 된다. 정부는 당초 약 70만 명이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이하 취업 후 상환제)를 이용할 것이라고 했으나, 실제 이용한 학생은 정부 예상의 1/7에 불과했다.

 

대출 결과를 보면, 취업 후 상환제는 학생·학부모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그 이유는 교과부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잘 나타난다. 취업 후 상환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묻는 조사에서 △높은 금리(56%) △저소득층 이자 지원 폐지(13%) △복리이자(12%) △성적 제한(6%) 등 제도 자체에 대한 불만이 90% 가량을 차지했다.

 

이 같은 취업 후 상환제의 문제점은 제도 도입 이전부터 지적됐다. 우선 시중금리에 따라 결정되는 ‘대출 이자율 결정 방식’은 기존 일반대출 제도의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있다. 1학기 이자율은 5.7%였는데, 이는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영국·뉴질랜드·호주처럼 이자가 없는 경우나, 네덜란드(2.4%)·스웨덴(2.1%)의 경우와 비교했을 때 터무니없이 높다.

 

높은 이자율은 상환을 시작할 때부터 복리로 적용되기 때문에 상환해야 할 총 금액은 더 늘어난다. 우리 연구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대학 등록금 전액(3200만 원)을 대출받고, 중소기업(초임연봉 1900만 원)에 취직한 경우에는 복리 방식을 적용함에 따라 이자를 1631만 원 더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지난해까지 소득 1~7분위를 대상으로 이자를 전액 또는 일부 지원해주던 정책마저 폐지돼 취업 후 상환제를 이용하는 학생들은 학비부담이 이중, 삼중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자 문제뿐 아니라, 이용 자격 기준을 B학점 이상으로 제한해 취업 후 상환제를 이용하려는 학생들의 접근 기회를 차단하는 것도 문제다. 이번 대출 결과를 보더라도 재학생 가운데 취업 후 상환제 이용 학생은 4만 여명에 그쳤던 반면, 성적 미달로 일반대출을 받은 학생은 6만 명에 달했다. 제도를 이용하는 학생보다 더 많은 수의 학생들이 자격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시점에서 우려스러운 것은 대출 결과에 대한 교과부 태도다. 교과부는 “취업 후 상환제 자격 조건 충족자들은 일반대출보다 ‘든든학자금’을 선호했다”며 자족하는가 하면 “향후 홍보를 강화하고 대출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만 언급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직접 제도 도입을 발표했을 정도로 정부 차원에서 주요 국정과제로 시행한 정책임에도 결과가 저조한 데 대해 근본적 대책을 강구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취업 후 상환제가 학생들의 학비 부담을 덜어주고, 보다 많은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선결 조건이 있다. 학자금 대출 사업의 교육적 목적을 고려해 대출 금리를 최소한으로 낮추고, 복리 방식은 단리로 수정해야 한다. 과도하게 상향 조정한 성적 제한 기준도 폐지해야 한다. 이 같은 방안은 제도 도입 이전부터 제기된 만큼 정부의 정책적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시행 가능하다.

 

더불어 등록금 문제의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공유한 이상,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취업 후 상환제는 학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경감시키기보다는 현재의 고통을 미래로 연기시킬 뿐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정부·여당 스스로가 공약했던 ‘반값 등록금’ 정책을 실현하는 게 그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한국대학신문 칼럼(2010년 4월 12일)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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