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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신설 및 이전, 정치적 흥정 안될 일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9.11.25 조회수 :466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종시 문제에 난데없는 대학 이전이 불거져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행정중심 도시’였던 세종시를 수정하겠다고 나서면서부터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21일 "세종시에 과학콤플렉스 도시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대 본부는 최근 세종시 제2캠퍼스 대책팀을 구성했고, 고려대와 KAIST도 캠퍼스 신설이나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은 이들 대학 외에 다른 몇몇 대학들에도 의견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는 세종시에 대학 신설 및 이전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정총리가 과거 말했던 ‘서울대 학생이 너무 많다’거나 입장 변화에 대한 질문에 ‘사람이 간사해서 생각이 바뀌더라’고 했다는 것에 반박할 생각은 없다.


다만, 지금 진행되고 있는 대학 신설 및 이전이 대학 스스로의 계획이 아닌 정치 논리에 의해 좌우되면서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것이란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서울대는 가장 최근에 발표한 ‘서울대학교 장기발전계획(2007~2025)’에서 추가적인 캠퍼스 구축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서울대는 단지 “지자체와 협의하여 ‘연구단지’를 건설하거나 국가 전략 연구개발단지(평창, 오송단지, 영종지구, 청라지구, 송도신도시, 마곡지구) 등에 적극 참여해 공간과 시설을 확보한다”(발전계획 195쪽)고만 언급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종시 제2캠퍼스 신설은 2025년까지 내다보고 수립한 대학 발전 계획과 전혀 관련이 없다. 따라서 정부 방침이 관철된다면 서울대는 발전계획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또한 2년 전인 지난 2007년 2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40만평 규모의 바이오메디컬 분야 연구시설을 유치하기로 MOU를 맺은 고려대와 올 1월 50만평 규모로 바이오메디컬과 에너지 등 신개척 분야 대학연구, 벤처시설을 설립키로 MOU를 체결했던 KAIST 역시 정부 중앙부처가 옮겨올 것을 전제로 이들 계획을 추진했다. 따라서 중앙부처가 가지 않는 것으로 수정될 세종시에 입주할 이들 대학 역시 계획을 수정해야 될지도 모른다.


특히 문제가 심각한 것은 서울대가 계획하고 있듯이 학부와 대학원을 포함해 6,500명이 증원될 경우다. 정부는 지난 2004년 이후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전국 일반대학에서 7,632명의 입학정원을 줄였다. 통폐합되어 정원의 60%를 의무적으로 감축했던 산업대까지 포함하면 감축된 입학정원은 모두 19,253명이다. 따라서 서울대가 6,500명의 정원을 증원하고, 고려대와 KAIST가 추가 증원을 요구할 경우 입학생 수 감소로 정부가 지난 5년간 추진했던 정원 감축은 그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서울대는 2008년 10월 현재 학부생 16,512명과 대학원생 9,439명으로 모두 25,951명의 학생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6,500명이 더해지면 3만 명이 넘는 거대 대학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서울대 기득권은 그만큼 커지게 되고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학벌주의 역시 심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대학 이공계 기피현상과 중도 탈락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공대 정원을 이렇게 많이 늘리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매우 당혹스럽다. 서울대 공대가 정부에게 학생 병역면제 혜택과 교육비 전액 국고 지원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만약 이러한 요구가 현실화될 경우 심각한 사회적 논란은 불가피할 것이다.


이미 교육과학기술부가 서울대 세종시 참여 반대급부로 대학 구성원 상당수가 반대하고, 파격 특혜 논란이 일고 있는 서울대 법인화 방안을 수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들 대학 외의 상당수 대학 관계자들은 ‘정원확대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있다면 관심을 가질 대학이 있을 것’이라 말하고 있다. 학생등록금에 크게 의존하면서 지속적인 팽창정책을 지향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학의 특성상 정원 확대 등의 ‘당근’은 피하기 어려운 유혹일 것이다.


그러나 대학이 자체 학문 발전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에 좌우되고,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은 대학 발전을 위해서도 우리나라 전체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서도 이로울 것이 전혀 없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천박하고 유치한 논의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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