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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규제완화 신호탄 될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안)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8.12.24 조회수 :343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지난 22일「대학설립·운영 규정 전부개정(안)(이하 ‘개정(안)’)」의 내용을 공개했다. 관계부처 협의와 입법예고, 법제심사 및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될 이번 ‘개정(안)’은 지난 4월과 9월에 발표된 ‘1단계 및 2단계 자율화계획’의 후속작업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연구소는 이미 ‘대학운영자의 이익에 충실한 대학자율화 계획’(08.09.23), ‘대학자율화 계획은 자율로 포장된 대학 시장화 계획’(08.08.28)이라는 제목으로 이명박 정부의 자율화 계획에 대해 논평한 바 있다.

 

우리 연구소는 당시 논평을 통해 4월에 여론을 수렴하고 9월에 발표하는 속전속결의 정책추진을 우려한 바 있다. 그러나 그러한 우려와 상관없이 이명박 정부는 12월에 관련 규정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명박 정부의 대학 자율화 계획은 1년 내에 정책구상, 여론수렴, 정책수립, 관련 법령 개정 등 모든 과정을 마친 셈이니 그 속도에 입이 딱 벌어질 따름이다.

 

이번 ‘개정(안)’은 자율화 계획 가운데 특히 대학시설 및 운영에 대한 규제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쉽게 말해 대학운영자가 보다 손쉽게 재정을 끌어오고 시장주의식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준 것이다. 그러나 현재 경제·언론 등에서 추진되는 이명박 정부의 각종 규제완화가 일부 특정집단의 독점적 경영만 옹호한 채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사회 민주화를 역행시킬 것이라는 비난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처럼 이번 ‘개정(안)’도 대학 내에서 각종 부작용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민자유치 사업의 확대를 꼽을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민자유치 대상시설을 종교시설(사립대학에 한함), 노유자시설, 수련시설, 공공업무시설로 확대할 것을 명문화하고, 이를 교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리고 민간기업이 기부체납한 교사 내에서 판매시설, 운동시설, 일반업무시설을 운영 할 수 있도록 했다.

 

2005년부터 시행된 대학의 민자유치사업은 대학의 상업화를 초래하고, 대학시설 이용자(주로 학생)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최근 민자유치로 신축된 기숙사의 기숙사비가 기존에 비해 두 배 수준으로 껑충 뛰어올라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금과 같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경기불황속에서 민간자본에 대학재정을 의존하는 것은 현실성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불안하기 짝이 없다.

 

이와 함께 교사면적의 10% 내에서 산업체가 교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단서조항이 있긴 하나 이는 현재 대다수 사립대학의 교사확보율이 법정기준을 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임대료 수입확보를 위해 대학들이 교사를 산업체에 내어주어 교육여건이 더욱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편, 교과부는 이번 ‘개정(안)’에서 대학이 교육과정의 일부를 이전할 시 갖춰야할 교사확보 기준의 학생정원을 1,000명에서 400명으로 대폭 낮췄으며, 본교와 캠퍼스에 각각 갖춰야할 교육여건 기준을 통합·산정하여 자체 정원조정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이렇게 될 경우 교육여건이 열악한 캠퍼스가 난립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본교와 제2캠퍼스간 교지·교사의 격차가 큰 경우가 많아 학내에서 ‘캠퍼스만 문어발식으로 확장한 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종종 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대학이 기존 캠퍼스의 교육여건 개선보다는 여전히 입지조건이 좋은 지역을 찾아 단과대학을 이전하고, 제2캠퍼스를 신설하는 것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만 완화할 경우 어떤 결과가 빚어질 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총 입학정원 변동없는 정원 자체조정 자율화도 최근 학내 구성원과 합의없이 학과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문학 등 기초학문의 퇴출을 가속화시킬 우려가 크다.

 

이외에 교과부는 대학간 통·폐합을 상시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대통령령에 한시적으로 특례기준을 정하여 적용해왔던 것을 교과부장관 고시로 특례기준을 정하여 적용하도록 절차를 간소화했다. 이후 고시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해볼 필요가 있으나 대학 통·폐합 시 준수해야할 기준 명시를 ‘대통령령’에서 ‘고시’로 낮춘 것은 통·폐합 실적 올리기기에 급급해 통·폐합 대학의 질을 고려하지 않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산업대학이 대학으로 전환할 시 수익용 기본재산의 연간 3.5% 소득의 예외를 인정하기로 한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는 기준을 완화해서라도 지금의 산업대학을 서둘러 정리해야겠다는 의도가 보이는 것으로 이것은 부실대학 양산의 단초가 될 수 있다. 현재 언론에서도 대학 상업화의 우려를 지적하고 있는 만큼 이번 ‘개정(안)’ 은 처리과정에서 제고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이명박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대학 자율화 정책은 전면적으로 제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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