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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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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운영자의 이익에 충실한 ‘대학자율화 계획’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8.09.23 조회수 :348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지난 16일 ‘대학자율화 2단계 1차 추진계획’을 확정·발표했다. 이는 지난 7월 24일 발표한 ‘대학자율화 2단계 1차 추진계획(시안)’의 확정안으로, 시안에 담긴 45개 과제 중 7개 과제가 수정·보완된 것 이외에는 시안 그대로다.

 

이로써 교직원 인사분야(19개 과제), 학사운영 분야(6개 과제), 교육시설 분야(5개 과제), 조직운영 분야(3개 과제), 학생정원 분야(4개 과제), 법인운영 분야(4개 과제), 재정운영 및 지원분야(4개 과제) 등 전 분야에 걸쳐 관련 법·제도 및 교육정책의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등록금 고율인상 등 시급한 당면과제로 인해 상대적으로 쟁점화되진 않았지만 대학자율화 계획은 우리 대학 전 분야에 걸쳐 후폭풍을 몰고 올 상당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계획안은 국내에 유입된 외국교육기관의 해외송금허용이라는 민감한 사안을 여과없이 담고 있는데 이는 외국교육기관의 영리행위를 인정한 것으로 이후 형평성 논란을 야기해 결국 국내 영리대학 설립허용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또한 사학 법인자산 처분의 자율권 확대· 교비회계 수입의 산학협력단 회계전출 허용 등 대학 재정운영의 왜곡을 야기할 만한 사안도 이번 계획안은 그대로 포함하고 있다.

 

교직원 인사분야 19개 과제 중에는 교직원의 신분안정 보장과 대치되는 사안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교직원의 반발이 예상되며, 정원자율화 차원에서 증원·증과시 갖추어야할 요건을 대폭 완화한 것도 인기학문 편중을 부추겨 학문의 균형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 계획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번 자율화 계획이 과연 자유로운 학문활동을 보장하고 교육여건의 질을 높이며 학문공동체의 자치를 보장하는 대학자율화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교과부가 이번 자율화계획 수립과정에서 대학 및 대학협의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수요조사(4.7~4.25) 내용을 기반으로 한 것부터가 문제다. 시안 발표 이후 교원·학생·학부모로부터도 의견을 수렴했다고는 하지만 이를 통해 수정된 사항은 7개 과제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번 자율화계획은 대학운영자 및 대학협의체의 일방적인 이해에 근거한 각종 요구사항의 집합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이번 자율화계획에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수요조사에서 대학운영자 및 대학협의체가 제시한 자율화과제를 보면 이들이 생각하는 ‘대학자율화’의 진의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사립학교법 폐지(혹은 대학평의원회 의무설치 및 개방이사제 도입 유보), 교원확보 기준완화, 교수 정년보장 폐지, 교육용기본재산의 수익용자산으로의 전환허용, 수익성 의료법인 설립 허용, 학비감면 지급율에 대한 기준 폐지 등 대학구성원에 대한 용이한 통제 혹은 재정부담 회피를 위한 기준완화가 주를 이루고 있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른 장애인고용의무규정도 대학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니 제외해달라는 대목에서는 할 말을 잃을 뿐이다. 이러한 견해에 의존하여 대학의 시장화를 ‘대학자율화’로 포장하여 내놓은 교과부의 모습은 암담하기 그지없다.

 

대학자율화는 대학이 학문탐구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정책이 그러하듯이 대학자율화 또한 대학과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가를 면밀히 따져보아야 한다. 교육부의 의뢰를 받아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발간한 고등교육 규제완화 관련 정책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규제를 완화하여 대학의 자율성을 증진시켜왔던 OECD 회원국들 내에서는 최근 분권화·민영화된 시장 주도의 시스템 하에서 공공의 목표와 이익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하는 이슈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이 연구결과는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시장 매커니즘을 사안별로 신중하게 적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따라서 교과부는 행정절차의 간소화, 학사운영 자율화 등 최소한의 부분 이외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자율화 계획을 모두 철회하고, 대학구성원의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통해 대학자율화의 개념부터 재정립해야 한다. 한편 현행 관련 법·규정을 대폭 개정하는 사안인 만큼 현재 개회중인 국회에서도 이번 자율화계획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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