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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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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기득권층 사립학교법 반대 이유 없어

작성자 : 대학교육연구소 작성일 : 2004.08.09 조회수 :510

지난 6일, 열린우리당은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법인 이사장과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의 해당 학교장 취임 금지, 교원임면권 학교장에게 부여, 비리 임원의 취임승인취소 근거 구체화, 비리 발생 대학의 학내구성원에게 임시이사 및 정이사 추천권 부여, 승인 취소 임원 복귀 시한 10년으로 강화 등의 개정내용이 담겨있다. 사학비리의 감소, 재단 이사회의 과다한 권한 분산, 학교 구성원의 자율성 확대 등 학교구성원과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수용하고 있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법개정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나라당과 사학법인연합회, 조선일보 등이 반박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자체 개정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사학법인연합회는 위헌소송과 거리시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선일보는 ‘북한식 인간개조 공장’ 운운하며 사립학교법 개정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러한 기세에 밀려 교육부는 사립학교장에게 교원 임면권을 부여하겠다는 애초 개정 방침을 번복하고 있다.

 

그들은 이번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이유로 첫째, 모든 사학을 문제가 있는 사학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도둑이 제 발 저린 꼴이다. 임원 취임승인취소 요건 및 복귀 시한 강화, 비리발생 대학의 학내구성원에게 이사 추천권 부여 등은 비리 사학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진정 건전 사학이라면 걱정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건전 사학은 비리 사학과 차별화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 사립대학(전문대 포함)은 54.7%가 종합감사를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학내에 이렇다 할 견제 기구 하나 없어 부정·비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비리사학 대부분이 수년간, 수십차례에 걸쳐 착복, 횡령, 금품 수수를 일삼았음에도 잘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종합감사 한 번 받지 않은 대학이 절반을 넘는 상황에서 사학의 부정·비리를 일부의 문제로 단정지을 수 없다.

 

둘째, 한나라당에서 제출한 건전 사학의 기준도 문제가 많다. 한나라당은 사립학교를 재정자립도와 학교 교육여건 등을 감안해 재단전입금이 5% 이상이면 자율성이 강조되는 독립형, 의존형, 5% 미만이면 공공성이 강조되는 공영형, 공립전환대상 등 4개 유형으로 나누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율성 부여 기준이 재단전입금 비율 5% 이상이라는 것은 사학재정에 대해 책임만 희석시킬 뿐이다. 더욱이 일반적으로 재단전입금 비율이 높은 대학일수록 서열구조에 힘입어 특혜를 받아 왔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방안은 교육 격차를 인정하고 서열을 더욱 고착화하겠다는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 한편, 이 기준대로라면, 오히려 우리나라 사학은 자율성보다 공공성을 더 강화해야 한다. 02년 사립대학의 평균 재단전입금 비율은 4.8%에 불과하며, 대학별로 살펴보았을 때, 00년 5%미만 대학은 전체의 74.8%나 되기 때문이다.

 

셋째, 사학법인연합회는 “사립학교 재산은 사회 환원 재산이 아니라 건학이념 실현을 목적으로 출연된 사학법인의 소유재산”이라고 주장한다. 사학법인연합회의 주장대로, 사학은 설립자나 이사장의 재산이 아니라 사학법인의 소유재산이다. 사학법인은 비영리법인이다. 사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영리법인이 아닌,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비영리법인에 투자가 아닌 출연을 한 것이다. 재산 출연자를 기리고자 한다면, 이번 개정안에 나와있는 것처럼 정관에 표기하거나 동상 등을 설치할 수 있을 것이다. 출연한 만큼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것은 전근대적 의식이며, 이주호 한나라당 의원이 우리나라 사학을 “위장형 영리법인”이라고 한 것처럼 학교 운영을 통해 영리를 추구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넷째, 교육부는 인사권을 재단이 아닌 학교장과 총(학)장에게 부여하는 것이나 예·결산 및 학칙의 심의권을 학운위에 넘기는 것은 사립학교의 건학 이념 구현과 상충될 수 있어 개정이 어렵다고 한다. 이 논리대로라면, 현행 사립학교법은 전혀 손 댈 수 없다. 교원 임면, 예·결산, 학칙뿐만 아니라 건학 이념과 떨어진 대학운영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학 이념은 설립자만이 구현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과 교수, 직원이야말로 건학 이념의 구현자들이다. 진정 건학 이념을 구현하고자 한다면, 배제보다는 인입을 선택해야 옳다. 그리고 예결산의 투명화와 유신정권 학도호국단 시절 학칙을 민주적으로 개정하는 것이 건학 이념과 무슨 상관인가.

 

다섯째, “사학법인 이사장 직계 존 비속의 총·학장 참여제한, 비리 관련자의 복귀 제한 기간 10년” 규정이 공무원법 등 관련법과의 형평성 등을 들어 과도한 제한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사학비리는 유형을 살펴보면, 법인 이사의 친인척이 총장으로 있으면서, 학교의 부정비리에 깊게 관여할 수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부정·비리의 예방적 차원에서 꼭 필요한 일이다. 또한 사학비리는 단순범죄가 아니라 개인의 삶과 국가의 미래를 건 중범죄다. 죄질에 따라 가중처벌 될 수 있는 것이다.

 

사학법인연합회를 중심으로 사학 기득권 층은 정치권, 언론, 교육계를 총동원하여 사립학교법 개정을 막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사립학교법 개정은 사학을 건전하게 운영하고 구성원들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용하길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이다. 시대에 역행하는 일은 당장 멈춰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교육부는 부화뇌동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노무현 정권 초기, 교육부는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뼈저린 반성을 통해 환골탈퇴하겠다고 밝혔다. 사학운영자들의 압력에 굴복해 사립학교법 개정을 외면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사립학교법의 민주적 개정’을 꼭 이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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